'스폰서 검사' 김형준 "평생 참회하며 살겠다"…밤샘조사 후 귀가

고교동창 '스폰서' 김모씨(46)로부터 금품 및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준 부장검사가 24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23시간의 소환 조사를 받은 뒤 대검찰청을 나와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사진=뉴스1

'스폰서 검사' 의혹을 받는 김형준 부장검사(46·사법연수원 25기)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23시간에 걸친 밤샘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조사를 마치고 24일 오전 7시30분경 대검찰청사를 나온 김 부장검사는 기자들과 만나 "큰 심려를 끼쳐 깊이 사죄드린다"며 "응분의 처분을 달게 받고 평생 참회와 용서를 구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의 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뇌물수수 혐의 인정하나' '스폰서 관계 인정하나' 등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은 채 준비된 차량을 타고 청사를 떠났다.

대검찰청 특별감찰팀(팀장 안병익 서울고검 감찰부장)은 이날 김 부장검사를 상대로 현재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의 사실관계와 경위 등을 집중추궁했다.

앞서 김 부장검사는 스폰서로 지목된 고교 동창 김모씨에게 거짓 진술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스폰서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는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7일 특별감찰팀을 구성하고 김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을 실시해 왔다. 김 부장검사가 80억원대 사기·횡령 범죄의 피의자였던 김씨로부터 거액의 금품과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검찰은 이후 이틀 만에 사건 관계자들의 계좌·통신내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 감찰을 수사로 전환했다.

김 부장검사가 금품과 향응을 받는 대가로 김씨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그는 김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간부들과 만나 무마 청탁을 건넸다고 한다. 또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고위 관계자와 친분이 있다며 김씨에게 이곳에 '셀프 고소장'을 접수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건은 김씨가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그는 받아간 돈을 돌려달라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검사는 갚을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박모 변호사에게서 4000만원을 빌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때 박 변호사는 김 부장검사가 지휘했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에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밖에 김 부장검사는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합수단장을 지내면서 KB금융지주 임원을 3차례 만나 수백만원어치 접대를 받고 검찰 수사 동향을 알려줬다는 의혹도 받는다. 당시 합수단은 자격없이 블록딜(시간 외 주식 대량매매)을 알선하고 금품을 챙긴 혐의로 KB투자증권 임직원들을 수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