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오동희의 思見]한국형 성과연봉제 논의할 시기다

머니투데이
  • 오동희 기자
  • 2016.09.27 08:41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글자크기조절
  • 댓글···
노동계가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를 놓고 들끓고 있다. 지난 23일 금융권의 총파업에 이어 27일에는 철도노조와 서울지하철 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 저지 연대파업을 예고하면서 노동개혁을 기치로 내건 정부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성과연봉제란 기존 연공서열식 호봉제와 달리 입사순서나 경력 연차가 아닌 개개인의 한해의 실적 평가에 따라 급여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오동희의 思見]한국형 성과연봉제 논의할 시기다
인터넷 등을 통한 댓글 여론은 '금수저 노동계급'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헌법이 보장한 이들의 단체행동권만을 갖고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논쟁을 풀어가는 해법은 아닐 듯하다.

우선 이들이 파업을 통해 주장하고자 하는 성과연동제의 반대 이유의 타당성을 따져볼 일이다. 성과가 높은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한다는 논리에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들은 왜 반대할까.

이들은 성과연봉제를 교두보로 사용자가 노동자를 손쉽게 해고하려는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이 제도의 실행 방법론에 따라 이들의 주장이 옳았다고 결론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실행방법론은 앞으로도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성과주의의 뿌리는 '인간은 완전히 합리적이며 이기적인 존재'라는 신고전학파의 이론적 근거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이를 통해서 시장에서 합리적인 최선의 선택과 결과를 도출할 것이기 때문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논리다.

'완전한 존재' 이론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하버트 사이먼 박사의 '한정적 합리성'(인간은 완전히 합리적이지도, 완전히 이기적인 존재도 아닌 특정한 정보와 경험의 제한적 상황에서 한정적으로 합리적이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상당히 오래된 구문이다. 인간은 이기적이면서도 이타적인 존재라는 게 최근의 일반이론이다.

요하이 벤클러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2011년)에 발표한 '이타적 유전자(Unselfish Gene)'에서 언급했듯이 인간의 30%는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50%는 타인과 협력하며, 20%는 두 성향을 함께 가지고 있다.

따라서 최선의 선택이 가능한 이기적 존재로서 성과주의를 통해 이상적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의 '성과 압력 부작용에 대한 실증연구'에서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 내 72개 기업 회계컨설팅팀과 감사팀, 6개 전략컨설팅팀을 대상으로 심층 분석을 진행한 결과, 성과압력이 높아지면 그 부작용으로 '그저 그런 결과물'이 도출될 뿐 성과는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성과 압력이 높아지면 성과를 내지 못해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혁신적인 도전보다는 일반적 상식에 준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것. 이는 적절한 수준의 성과 압력은 긍정적이지만, 과도한 압력은 폐해를 낳는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경쟁을 통한 성과주의는 단기성과에 몰입토록 하고, 협력의 부재와 이기적 문화 조성으로 오히려 조직의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것. 이는 철저한 연공서열식 기업문화에서 1990년대 성과주의를 도입했던 일본의 사례에서 잘 찾아볼 수 있다.

일본 대표기업 토요타와 캐논은 성과주의를 도입한 후 직원 각각의 개인주의 문화로 오랜 선후배간의 노하우 전수 등 각사가 가졌던 최대의 강점이 사라졌다.

이런 성과주의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토요타와 캐논은 성과주의와 연공서열식 조직문화를 결합한 일본식 성과주의를 도입했다. 토요타는 직원을 평가할 때 실적 30% 외에 후배들에 대한 지도육성능력을 70%로 배점하는 성과주의를 도입했다. 또 평생직장 개념을 전통으로 가진 캐논은 저성과 그룹의 해고 대신 분발을 지원하는 형태로 시스템을 바꿨다.

이들이 성과주의를 도입했던 이유는 평생직장 개념의 일상화로 고성과자에게 돌아가야할 몫이 저성과자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일본은 일본식 평생직장 개념에서 영미식 성과주의로 전환한 후 이를 보완한 일본식 성과주의 단계까지 왔다.

우리는 과거 일본이 밟았던 전철의 1단계를 지금 답습하고 있는 중이다. 파업에 참가하는 노동자에게 "당신 노력의 결과물인 임금을 옆에 있는 저성과자에게 나눠 줄 용의가 있느냐"고 질문한다면 선뜻 대답할 사람이 많지 않을 듯하다.

이는 성과에 대한 보상에는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이 제도 도입으로 인해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앞서 제도 도입에 강한 거부감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한국 사회는 저성장과 저출산, 양극화와 청년 실업에 더해 계층간 갈등의 분위기까지 겹치는 상황이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내 것만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협력을 통한 고성과 확산을 통해 더 많은 일자리와 이윤을 나누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에서 일본처럼 전체주의적 성격이 강한 평생직장 개념은 어렵다. 또 미국처럼 자유로운 해고 후 이직이 가능한 분위기도 아니다.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한국식 성과주의 도입을 논의할 시기다.



칼럼목록

종료된칼럼

오늘의 꿀팁

  • 날씨
  • 내일 뭐입지

많이 본 뉴스

법률N미디어 네이버TV
KB x MT 부동산 설문조사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