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집]으앙, 두견새가 운다

세월호 희생자에게 바치는 헌정시집을 낸 나해철 시인은 “깊은 밤 산골짜기에서 홀로 깨어나/ 고요히 어둠에 몸을 드러낸/ 우주와 신에 대하여 노래하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은 시인을 우주와 신에게서 잠시 눈을 거두고 한국의 사건으로 돌리게 했다. 시인은 자신을 포함한 한국의 어른들이 버린 한국의 아이들, 그러니까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과 함께 희생당한 삼백여명에 가까운 단원고 학생들에 대한 헌시를 쓰기로 작정하고 304편의 연작시를 써서 한 권의 시집으로 묶었다. 광장에 가서 울고, 유모차에서 잠든 아기 곁에서 울면서 매일 한편씩 썼으니 기도문과 같은 것이다.


시인은 난데없이 희생당해 실려 온 학생에게 다시 밥을 먹일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한다. 나라라도 다시 세우고, 아이와 행복하게 살고, 가난한 삶을 아이와 함께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시인은 정쟁으로 비화되고 착색되어가는 세월호 사건을 시라는 서정예술을 통해 돌파해보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어찌되었든 이 사건은 한국의 아이들이 죽었다는데 있다. 정쟁이 아닌 인간, 생명 중심으로 논점을 옮겨가자는 제안을 시인이 하고 있는 것이다.

나해철 시인은 1956년 나주 영산포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의과대학생 신분으로 5.18을 경험하였다.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으며, 5월시 동인에 참여하여 무크지 시대를 건너왔다. 지금까지 7권의 시집을 내었다. 시인은 세월호 참극에 대한 연작시를 하루에 한 편씩 써서 이 시집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시집에서 죽은 아이는 두견새로 환생하여 울기도 한다.

으앙
으앙
두견새가 운다

마당가에서 울다
학교 돌담에서 울다
앞산 기슭에서 운다

으앙
으앙
내 아기가 운다

-‘봄밤’ 전문

두견새는 전통적으로 원한의 정한을 상징한다. 시인은 세월호 규명을 촉구하는 현장에서 운다. “가운데가 비어서” 북이 울고 목어가 울고 “네 엄마가” 울고 시인도 덩달아 운다. 새해 첫날 바다에 나온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다. 새해를 아이와 같이 맞고 싶은 아버지는 “엉엉 뱃전에서 무너져” 운다. “보고 싶어 울고/ 물속에 아직 있는 것 같아서”운다. 또 “분해서 울고/ 이대로는 죽을 수 없어/ 죽지 못해서” 소리 내어 우는 것이다.

자식이 죽어서 없는 공간은 빈집이고 빈 방이고 빈 몸 빈 가슴일 뿐이다. 딸과 단둘이 살던 아버지는 “이 세상을 살면서도// 너와 함께 있어 행복해서/ 기쁘게/ 손가락 뭉개지도록 일 했”지만 “이제/ 휴일이면/ 끼고 걷던 팔짱 사라져// 휑/ 빈 곳에 둔/ 두 눈// 아무것도 바라보고 있다 않다”고 한다. 사랑하는 딸이 죽었으니 인생이 무의미하다. 상실감이 이만 저만 아니다. 시 ‘맑은 날’에서는 “푸른 하늘 아래/ 너와 나/ 손을 마주잡고 웃을 수만 있다면// 이 양양한 햇빛이/ 얼마나 찬란하랴”고 표현한다.

시인의 시로 쓴 간절한 소망이고 기도이다. 현실은 웃을 수 없고 어둡다는 역설적 표현이다.

◇영원한 죄 영원한 슬픔=나해철 지음. 문학과행동 342쪽/1,6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