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도입되면, 내 퇴직연금은?

40대 직장인 박모씨는 새로 변경된 인사제도 때문에 고민이 생겼다. 연공급 제도에서 성과연봉제로 변경하고, 퇴직연금은 DB(확정급여형) 단독이었다가 DC(확정기여형)가 추가되면서 선택이 가능해졌다. 성과연봉제도 머리가 아픈데, DC제도가 유리한 것인지 선택하기 어렵고 막막하기만 하다.


우리가 쉽게 알고 있는 것은 근속연수가 쌓이면 임금도 매년 자동으로 오르는 임금제도가 연공급 제도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도입이 확산되고 있는 성과연봉제는 근로자의 성과나 능력이 임금의 결정요인이 된다. 성과 평가에 따라 급여 수준 차이가 발생돼 성과가 좋으면 임금이 올라가고 성과가 좋지 않으면 임금이 예전만큼 상승하지 않는다. 매년 성과평가 결과에 따른 인상률 변동성이 크면 개인별 임금액의 상대적인 차이도 커지게 설계된 제도이다.

문제는 회사의 임금제도가 달라지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제도가 바로 퇴직급여제도다. 퇴직급여는 근로자가 수령하는 임금에 기준을 두는 제도이므로 임금제도가 변화할 때 퇴직급여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퇴직급여제도는 퇴직금제도와 퇴직연금제도(DB, DC)가 있다. DB제도와 퇴직금제도는 퇴직급여 산정방식이 동일하다. 퇴사 전 마지막 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급여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DB제도는 일단 선택하면 퇴직시까지 근로자가 개입할 사항은 없다. DC제도는 회사가 매년 임금총액의 1/12을 근로자의 계정에 지급하고 근로자는 그 돈으로 금융상품으로 퇴직급여를 운용하여 자신의 퇴직급여를 만들어 간다.

퇴직 시까지 성과가 좋아서 높은 등급의 인사고과를 받는다면 기존 임금제도에 임금인상률이 더 높을 것이므로 퇴직급여액이 더 많을 수 있어 DB제도를 유지해도 무방하다.


박모씨가 머리가 아픈 이유는 언제나 높은 성과를 낸다고 단언할 수 없어서일 것이다. 성과와 평가라는 건 항상 좋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성과가 나빠서 임금 인상률이 낮아진다면 퇴직급여액이 기존 임금제도에서의 급여액보다 줄어들 수 있다.

성과지표에 따른 임금의 변동성이 퇴직급여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치는 경우 DC제도를 고려해 볼만하다. 최종 임금을 기준으로 전체 근속기간에 대해 퇴직급여가 산정되는 DB제도와 달리 DC제도는 매년 임금을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성과로 인해 낮아진 급여액은 실적배당상품을 통한 수익률로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DC제도를 선택한 것으로 끝이 나지 않는다. 운용을 위해서 몇 가지 선택을 더 잘해야 한다. 회사가 선정한 금융회사(퇴직연금사업자) 중 어떤 곳을 이용할 것인지 근로자의 투자성향, 상품 선택과 관리 능력, 목표수익률 등을 결정해야 한다. 근로자 본인이 책임지고 제도를 운영해야 하므로 제도 운영과 금융 상품에 전문성 있는 사업자 뿐 아니라 내가 이용하기 편한 또는 편하게 해주는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성과연봉제와 DC제도는 사람 관계와 같다.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쌓아가야 하듯 시장환경의 변화와 투자 상품의 동향은 물론 자금규모에 따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지속적으로 해 가야 소중한 퇴직급여를 더 키워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