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공백기술 도출 방법

정동준 변리사 /사진=임성균 기자

기업이 특정 분야에 R&D(연구개발)가 필요한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특허분석이 꼭 필요하다. 특허분석 없이 노력을 들여 개발을 하면 다른 업체들로부터 특허침해소송을 제기당해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고 설령 특허침해소송을 제기당하지 않더라도 이미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 뛰어들다가 살아남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따라서 해당 기업으로서는 자신들의 역량을 집중해야 할 공백기술 분야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공백기술을 도출하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 먼저, 특허 검색을 잘 해야 한다. 싱겁게 말했지만 실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해당 기업의 사업에 영향을 줄만한 핵심 특허들을 말 그대로 가능한 많이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많은 핵심 특허들이 얼마만큼 장벽으로 작용할지, 그리고 현재 자신의 위치는 어디인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심 특허들을 가능한 많이 찾아내는 작업은 매우 어렵다. 그 이유는 특허들마다 사용되는 단어가 다르고, 특허청구항에 사용되는 단어들은 추상화된 용어들이 많은데 이러한 용어들을 검색식에 온전히 반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검색식에 이와 같은 다양한 용어들을 전부 삽입하면 수십만 건이 검색될 수도 있는데 이를 전부 파악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검색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경쟁사들에 대한 타겟팅 검색도 필요하다.

둘째로, 핵심 특허들에 대한 대응방안 도출을 잘 해야 한다. 여기서 대응방안 도출이란 △핵심 특허들을 침해할 소지는 없는지에 대한 분석 △핵심 특허들 사이에 비어 있는 공백기술은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 △핵심 특허들을 회피하면서 공백기술에서 특허를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 등을 의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백기술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완벽한 방법은 없겠지만 아래에서 언급하는 매트릭스 분석 방법을 활용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매트릭스 분석이란 해결과제를 X축으로 하고 해결수단을 Y축으로 하는 2차원 격자 영역 상에 핵심 특허들을 배열하는 분석이다. 핵심 특허 각각의 내용을 살펴보고 해당 핵심 특허의 해결과제와 해결수단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2차원 격자 영역 중 해당 영역에 각각 투영하면 핵심 특허가 존재하지 않는 영역을 알 수 있는데 해당 영역이 공백기술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예를 들어 해결과제가 5가지고 해결수단이 5가지라고 할 때 해결과제 5가지에 해당하는 항목과 해결수단 5가지에 해당하는 항목을 합리적으로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해결과제 사이의 관계는 서로 중복되지 않으면서도 대등한 관계여야 하며 해결수단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해결과제들과 해결수단들이 합리적으로 결정된 이후에는 각각의 핵심특허들을 어느 영역에 투영할지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해결과제들과 해결수단들은 특허청구항이라든가 요약서만을 봐서는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허청구항은 무턱대고 넓게 쓰여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해당 핵심특허의 진정한 권리범위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특허청구항이나 요약서만을 살펴봐서는 안 되고 전체 특허문서의 취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핵심특허들 중에는 거절된 특허들도 많은데 이 경우 해당 거절된 핵심특허가 진정한 핵심특허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매트릭스 분석이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가능한 핵심특허들 많이 확보하여 진정한 핵심특허들이 무엇인지 가려내고 이들을 2차원 평면 상에 투영하여야 의미 있는 분석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2차원 평면 상에 핵심특허들이 뿌려졌을 때 비어 있는 영역이 공백기술이 될 수 있는 후보군 영역이 될 수 있는데 이러한 영역들을이 기술적으로 성립할 수 있는 영역인지, 그리고 비용 효율성이 있는 영역인지 등을 고민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선택된 영역이 공백기술영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