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통합검색

[오동희의 思見]삼성지주 이용한 영악한 엘리엇…순진한 여론

머니투데이
  • 오동희 기자
  • VIEW 7,778
  • 2016.10.10 05:56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글자크기조절
  • 댓글···
'땡큐 엘리엇, 백기사 엘리엇',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삼성 가려운 곳 긁어준 엘리엇', '엘리엇의 변신, 삼성 우군으로'

지난 5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두 개의 자회사를 이용해 삼성전자 지분 0.62%(자사주 제외 의결권 기준)를 보유한 사실을 공개하고, 삼성전자에 회사 분할과 30조원 배당, 나스닥 상장, 이사진 파견 등 4가지 요구를 주주서신을 통해 내놓은데 대한 국내 여론의 반응이다.

[오동희의 思見]삼성지주 이용한 영악한 엘리엇…순진한 여론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며 삼성을 공격했던 엘리엇이 이 같은 제안을 하자 국내 여론은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에 관심을 집중하며 삼성전자에게 유리한 제안을 한 엘리엇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잘못된 가정(假定)'과 '치밀하지 못한 계산', '불순한 의도'가 결합한 '잘못된 결론'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치밀한 상대의 전략에 순진하게 속아 넘어가는 우를 범하는 꼴이다.

우선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이 현재 '삼성이 원하는 시나리오'라는 잘못된 가정이다.

삼성 내부와 어느 정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이 제안이 '전혀 새로운 것'도, '엘리엇의 요구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도,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안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은 언제든 삼성전자 지주와 삼성전자 사업회사로 분할할 수 있고, 이 분할이 어떤 제한을 두지도 않는 프로세스라는 점을 알고 있다.

하지만 왜 하지 않고 있는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는 실행 가능성은 있는지, 실행 후 이익이 되는지, 그 외의 다른 변수들은 없는가를 따지는 게 우선이다.

삼성그룹 전체의 지주회사 전환은 한마디로 '루빅스 큐브(Rubik's Cube)'의 퍼즐 맞추기와 유사하다.

198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3×3×3 큐빅'은 각 면이 같은 색으로 구성되도록 하는 게임이다. 어느 한쪽을 잘 맞춰놓으면 다른 쪽의 색깔이 틀리고, 그쪽을 맞추면 또 다른 쪽이 흐트러져 애를 먹이고 하던 게임이다.

루빅스 큐브가 만들어낼 수 있는 조합은 '43,252,003,274,489,856,000'개(4325경 2003조 2744억 8985만 6000개)로 큐브를 다 맞추는 경우는 오직 하나다. 그만큼 한쪽면을 보면 될 것 같지만, 그 퍼즐을 맞춰놓고 보면 다른 면이 어그러져 최종 결론에 도달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수년 전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국내 A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전직 고위 임원이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한 완벽한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며, 삼성 측과 접촉한 적이 있다.

그는 그동안 나왔던 '삼성지주회사' 시나리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신이 가진 안으로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하다고 해 삼성이 이를 검토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이를 제안했던 A 기업의 전 임원에게 삼성 측은 '밥 한 그릇'을 샀다.

"그동안 고생은 많았는데, 연구를 더 해보고 오시라"는 정도였다. 수많은 가능성을 장기간 검토해온 삼성 입장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접한 것은 기껏 오래 전 검토한 사항의 반복이었던 것. 그가 제안한 시나리오에도 여러 가지 법적 문제를 간과한 대목이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엘리엇이나 다른 증권사의 제안들이 실현 가능했거나 쉬운 것이었으면 이미 했다는 얘기다.

이처럼 치밀하지 못한 계산의 사례는 또 있다. 2년 전 삼성에버랜드 상장 결의 직후 한 증권사의 '삼성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 리포트가 여론의 큰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를 각각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이를 통합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주주의 지분율을 유지하면서,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게 그 요지였다.

여러 언론을 통해 수많은 인용이 이뤄졌고, 시장은 이에 반응해 주식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 또한 실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상호출자금지 등의 금산법과 공정거래법, 5% 지분 제한의 보험업법 등의 문제를 간과한 보고서였다.

이같은 디테일한 질문에 대해 해당 리포트를 냈던 애널리스트는 "그 법과 관련한 부분은 깊이 있게 검토하지 못한 실수였다"며 그 다음날인 토요일에 조용히 한 장 짜리 '수정리포트'를 낸 것으로 기억된다.

사실 이번 엘리엇의 주주 서신에 나온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는 최근 외국계 B증권사의 리포트를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전혀 새로울 게 없다.

그렇다면 왜 시장이 이토록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으면서 흥분하는 것일까. 시장은 항상 이벤트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와 한 증권사 사장의 저녁식사시간에 나온 얘기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왜 (당분간)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그렇게 많은 증권사에서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와 관련된 리포트를 내놓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그 증권사 사장은 "우리도 안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시장은 이벤트를 필요로 하고 우리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붙잡고 시장을 달궈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벤트 없이 조용한 시장은 죽은 시장이라는 얘기다. 이런 이벤트로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활발하게 주식을 거래하고, 그에 따라 수수료 수익이라도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시장에선 지난 5일 엘리엇의 주주서신에 대해 삼성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말을 두고도 '검토'의 가능성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실제 이 멘트는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 검토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우스우니 한 얘기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번 지주회사 개편 기대감이라는 허상의 수혜자는 증권사와 엘리엇이다. 그 희생양은 결국 개미투자자들이 될 것이다.

엘리엇은 '삼성이 원하는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는 명분론을 내세워 순진한 여론을 등에 업고 치밀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우리의 이런 좋은 조건에도 삼성이 응하지 않는다'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해 '고액배당'의 목적을 향해 달릴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삼성은 물론 우리 내부의 희생도 불가피하다. 외국 금융자본의 먹튀를 수없이 봐온 상황에서 이같은 사안을 순진하게 봐서는 안되는 이유다.



칼럼목록

종료된칼럼

오늘의 꿀팁

  • 날씨
  • 내일 뭐입지

많이 본 뉴스

법률N미디어 네이버TV
머니투데이 초성퀴즈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