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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가는 이음새'를 짓고 '숨 쉬는' 삶을 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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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양주(경기)=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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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0.12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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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현장을 가다] <7>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 대목장 이야기

[편집자주] 일상에 흩뿌려진 삶의 방식들이 백년이 지나고, 천년이 지나면 '유산'이 됩니다. 무형문화유산은 그 중에서도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즉 형태가 없는 유산이지요. 눈으로만 봐야 하는 유형유산과 달리, 무형유산은 시각‧청각‧촉각‧후각‧미각을 다 사용해야만 가치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답니다. 그만큼 관심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접하기 어렵지만 진짜 우리의 문화, 즉 사람으로부터 사람에게 전해져 온 오랜 이야기는 유형유산보다는 무형유산에 훨씬 더 짙게 배어있습니다. 두 발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농축된 이야기가 담긴 삶의 터전을 찾아가보려고 합니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만난 최기영 대목장(오른쪽)과 그의 제자들. /사진제공=최기영 대목장 전수관
경기 남양주시에서 만난 최기영 대목장(오른쪽)과 그의 제자들. /사진제공=최기영 대목장 전수관
"뚝딱뚝딱" "위잉위잉"

두 팔을 활짝 벌려 껴안아도 한참이 모자란 두꺼운 통나무의 표면을 가다듬고 모난 부분을 잘라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달 초 찾은 경기 남양주시의 대목장 전수관, 최기영(71) 대목장과 그와 함께 작업하고 있는 대목수들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전통건축은 뼈대부터 벽체, 온돌, 기와, 마감재 등 모든 것이 전부 자연으로부터 얻어진 소재입니다. 집 전체가 미세하게 숨을 쉬기 때문에 기관지염이나 아토피같은 병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고, 더 나아가 인간의 마음을 정화할 수 있어요."

최 대목장의 설명처럼 그의 전수관에 있는 모든 재료는 전부 자연의 소재였다. 나무를 깎는 청량한 내음이 퍼져나오는 것만 같았다. 대목장과 대목수들이 흘리는 땀조차 건강해 보였다.

전북 남원시에 위치한 '남원예촌'. 최기영 대목장, 이근복 번와장, 박만수·박강용 옻칠장, 유종 토수 등 인간문화재들이 협업해 만든 정통 생활 한옥이다. /사진=김유진 기자
전북 남원시에 위치한 '남원예촌'. 최기영 대목장, 이근복 번와장, 박만수·박강용 옻칠장, 유종 토수 등 인간문화재들이 협업해 만든 정통 생활 한옥이다. /사진=김유진 기자


옛 건축물을 통해 예술가적 창의성을 뽐내다

'대목장(大木匠)'은 한국의 전통 목조 건축을 짓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목수를 일컫는다. 그들의 활동 범위는 전통적인 한옥에서부터 궁궐이나 사찰과 같은 기념비적 목조 건축물에 이르는 역사적 건축물의 유지보수와 복원, 재건축에까지 이른다.

현재 대한민국에 단 3명(최기영, 전흥수, 신응수)이 존재하는 국가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은 지난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전통의 건축기법을 적용해 기념비적인 옛 건축물들을 복원하는 작업에 종사하면서도 예술가적 창의성을 발휘해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재해석하고 재창조한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은 것이다.

대목수 가운데서도 대목장은 건축물의 기획·설계·시공은 물론 수하 목수들에 대한 관리 감독까지 전체 공정을 책임지는 장인이라고 할 수 있다. 대목장이 완성한 목조 구조물들은 하나같이 우아하고 간결하며 소박한데, 이런 점은 고스란히 한국 전통 건축의 고유한 특징이기도 하다.

부지 선정부터 규모를 고려한 설계까지 담당하는 대목장은 이후 목재를 고르고 형태를 만드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을 전부 관리하는 '총감독'인 셈이다. 수십 년 동안 쌓인 기법을 가진 대목장의 진두지휘 하에 대목수들이 일사불란하게 만들어 낸 건축물은 천 년을 견딘다.

대목장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재를 모아 못을 사용하지 않고 서로 이어 '이음새'를 창조하는 것. 최 대목장은 "현대 건축은 수십 년이면 끝나지만, 한옥을 잘 지으면 500~1000년을 간다"며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소나무가 천 년을 살고 이후 목수 손을 빌어 천 년을 산다는 뜻)'이라는 말이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옥은 '숨 쉬는 건축물'…"요행을 바라지 마라"

최 대목장과 이근복 번와장, 박만수·박강용 옻칠장, 유종 토수 등 인간문화재들은 최근 전북 남원시에 '남원예촌'이라는 이름의 전통 한옥 숙소를 세웠다. 그동안 '전통사찰건축'의 대가라 불리며 불교 건축을 주로 해 왔던 최 대목장에게는 새로운 시도였다.

"한옥 체험을 하러 온 사람들이 '전통 건축이 맛과 멋이 좋다고들 하는데, 왜 그럴까' 할 때 그 이유를 제시해야 하지 않겠어. 일단 한옥에서 머무는 동안 그 맛과 멋을 확실히 알아야, 내 것이라고 느끼게 되는 거고."

사람들이 이곳에 머물면서 한옥의 맛과 멋을 알게 하기 위해 단지 체험단지 정도로 계획된 시설을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공법으로 공들여 지었다는 것이다. 콩기름을 먹인 한지를 장판으로 깔고, 나무에는 전통 옻칠로 마감해 시간이 지날수록 고급스러운 빛이 나게 될 것이라고 최 대목장은 설명했다.

그동안 최 대목장의 손을 거쳐간 옛 건축물은 셀 수도 없이 많다. 2000년부터 10년동안 충남 부여군에 지어진 '백제문화단지' 내 목조건물 187동과 능사 5층 목탑도 그의 손을 거쳤다. 정읍 내장사, 공주 마곡사, 당진 다산초당, 강화 보문사, 영주 부석사 등 전국의 대표적인 사찰의 건축물들에 그의 혼이 담겼다.

최근 서울 종로구 북촌, 익선동 등에서 불고 있는 한옥 개조 바람, 그리고 전국 각지의 한옥주택 열풍에 대해 물었다. "열풍이 분다고 형식만 갖춰서 대충 만들려고 하다 보니 한옥의 가치가 퇴색되는 거야. 한옥은 놀이터가 아니라, 삶이 녹아들 때 진짜 의미가 있어. 요행을 바라면 안 되는 건축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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