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오동희의 思見]장갑을 벗을 때까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머니투데이
  • 오동희 기자
  • 2016.10.11 14:36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글자크기조절
  • 댓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 포수이자 메츠 감독을 역임했던 요기 베라의 유명한 말이다.

1973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메츠가 시카고 컵스에 9.5게임 차로 뒤져 지구 최하위를 달릴 때 "시즌이 끝난 것 아니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후 메츠는 컵스를 제치고 당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했고, 그의 이 말은 메이저리그의 전설적 명언으로 남게 됐다.

[오동희의 思見]장갑을 벗을 때까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골프 격언에도 "골프 장갑을 벗을 때까지는 승패를 모른다"는 말이 있다. 18홀까지 가는 중간 과정에 '좋고 나쁨'이 있을 수 있고, 최악의 샷보다 더 나쁜 샷이 나올 수도 있지만, 중간에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얘기다.

18번째 홀을 마치기 전까지 어떤 변수와 상황이 전개될지 모른다는 말이기도 하다. 중간중간에 실수가 있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30조원 배당 요구 공세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갤럭시노트7의 소손(燒損: 불에 타서 부서짐, 발화)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말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을 처음 출시할 때만 해도 홍채인식과 방수기능 등 다양한 기능으로 소비자들에 크게 어필하며 큰 기대를 모았지만, 그 출발점에서 배터리 발화라는 '해저드(장애물)'를 만났다.

이 헤저드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무리하게 그 자리에서 탈출하려 하기보다는 '1벌타'를 받고, 뒤로 물러나 다시 출발했다.

해저드에 빠진 원인인 스윙 자세를 점검해보고 잘 될 것으로 생각했던 두번째 샷을 날렸는데, 갤럭시노트7은 또 다시 OB(아웃 오프 바운즈: 골프 코스의 그 홀의 경계를 넘어선 지역)의 상황에 처했다.

배터리를 교체한 새 갤럭시노트7이 다시 출발해 공이 떨어진 자리가 OB지역인지, 아닌지는 명확치 않지만 공이 떨어진 지점에 가서 공을 찾으며, 'OB냐 아니냐'를 다지는 데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제품생산과 판매, 교환 중단의 초강수를 두고, 삼성전자는 다시 처음 출발했던 티박스 쪽으로 이동하는 상황이다.

분명 이번 갤럭시노트7의 소손문제는 소비자들에게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이다. 문제는 상처만 남긴 채 샷이 해저드에 빠지거나 OB가 났다고 해서 여기서 경기를 멈출 것인가 하는 것이다.

친선 골프에선 '멀리건(벌타 없이 다시 한번 칠 수 있는 기회)'도 받을 수 있고, 실제 경기에서도 이번 경기를 포기하더라도 다음 대회가 있지만 기업의 운영은 그렇지 않다. 기업경영은 한번 포기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중간 과정에 어떤 일이 있었더라도 18번홀까지는 최선을 다해 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을 삼성의 '최대위기'라고 말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기회에 자신의 스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세계 최고의 골퍼였던 타이거 우즈도 항상 티칭프로로부터 스윙을 체크하고 교정하지 않았던가.

삼성전자의 오늘이 있기까지 수많은 제조 노하우와 경쟁력은 골프 스윙의 근육처럼 고스란히 삼성의 제조업 근육에 그대로 메모리돼 있다.

수십년을 이어온 이 근육이 한순간의 실수를 범했을지 모르지만, 제대로 교정을 통해서 제자리를 찾는다면, 이번 위기는 극복될 것이고 한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초기 소손 사고 이후 삼성전자의 대응은 빠르고 신속했다. 그때 완벽한 해법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또다시 불거지는 이번 논란에 대해서도 생산 및 판매 중단 등 초강수 대응으로 나서 그 막대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방향으로 보인다.

국내 KLPGA 5회 우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하고, LPGA 투어 5승 중 3승도 역전승으로 이끌어낸 '역전의 여왕' 김세영 프로는 역전우승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맞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잘 되더라"라고 말했다. 경쟁자와의 싸움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것이다.

삼성전자에게 현재 주어진 상황은 명확하다. 다시 티박스로 가서 해저드와 OB가 된 스윙의 문제점을 체크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티샷하는 것이다. 수십년 쌓아온 위기극복의 DNA가 내재된 잘 발달된 제조업 근육이 아직 삼성에게는 있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이겨나갈 때다. 아직 장갑을 벗기에는 많은 홀이 남아 있다.



칼럼목록

종료된칼럼

오늘의 꿀팁

  • 날씨
  • 내일 뭐입지

많이 본 뉴스

법률N미디어 네이버TV
머니투데이 초성퀴즈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