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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앞 ‘조용’, 골목에선 ‘수다’…공간의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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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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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0.1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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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공간에서 사람의 심리 꿰뚫는 신경건축학의 현재와 미래

빌딩 앞 ‘조용’, 골목에선 ‘수다’…공간의 마술
마카오나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는 돈을 잃을 것을 알면서도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대형 마트 입구에 과일을 배치하면 그 형형색색의 미학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처럼, 카지노도 영악한 공간 배치에 주목한다. 입구는 곡선으로 꾸며 안쪽이 안 보이고, 슬롯머신은 자신을 은폐하면서 주변을 볼 수 있도록 배치된다.

도박장의 목표는 ‘사실상 돈을 잃는 데도 따고 있다는 환상’ 속에 머물도록 비현실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최근 카지노는 ‘놀이터 카지노’로 진화했다. 세계 유명 랜드마크 모형을 만들고 자연을 닮은 인테리어를 조성하는 식이다.

공간을 변화하면 사람의 마음도 움직인다. 욕망을 자제할 수 없도록 만들려면 인간의 뇌를 분석해 이에 맞는 ‘과학적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 사람 바로 옆에 섰을 때 느끼는 묘한 불안감이나 빽빽이 들어찬 방 안에서 급습하는 공황상태의 당혹감은 공간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와 직결한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 신체 반응에 강력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공간과 인간의 뇌, 심리의 역학 관계를 조명하는 분야가 신경건축학이다. 공간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뒤흔드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인지신경과학자인 저자 콜린 엘러드는 이를 ‘심리지리학’이라고 부른다.

코엑스 같은 대형 쇼핑몰과 신사동 가로수길을 찾는 사람들의 반응을 조사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저자는 비슷한 형태의 실험을 도심 한 블록을 차지한 대형 식품 매장 앞길과 개발이 덜 된 작은 상점들이 들어선 길, 두 곳에서 참가자의 반응을 조사했다.

무미건조한 대형빌딩 앞에서는 조용하고 움츠러들고 수동적인 모습을 보인 반면, 좁은 골목에선 활발하고 수다스러웠다. 인간은 곡선에서 본능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며, 굽은 길모퉁이에선 다가올 것을 호기심 있게 지켜보는 심리가 작동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저자는 “건물 하단 3m 정도만 외관과 물리적 구조를 바꿔도 도시를 이용하는 방식에 극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책은 인간이 건축을 통해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을 어떻게 만들었고, 두 공간은 우리를 어떻게 움직이는지 인간의 다양한 정서를 축으로 삼아 설명한다. 로저 울리히는 창밖으로 푸른 자연이 내다보이는 병실의 환자가 벽돌담만 보이는 병실의 환자보다 빨리 낫는다는 유명한 연구 결과를 내놓은 환경심리학자다. 그의 결과는 자연이 치유 효과를 지녔다는 상식적 믿음을 유발했고 자연에 끌리는 현상은 인간의 본능임을 전파했다.

가상현실(VR)이 보편화하는 시대에 인공적 자연의 공간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테마파크나 박물관이 시도하는 4D 체험이나 가상현실에서 재현된 허상의 이미지에 우리가 더 집중하는 것도 인간의 현대 정서에 부합하는 공간의 재해석과 연결된 지점이다. 이제 실재하는 화석 쪼가리보다 가상현실의 공간이 구현한 실제 타리노사우르스에 사람들은 더 열광한다.

권태와 불안의 정서를 얘기할 때 도시라는 배경을 빼놓을 수 없다. 좋지 않은 도시설계는 권태의 급속한 확산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 저자는 “좋은 도시의 거리는 평범한 보행자가 시속 약 5km로 이동하면서 약 5초에 한 번 꼴로 흥미로운 장소가 보이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베드로 성당에서 느끼는 경외감이나 우주탐사자들이 갖는 경외감 등 의외의 공간이 주는 정서적 힐링에서 인간은 어떤 사회적 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들도 세세히 열거돼 있다. 저자는 “첨단기술의 시대에도 공간이 주는 힘은 적지 않을 것”이라며 “이 ‘공간’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어디에 도달할 것인지 신중한 자세로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콜린 앨러드 지음. 문희경 옮김. 더퀘스트 펴냄. 372쪽/1만7000원.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6년 10월 14일 (08:11)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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