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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 뭔가 잘못 됐어!" 힌트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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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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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0.24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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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과학문학공모전 단편소설] 우수 '코로니스를 구해줘' <4회>동물 좀비의 공격…다음 단계로 가는 열쇠를 찾아라

일러스트=디자이너 임종철
일러스트=디자이너 임종철
3.

빗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떠보니 주노는 교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치로 봐서 교실 오른쪽 구석 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반 아이들은 아침부터 흐리고 눅눅한 날씨 탓인지 축 늘어져 있었다.

그녀는 일어나자마자 목을 매만졌다. 구멍이 뚫리기는커녕 흉터조차 남아있지 않은 깨끗한 피부의 감촉이 느껴졌다. 목에서 울컥 뿜어져 나와 상체를 적셨던 핏덩어리도, 목에서부터 시작되어 정수리까지 내달리던 통증과 충격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있었다.

그러나 방금 전 일은 꿈이 아니었다. 죽음의 기억은 그녀의 목에 꽂혔던 쇠자처럼 뇌리에 단단히 박혀 들어갔다. 지금껏 여러 번 VR 공포게임을 플레이 해봤지만 이처럼 찜찜하고 구역질나는 감각은 느낀 적이 없었다.

그녀는 손목을 확인해봤다. 스마트 워치가 온데간데없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그것이 없으면 현재 네티즌의 반응도, 방송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혹시나 해서 주변을 둘러봤다. 시계를 훔쳐갔을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파마머리의 교사가 책상 사이를 오가며 책을 읽고 있었다.

신지수 선생님은 국어 담당교사로 1학년 8반의 담임이었다. 그녀는 8반의 담임을 맡게 되자 가장 먼저 조회시간에 논어 읽기를 도입했다. 고전읽기를 통해 학생들의 인성을 함양하겠다는 취지는 좋았으나, 학생들은 공자님의 말씀에 도통 관심이 없었다. 특히 아침 조회 시간에 들려오는 논어 구절이란 잠이 모자란 학생들에게 있어 자장가나 다름없었다.

“논어(論語)의 양화(陽貨) 편에는 ‘배우지 않아 생기는 여섯 가지 폐단’이라는 대목이 있어. 그 중의 일부를 지금 읽어줄 테니까 잘 들어봐.

“인(仁)을 좋아하면서 배우는 것을 싫어하면 어리석어지는 폐단(弊端)이 생겨난다.”

선생님이 논어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야. 아무리 착한 마음씨를 지닌 사람이라도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동정심을 유발하는 사기꾼에게 속아 넘어갈 수 있다는 뜻이지. 너희들은 선과 악이 만화영화나 드라마처럼 쉽게 구별된다고 믿고 있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아. 특히 스스로를 착하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거짓말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왜냐하면 ‘선하다’는 말을 ‘타인을 의심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로 잘못 해석하기 때문이야.

그래서 선생님은 주변 사람들에게 착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학생일수록 타인을 의심하는 법을 알아둬야 한다고 생각해. 너희는 가장 믿었던 사람의 거짓말이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지 알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니까.”

학생들 대부분은 선생님의 훈화를 그저 그런 설교로 치부하며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엎드려 잠을 청하거나 책상 밑으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아이도 있었다. 반면 맨 앞자리에 앉은 백아영은 언어영역 1등급의 모범생답게 선생님의 강독을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주노가 앉아 있는 자리는 아영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녀는 일단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강독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은 비디오 화면을 앞으로 되감은 것처럼 같은 부분을 반복해서 읽고 있었다. 주노는 옆 자리에서 졸고 있는 여학생의 어깨를 살짝 밀쳐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몸을 건드려도 여학생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건 게임이야.’

주노는 속으로 읊조렸다.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특정한 행동을 해야만 해. 하지만 그 조건이 대체 뭐냔 말이야?’

“유야, 너는 육언육폐(六言六蔽)에 대해 들었느냐. 아직 듣지 못하였습니다. 앉거라, 내 너에게 들려주마…지혜를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폐단은 방탕하여 지고, 신의를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폐단은 의를 해치게 되고, 정직함을 좋아하면서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폐단은 가혹하게 되는 것이니…….”

선생님의 말소리가 전보다 확연히 빨라지고 있었다. 두 배 속도로 재생되는 음악처럼 발음이 뭉개지고 음성은 찢어지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쇠자로 교탁을 두드려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주노의 목을 꿰뚫었던 흉기이기도 했다.

선생님은 일정한 박자에 맞춰 쇠자로 나무판자를 두들기고 있었다. 탁, 탁, 타닥, 탁, 주노는 이 소리가 머지않아 그칠 거라고 생각했다. 탁, 탁, 타닥, 탁, 그녀는 어째서 아이들이 이렇게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도 깨어나지 않는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다. 탁, 탁, 타닥, 탁, 교실 안이 왜 이렇게 덥지? 탁, 탁, 타닥, 탁, 탁, 가슴이 답답해. 탁, 탁, 타닥, 탁, 타닥, 탁, 마구 흔들리는 버스 안에 있는 것처럼 명치가 꽉 막혀 왔다. 탁, 탁, 타닥, 탁, 탁, 타다닥, 주노는 갑자기 헛구역질이 나와 입을 틀어막았다. 탁, 탁, 타닥, 탁, 탁, 저 쇠자를 빼앗아 선생의 목구멍에 찔러 넣고 싶다. 탁, 탁, 타닥, 탁, 탁, 탁, 탁, 탁, 타닥타닥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쳐! 제발 좀 닥치란 말이야!”

주노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두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는 주먹으로 책상을 몇 번이나 내리치다가 이내 앉아있던 의자마저 냅다 집어던졌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그녀를 돌아보지 않았다.

앞자리에 앉은 백아영도 마찬가지였다.

주노는 관객이 외면하는 연극 무대에서 독백을 하는 삼류배우가 된 기분이었다. 그녀는 학생들의 눈치를 보다가 자신이 집어 던진 의자를 들고 제자리로 되돌아왔다. 마치 학급에서 상대해주는 사람이 없었던 어린 시절의 모습처럼 말이다.

그때 누군가 주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녀는 깜짝 놀라 옆을 돌아보았다. 방금까지 졸고 있던 여학생이 무표정한 얼굴로 쪽지를 건네 왔다.

두 번 접힌 노란색 포스트잇.

겉에는 파란색 펜으로 이니셜 ‘Y’가 쓰여 있다.

주노는 그것만으로도 쪽지를 보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주노는 아영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펼쳤다.

도망쳐

쪽지를 읽은 순간, 주노는 형언할 수 없는 한기를 느꼈다.

반 아이들이 일제히 주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모두 사람 얼굴 대신 동물의 머리를 달고 있었다.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앵무새와 거북이의 머리를 가진 놈도 있었다. 그것들의 털은 하나 같이 지저분하고 진드기가 잔뜩 붙어 있었다. 앵무새는 목의 깃털이 죄다 뽑혀나가 상처에서 진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삼색 고양이는 한쪽 귀가 잘려나가고 주둥이에 있어야 할 털이 절반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리트리버는 화상을 입은 것처럼 얼굴 반쪽이 뭉그러져 있었다. 주노는 급작스럽게 코를 찔러오는 악취에 눈앞이 아찔해졌다. 방금까지만 해도 깨끗했던 교실 바닥이 동물의 배설물과 파리 떼로 뒤덮였다. 주노는 종아리와 치맛자락에 들러붙은 구더기를 보고는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몸에 붙은 구더기를 마구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펄쩍펄쩍 뛰었다. 그녀는 어느새 시청자들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대여섯 살 어린애처럼 마구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었다.

그것들 사이에서 선생님과 아영만이 사람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교실 문을 향해 달려갔다. 문은 굳게 닫혀 열리지 않았다. 주노는 창문으로 달려가 주먹으로 유리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PD님, 나 이거 못해요! 이 게임은 뭔가 잘못됐다고! PD님!”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카메라를 향해 소리치던 그녀는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아 구토를 시작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오이와 당근, 샐러리 밖에 먹지 않은 탓에 입에서 초록색 토사물이 쏟아져 나왔다.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아봤지만 위액이 콧구멍까지 비어져 나와 역효과만 났을 뿐이었다. 눈물과 콧물을 질질 흘리며 기침을 하던 그녀는 쓰디쓴 위액을 왈칵 뱉어냈다.

그녀는 여전히 앞만 바라보고 있는 아영을 향해 소리쳤다.

“아영아! 나야, 장준오! 내 말 안 들려?”

주노가 애타게 부르는데도 아영은 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때 주노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눈 깜빡할 사이 선생님의 얼굴이 하얀 깃털로 뒤덮이더니, 입술이 길쭉한 부리로 변해 앞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부리는 도저히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길이까지 늘어났다. 주노는 귀청을 때리다 못해 고막을 찢어놓을 듯한 까마귀 울음소리에 귀를 감싸고 쓰러졌다. 그녀는 엉엉 울면서 구더기와 정체 모를 오물과 파리 떼가 뒤엉켜 있는 바닥에 엎드려 기었다.

의자가 뒤로 밀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누가 스피커폰을 꺼버린 것처럼 까마귀 울음소리도 뚝 끊겼다. 주노는 하도 울어서 퉁퉁 부운 눈꺼풀을 억지로 떠 교실 앞을 바라봤다.

백아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영아…….”

주노가 이름을 부르자 아영은 고개를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아영의 얼굴이 보이려던 찰나, 흰 까마귀가 그녀의 앞을 가로 막고 괴기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길쭉한 날개로 변한 양팔을 푸드덕 거리며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주노는 하얗게 질린 채 멍하니 그것을 바라봤다.

낄낄대던 흰 까마귀는 날개를 들어 주노를 가리켰다. 그러자 동물 머리를 단 좀비들이 일제히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리트리버가 목을 물어뜯는 것을 시작으로 샴 고양이가 손톱으로 그녀의 얼굴을 걸레 찢듯이 찢어놓았다. 뺨에 붙어 있던 살갗이 뭉텅이로 떨어져 나가자 불에 타는 듯한 격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주노는 마구 비명을 지르며 팔다리를 버둥거렸지만, 좀비들은 이내 그 팔다리마저 잡아뜯어버렸다. 그녀의 몸에서 몇 리터는 되는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나왔다. 좀비 무리는 주둥이에 피를 묻혀가며 그녀의 근육과 살점, 내장들을 걸신들린 듯 씹어 먹었다. 그 위에 올라탄 앵무새가 아수라장 속에서 피에 젖은 눈알을 건져내 부리로 꿀꺽 삼켰다.

이윽고 까마귀 소리가 멈췄다.

*제목은 연재를 위해 편의상 붙인 것으로 원작품엔 부제가 없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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