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주식버블 터뜨리겠다" 대선후보의 '흙빛' 공약

머니투데이
  • 강상규 소장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VIEW 35,850
  • 2016.10.16 08:00
  • 글자크기조절
  • 의견 남기기

[행동재무학]<157>대통령의 주식평가가 정답이라는 위험한 발상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 “주식시장은 온통 거대한 버블(bubble)이다. 주식 내다 팔아라.”

지난 8월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는 미국 주식시장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의해 인위적으로 부풀려져 있다며 거칠게 항의했다.

사실 트럼프의 주식시장 막말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기 전에도 트럼프는 여러 차례 주식시장에 대해 불만과 저주를 내뱉었다. 따라서 이번 막말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자격으로 대선을 3개월 앞두고 나온 공식적인 발언이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번 막말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주식시장 버블을 터뜨려 주가를 떨어뜨리겠다는 섬뜩한 경고가 내포돼 있었다.

대통령 후보라면 대개 경제를 부활시켜 주가를 띄우겠다는 '장밋빛' 공약을 내거는 게 정상인데, 트럼프는 정반대로 주가를 떨어뜨리겠다는 '흙빛' 공약을 하니 차라리 저주(curse)로 부르는 게 맞다.

세상에 주가를 떨어뜨리겠다는 공약을 내거는(=저주를 내뱉는) 대통령 후보가 어디 있단 말인가?

더 섬뜩한 것은 주식의 가치평가(valuation)를 대통령 자신이 직접 결정하겠다는 위험한 암시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판단이 정답이라고 우기면서 막무가내로 밀어부치는 게 더 무서운 일이다.

# “주가수익배수(PER)가 장기투자자에게 유리한 수준에 근접했다.”

지난 2009년 3월3일 대통령에 취임한 지 두 달도 채 안 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불현듯 주식에 대해 한마디 했다. 주가가 많이 떨어졌으니 장기투자자는 이제 주식투자에 나서면 좋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투자의견이었다.

하지만 당시 주식시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그에 따른 금융위기 여파로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투자와 거리가 먼 오바마 대통령이 주식시장에 대해 한마디 했으니 세간의 논란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세상은 대통령이 주식시장이나 주가에 대해 한마디 하면 모두 귀를 쫑긋한다. 대통령의 말을 신뢰하기 때문이 아니다. 대통령의 주가 예측이 얼마나 틀렸는지 두고두고 놀리기 위해서이다.

귀신도 모른다는 주가 전망을 대통령이 함부로 했다간 여론의 뭇매를 맞기 십상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임기 중에 주식시장이나 주가에 대해서 잘 언급 하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오바마 대통령의 주가 발언은 적중했다. 그의 주가 발언이 있은 후 6일 뒤 뉴욕증시는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고 거짓말같이 그 이후부터 기록적인 반등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거의 8년 가까이 랠리를 이어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주가 발언은 우연히 적중했지만 매우 위험한 발언이었다. 그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었는지 2014년 7월 증권방송 CNBC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또 한번 주가에 대해 언급을 할 기회를 가졌는데 이번엔 "주식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라"라며 주식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 “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내 주가 3000시대를 열겠습니다.”

현직 대통령과 달리 대선을 앞둔 대통령 후보는 주식시장이나 주가에 대해 훨씬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경향이 있다. 주로 한 표라도 더 얻을 요량으로 '장밋빛' 주가 전망을 내놓는다. 심지어 “주가 0000시대를 열겠다”는 등의 대통령 능력 밖의 대선공약을 내걸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지난 두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대통령 후보들은 어김없이 장밋빛 주식 공약을 쏟아냈다.

지난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닷새 앞두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여의도 대우증권 객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현재 주가가 저평가된 가장 큰 요인은 정권 때문”이라고 비난하며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내년엔 주가 3000, 임기내 5000까지도 가능하다”고 호언했다.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주식 공약은 좀 더 드라마틱했다. 박 후보는 2012년 12월 대선 하루 전날 여의도 증권거래소를 전격 방문해서는 “임기 중 코스피 3000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보다 5년 전인 2007년 대선을 8개월여 앞둔 한나라당 대권후보시절에도 “5년내 코스피 3000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대통령 후보들은 한결같이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경제를 회복시켜 주가를 올리겠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가 공약(公約)은 모두 허황된 공약(空約)으로 끝났거나 끝날 처지이다. 2007년 대선 공약이었던 주가 3000시대나 5000시대는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실현되지 못했다.

그리고 5년 뒤인 2012년 대선 때의 주가 3000시대 공약도 박 대통령의 임기내 실현이 매우 어려워 보인다. 아직 박 대통령의 임기가 16개월 가량 남았지만 주가 3000을 달성하기 위해선 앞으로 50% 가까이 급등해야만 가능하다.

트럼프의 '흙빛' 주식공약도 실현될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인다. 특히 지난주 자신의 과거 ‘음담패설’ 비디오가 공개된 이후 그의 대통령 당선 확률은 한자리수까지 추락한 상태다. 미국 대선을 3주 가량 남긴 지금 “주식시장 버블을 터뜨리겠다”는 그의 주식공약은 아예 시작조차 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6년 10월 16일 (04: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동학개미군단' 봉기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퀴즈 이벤트
부꾸미
사회안전지수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