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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익사범, 민간인 '학살'로 잊힌 고통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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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훈 기자
  • 2016.10.1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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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작가] <20> 옛 '고통'을 끄집어내 눈 앞에 펼치는 오석근

[편집자주]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갖고 있는 예술가들은 다른 예술가들의 세계를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름은 배움이다. 한 작가는 자신과 다른 예술 세계를 추구하는 또 다른 작가를 보면서 성장과 배움의 기회를 얻는다. 작가&작가는 한 작가가 자신에게 진정한 '배움의 기회'를 준 다른 작가를 소개하는 코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터뷰를 통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남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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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가 오석근이 공간해방에서 열었던 개인전 기억투쟁 전시 현장. /사진제공=오석근
사람 한 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한 복도의 실내등이 꺼졌다. 어두운 복도를 찾은 관객들에게는 손전등이 주어진다. 이들은 동굴 속을 거닐듯, 플래시로 앞을 밝히면서 한 걸음씩 전진한다. 플래시에서 나오는 빛을 받아 부분적으로 환해진 사진 설치물들이 이들의 시야에 들어온다. 시신, 포박된 채 총살을 앞둔 인물, 헌병 등의 대형 사진이 설치된 작품들이다.

현대미술가 오석근(37) 작가가 지난해 해방촌에 위치한 전시장, 공간해방에서 선보였던 개인전 '기억투쟁' 얘기다.

오 작가는 1950년대 초반 북한군이 학살한 민간인들의 시신 사진이나, 국군의 좌익 사범 처형 장면 등을 기반으로 한 사진 설치 작업을 선보였다.

그가 잊힌 과거사의 순간이 기록된 흑백 사진들을 과거사 관련 자료집 등에서 구해 확대한 뒤 전시장 복도에 배치한 작품들이다. 시간대와 장소가 서로 다른 사진들을 배치해 말하고자 한 것은 고통이다.

"다른 이가 경험한 처절한 순간을 드러내 관객들도 간접적으로나마 고통을 경험하게 하려 합니다. 우리도 이 같은 순간을 맞을 수 있다는 뜻에서 만든 작품들이지요."

그는 60년 이상 된 옛 사진들을 굳이 들춰내 전시장에 대형 설치물로 선보인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오석근의 교과서(철수와 영희) 프로젝트 일부. /사진제공=오석근
오석근의 교과서(철수와 영희) 프로젝트 일부. /사진제공=오석근

"처형의 순간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들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자료집들을 보면서 그렇게 느꼈죠. 그 직전 찍힌 사진에서 해맑게 웃던 이가 시신으로 발견된 사례도 있었어요. 처형당하기 직전까지 자기 운명도 모를 만큼 느닷없는 비극도 있었다는 뜻이에요."

오 작가는 국가로부터 당한 고통 또는 개인 차원의 고통을 '발굴'한다. 10여 년 전 그가 진행한 사진 프로젝트인 '교과서(철수와 영희)'는 개인이 자라며 경험한 고통의 순간을 전하는 대표적 작품이다.

그가 찍은 사진들에 교과서 속 인물인 '철수'와 '영희'를 모티브로 제작한 탈을 쓴 인물들이 등장한다. 숲 속에서 남자의 벌거벗은 아랫도리와 마주한 채 웅크린 영희의 모습은 꽤 충격적이다.

"여성들이 경험하는 성추행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어요. 어떤 이들은 어린 시절 당했던 이 같은 경험을 잊지 못한 채 성인이 되기도 하죠. 우리 성장 과정에서 있던 사건들을 주변인의 얘기 등을 통해 재구성한 프로젝트였습니다."

현대 미술가 윤대희는 오 작가에 대해 "사회나 개인의 삶을 직시하는 태도를 해학과 풍자로 표현한다"며 "때로는 그가 덤덤히 세상의 지나간 상처들을 '돌보는' 듯한 인상도 준다"고 평가했다. 탈을 쓴 인물 가운데는 바닷가에 혼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이의 사진도 눈길을 끌었다. 어떤 이유에선지, 견디기 힘든 외로운 감정이 물밀듯 닥쳐온 기억을 녹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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