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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빵] 힐링 메시지 걷어내도 재미가 살아있는 영화 '걷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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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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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0.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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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패기와 열정이 20대의 필수요소라 생각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분, 초 단위까지 촘촘히 쪼개고 또 쪼개 잠시의 빈 틈도 없이 100% 활용해야 잘 사는 거라 믿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말이 대단함을 넘어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깨달았다. 늘 빨리, 언제나 1등으로, 한시도 쉬지 않고 꿈과 열정을 불태우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과제였음을. 또 그렇게 살다간 단명(短命)밖에 할 게 없다는 사실을.

20일 개봉한 영화 '걷기왕'은 이처럼 남들과의 비교전, 속도전에 지쳐버린 청춘들에게 '빨리 뛰어갈 필요 없어' '너 자신의 속도대로 천천히 걸어도 돼'라고 말하는 작품이다. '선천적 멀미증후군' 때문에 어떠한 탈 것도 타지 못하는 여고생 이만복(심은경)이 담임선생님(김새벽)의 추천으로 육상부에 들어가 '경보'를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 사고들을 만화적 상상력과 경쾌한 유머로 버무렸다.


꿈도 열정도,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의지도, 하고 싶은 일도 딱히 없는 만복이의 삶은 한마디로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이다. 그런 그에게 뜬금없이 '경보 선수'라는 새로운 '할 일'이 생긴다. 늘 죽기 살기로 최선을 다하는 선배 수지(박주희)의 무심한 듯 다정한 조언과 격려를 받으며 경보에 재미를 좀 붙여가려는데 하필 육상대회가 서울에서 열린단다. 인천 강화도에 살고 있는, 심한 멀미 때문에 어디든 걸어가야 하는 만복에게는 절망적인 소식이다.

이 위기를 만복은 어떻게 극복했을까. 만약 당신이 만복이라면 어떤 방법을 쓰겠는가. 멀미가 오려는 걸 죽도록 참고 또 참아서 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무모하지만 서울까지 걷고 또 걸어서? 아니면 대회를 포기하고 늘 그래왔듯 복세편살?


'헬조선'에 태어난 죄로 도탄에 빠진 청년들을 향해 "자기비하와 비관, 불신과 증오는 결코 변화와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없다"며 "이제 다시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도전과 진취, 긍정의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대통령은 말했지만 '걷기왕'은 조금 다른 얘기를 한다. 열정? 패기? 1등? 빨리빨리? 온 몸을 불사르며 열심히? 남들도 다 하니까? 아니. 너가 하고 싶은대로, 너만의 속도대로 살아. 옆에서 앞에서 누가 어떻게 얼마나 하는지 곁눈질하지 말고 그저 너대로. 네 마음대로.

'조금 느려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이 영화가 물론 누구나에게 '힐링'이 되진 않을 거다. 꿈이 없는 만복,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수지, 공무원이 되어 칼퇴 후 집에서 맥주나 한 잔 때리고 싶은 만복의 친구 지현(윤지원) 등 영화 속 인물들 중 그 누구에게도 마음이 가지 않거나 이제는 '힐링'이니 뭐니 떠들어대는 것도 지겨워졌다면 '걷기왕' 역시 따분한 '청춘팔이' 영화일 수 있다.


다행인 건 '걷기왕'에서 메시지를 제거하더라도 '선천적 멀미 증후군'이란 허구의 질환으로 고생하는 만복의 이야기 자체가 재밌다는 점이다. 영화 '써니'의 나미가 떠오르는 심은경의 연기와 영화 곳곳에 배치된 코미디적 요소, 시트콤과 같이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 유행이 지난 지 한참 됐지만 언제 들어도 웃기는 리코더 BGM, 싱크로율 100%인 안재홍의 소 목소리 연기 등 재기발랄함이 두드러진다.

'걷기왕'은 백승화 감독이 연출하고 심은경, 박주희, 김새벽, 허정도, 윤지원, 이재진(우정출연) 등이 출연했다. 개봉 첫 날인 2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일일 박스오피스 4위(누적관객수 2만 93명)에 오르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꿀빵] 힐링 메시지 걷어내도 재미가 살아있는 영화 '걷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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