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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4차 산업혁명과 최순실공화국의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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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희 기자
  • 2016.11.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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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20년전인 1996년 미국의 벤처 기업 퀄컴이라는 곳이 디지털화를 준비하던 한국에 하나의 기술을 들고 왔다. 7명이 시작한 이 조그만 회사가 보유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이동통신기술을 한국의 디지털통신 기술의 표준으로 삼아달라는 것이었다.

[오동희의 思見]4차 산업혁명과 최순실공화국의 극복

미군의 통신 기술 민간 이양 과정에서 퀄컴이 도입한 이 기술로 그 이듬해인 1997년 가을, 한국에는 2세대 이동통신인 1.7GHz 대역의 PCS(개인이동통신서비스)가 시작됐다. 그 이후 지난 20년간 대한민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진화를 거듭한 ICT(정보통신기술) 국가가 됐다.

이처럼 한국에서 세계 최초 CDMA 상용화에 성공했던 퀄컴은 그 이후 특허료로 수십조원을 벌어들이며 성장했다. 그리고 그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지난달 27일 네덜란드 통신 차량용 반도체 회사 NXP를 479억 달러(약 53조 9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20년전 미래를 알 수 없던 벤처 기업이 새로운 성장을 위해 54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한방'에 쓰는 과감한 도전을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2일에는 미국 통신회사 AT&T가 방송사업자인 타임워너를 854억달러(약 97조 3560억원)에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AT&T는 1876년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험 벨이 처음 설립한 전화기 회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역사로 치면 140년을 이어온 셈이다. 그동안 독점금지법 등으로 쪼개고 붙이기를 반복한 이 회사도 생존을 위해 100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으며 변화의 몸부림을 하고 있다.

3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혜성처럼 떠오른 소프트뱅크도 인터넷 시대를 넘어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9월 초에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인 ARM을 240억 파운드(약 35조 4000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전세계 주요 기업들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좇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지금 한국은 어떤가. 퀄컴이 54조원을 투입해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할 때 퀄컴에 자양분을 제공했던 삼성전자와 SK, LG, KT 등은 '최순실게이트'의 덫에 발목이 잡혔다. 현대차나 포스코 등 국내를 대표하는 수출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최순실게이트는 아직도 떨쳐버리지 못한 후진적 정치시스템과 풍토의 잔재가 한국 사회에 패스트처럼 번져 있는 단면을 보여준다.

약 20년 전인 1995년 한 대기업 총수가 베이징 특파원 간담회에서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발언을 했다가 당시 김영삼 정부로부터 크게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지금 한국사회의 모습은 20년 전보다 한발도 나가지 못했다.

세계는 생존을 위해 패러다임 시프트 과정에 있다. 삼성전자와 시가총액(227조원)이 비슷한 AT&T(약 250조원)는 97조원을 투자해 기업을 인수하는데, 삼성전자 주변에서는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30조원을 현금배당 하라고 조르고 있다.

정치권에선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국내 1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사내 현금과는 다름)이 550조원이라며, 회초리를 들겠다고 벼른다. 법인세를 올려 복지재원으로 쓰겠다며 으름장도 놓는다.

삼성전자의 3분기말 현금 83조원은 AT&T의 기업인수 합병 1건도 할 수 없는 금액이다. 애플이 234조원, 마이크로소프트는 123조원의 현금으로 생존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엘리엇의 요구를 들어주고, 퀄컴처럼 괜찮은 반도체 기업을 하나 인수하면 통장 잔고는 '제로'다.

대기업 집단에서 빠진 카카오가 골목상권을 초토화시키고 있다며 규제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데 세상은 이미 변하고 있고, 변해버렸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인공지능(AI) '알파고'로부터 얻었던 이세돌의 1승이 인류가 이 지구에서 AI로부터 이룬 유일한 1승일 수도 있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세상은 절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부정을 뿌리 뽑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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