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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기업 팔목이 부러질 때까지 꺾지는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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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희 기자
  • 2016.11.0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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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통령께서 까부는 언론사 사장들 겁준다고 경향신문 하나만 골라서 사장을 국가보안법으로 구속시킨 적이 있었어." "재벌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안낸다면 말이야. 경향신문 족치듯이 딱 한놈만 골라서 패버리면 된다 이말이야. 그럼 다 알아서 기지 않겠어?"

산업1부 재계팀장(부장)
산업1부 재계팀장(부장)
2005년 절찬리에 방영됐던 MBC 드라마 제5 공화국 34화 '국제그룹 해체'에 나오는 이덕화(전두환 역)의 대사 중 하나다. 여기서 박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고, 경향신문 사장은 당시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혐의로 구속된 이준구 사장이다.

12.12 군사쿠데타에 성공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기업들로부터 '삥을 뜯으면서' 손 본 그 '한놈'에 걸린 기업이 당시 재계 서열 7위였던 '국제그룹(회장 양정모)'이다. 국제그룹은 전두환 군사정권에 밉보이면서 1985년 2월 그룹 전면해체방침이 제일은행으로부터 나오고 1주일 만에 공중분해됐다.

1993년 대법원이 공권력의 과도한 행사로 재계 서열 7위 기업인 국제그룹이 해체된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지만, 2009년 양정모 회장이 타계할 때까지 자신이 키운 기업을 되찾지는 못했다.

민주화 이전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력은 '부패 기업인 척결'을 명분으로 내걸어 민심을 끌어들이는 한편, 뒤로는 통치자금이라는 명목으로 기업의 팔을 비틀어 사적이익을 챙기는 데 급급했다. 국제그룹의 경우에는 팔을 비틀다 못해 아예 부러뜨린 경우다.

5.16 직후에도 정권은 부패기업인 척결을 명분으로 내세웠고, 기업이 국가를 위해 기여하라며 정치권의 창구역할을 하는 한국경제인협회(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설립했다. 1961년 설립 이후 때로는 기업의 요구사항을 정부에 전달하는 창구역할을 했지만, 정부의 요구사항을 기업에 전달하는 몫이 더 컸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씨가 설립에 관여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도 이 전경련을 창구로 순식간에 774억원이라는 돈을 걷었다. 청와대에서 좋은 일에 쓰겠다는 데 이를 거부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기업들에게는 국제그룹 외에도 많은 사례가 있지만, 1주일만에 공중분해된 '국제그룹'의 강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최고권력자의 눈밖에 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기업 생존본능의 DNA는 요구를 거부하기보다는 순응하는 것을 택해왔다.

이번 정권 들어서도 이같은 '팔 비틀기'는 여전했고, 급기야는 CJ 이미경 부회장에게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라는 'VIP(대통령) 지시사항'이 청와대 수석을 통해 기업 회장에게 전달되는 믿지 못할 형국까지 벌어지고 있다.

전임 대통령 비서실장의 말을 빌자면 '봉건시대에서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대한민국의 정치권과 기업 사이에 2016년 현재에도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기업이 정치권에 줄을 대면 반대급부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측도 있지만, 글로벌 경쟁을 하는 선진 기업과 국내에서만 머문 후진화된 정치 사이에서 기업이 정치권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단지 바라는 것은 무엇을 도와달라는 게 아니라 '발목만 잡지 말고 팔목만 비틀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그동안 정치권의 팔목 비틀기는 그 한계를 넘어서 팔이 부러지기 직전이다. 이젠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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