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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닫힌 대학의 문, 미등록 이주청소년 방치가 국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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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필규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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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1.1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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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공감'합니다…'나·너·우리'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나이지리아 국적의 A양은 한국에서 태어났다. 체류자격이 없는 엄마와 4명의 동생들과 산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 담임교사도, 지역 출입국관리소직원도, 그리고 교육청직원도 체류자격이 없어 고교 진학이 불가하다고 했다. 그러나 지인이 소개해 준 변호사를 통해 고교 진학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결국 졸업까지 했다. A양은 대학을 가고 싶었다. 좀 더 공부해서 취업하고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싶었다. 그러나 체류자격이 없으면 대학을 갈 수 없다. 적은 급여를 받으며 엄마 지인의 일을 돕고 있는 A양의 남동생도 이제 고3이다.

#4살 때 엄마를 따라 한국에 온 방글라데시 국적의 B군은 고3이다. 몇 년 전 대학에서 합격 통지를 받고도 체류자격이 없어 입학을 못했던 누나가 있다. B군은 크고 작은 청소년영화제에서 입상을 할 정도로 영화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꿈도 가지고 있다. 대학 합격 후 본국에 돌아갔다 오면 된다는 얘기도 들리고 실제 사례도 접하지만 본국에 들아갔다가는 영영 못 돌아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체류자격 없는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은 수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없고, 출생등록조차 되지 않는다. 체류자격을 취득하지 못하거나 상실한 이들 이주아동·청소년은 보육서비스, 학생으로서의 권리, 건강보험 혜택 등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이들의 존재를 확인할 유의미한 공적 기록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에서 보호 불능, 통제 불능의 상황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

의무교육은 법령상 보장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권리로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그 가능성을 열어놓았을 뿐이다. 학교와 지역사회 내 다문화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 대부분은 교사나 또래들로부터 무시당하거나 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대학 등 고등교육의 경우 유학비자가 없으면 입학이 불가하도록 제도가 구성되어 있다.

비록 초중등 공교육에 관한 것이지만 다음의 미국연방대법원 Plyler v. Doe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등록 이주아동의 교육접근권의 부정은 그들의 불완전한 지위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이 없는 아동에 대한 자의적인 분류를 통해 평생의 고통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들 아동은 그들의 부모의 행동이나 자신의 미등록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공교육의 박탈은 국가의 다른 혜택의 박탈과는 다르다. 공교육은 사회구조와 정치․문화적 전통을 유지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교육의 박탈은 개인의 사회적, 경제적, 지적, 그리고 심리적 안녕의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희생을 강요하고 자아실현을 방해한다."

미국의 경우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이 공립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을 금지하는 연방법은 없고 대부분 주에도 그러한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현재 약 20개의 주에서는 해당 주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학생들에게 거주민 학비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미등록인 상태에서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가 되는 사례도 있다.

미등록 이주아동․청소년은 상당 기간의 체류와 초중등교육을 통해 이미 한국의 한 부분이 되어 있다. 이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불안한 '하위문화'를 형성하는 것보다 충분한 교육을 받고 책임 있는 사회구성원으로 존재하는 것이 이들이 인권의 관점에서나 소위 '국익'의 관점에서나 바람직하다.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아동·청소년이 성인이 되고, 그 수가 수만에서 수십만에 이르게 될 것이다.

형식적 출입국 통제만을 강조하거나 이들을 무관심 속에 방치하는 것은 가장 취약한 집단 중의 하나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국가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나이지리아인 A양이 뒤늦게나마 대학을 가고, 방글라데시인 B군이 대학을 나와 꿈을 펼칠 수 있는 그런 사회여야 하지 않을까.

굳게 닫힌 대학의 문, 미등록 이주청소년 방치가 국익?
황필규 변호사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일하고 있다. 이주민, 청소년, 비정규직, 중고령자 등 취약한 지위의 노동자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공감은 국내 최초로 공익활동을 본업으로 삼은 비영리변호사단체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장을 통해 나의 '상식'이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세상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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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6년 11월 16일 (10:42)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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