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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내부자들 '이강희'의 오징어와 삼성물산 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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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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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1.25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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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의심' 통해 프레임의 왜곡 경계해야… 국민연금 평가손실 5900억은 명백히 왜곡된 숫자

"오징어 씹어 보셨죠? 근데 그게 무지하게 질긴 겁니다. 계속 씹으시겠습니까? (중략)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건 술자리나 인터넷에서 씹어댈 안줏거리가 필요한 겁니다. (중략) 적당한 시점에서 다른 안줏거리를 던져주면 그뿐입니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건 진실이 아닙니다. 욕하고 싶어하는 이에게는 욕할 거리를 주는 거죠.(후략)"

우민호 감독이 연출하고,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이 주연한 영화 '내부자들: 디오리지날'(감독판)의 엔딩 부분에 나오는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 분)가 교도소 소장실에서 누군가와 통화하면서 나눈 마지막 대사의 내용이다.

처음 일반에 상영된 내용에 포함되지 않은 감독판의 이 내용은 한국의 언론과 정치, 재벌 등이 국민들을 어떻게 보느냐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대목으로 소개되곤 한다.

"어차피 그들이 원하는 건 진실이 아니라 씹을 안줏거리다"라는 대목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영화 '내부자들: 디오리지널'의 엔딩장면
영화 '내부자들: 디오리지널'의 엔딩장면
한국 사회를 휩쓸고 있는 '박근혜-최순실게이트'에서 이뤄지고 있는 '기-승-전-최순실' 현상도 검찰이 발표한 부분의 99%는 사실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외에도 시중에 떠도는 얘기 중 상당 부분은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의 본질을 흐리거나 여론을 호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이강희가 말한 '그들'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실을 정확히 보고,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며 냉철하게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죄를 묻기 전에는 그 사실에 대해 '합리적 의심(reasonable doubt)'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이뤄졌는지를 따져 봐야 한다.

우리의 형사소송법 제307조(증거재판주의) ①항에는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고 돼 있고, ②항에는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돼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에 부당한 외압이 있었느냐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삼성이 국민연금에 외압을 행사해 삼성물산의 합병을 성공시켰다는 것을 전제로 하더라도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 정도는 해봐야 하지 않을까.

◇삼성물산 합병 후 국민연금 5900억원 평가손실은 명백한 왜곡이다=최근 회자되고 있는 국민연금 5900억원 평가손실 주장은 '평가손실'이 뭔지 개념도 모르는 '오보의 결정판'이다. 이 오보를 근거로 정치권에서는 삼성의 수천억원대 이익편취라는 비난의 목소리를 잇따라 내고 있다.

국민연금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합병 전 보유지분 가치는 합병 후 동일한 주식수를 토대로 해 11월 18일 종가 기준으로 각각 -2253억원과 -5582억원 떨어졌다. 합병비율 주식가격을 기준으로 하락률은 각각 11.17%로 동일하다.

일부에서 5900억원의 평가손실이 났다는 것은 더하기(국민연금의 합병 주총 후 매도지분)와 빼기(이 부회장의 합병 후 매입 지분)를 제대로 못한 계산 오류에 의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손실액이 부풀려졌고, 이 부회장의 손실액은 줄여진 오류다.

삼성물산 합병 후 국민연금의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이 이재용 부회장 주머니로 들어간 게 아니라 이 부회장의 손실이 2배 이상 많았다는 얘기다. '5900억원 평가손실' 주장은 잘못된 '프레임'에 갇힌 허구로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

이 부회장이나 국민연금의 주가 하락분은 국민연금이 합병을 반대해 무산됐든, 찬성 후 지분을 그대로 갖고 있었든 상관없이 시장 하락에 따른 영향이지, 합병 찬성에 따른 영향이 아니라는 얘기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 논란 정당한가=우리나라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76조의5(합병의 요건ㆍ방법 등)에 따르면 합병기준은 상장사일 경우 기준주가법에 따라 1개월 평균, 1주일 평균, 최근일 종가의 산술 평균에 따라 10% 범위(계열사간 합병) 내에서 할인 또는 할증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이 주가 계산법을 기준으로 1대 0.35로 계산됐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여러 가지 합병 비율은 법이 정한 기준이 아니라, 각자 자신들의 입장에서 유리한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엘리엇이 주장한 것은 자산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는 우리의 자본시장법에 위배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주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주가를 '억누르고', 제일모직의 주가는 '띄우는' 과정이 있었다는 가정을 펼치고 있다. 이는 주가조작이 증명돼야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논란의 가정대로 삼성이 주가를 주무를 능력이 있다면, 합리적 의심을 해볼 수 있다. 그런 능력이 있다면 삼성이 이런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합병 후 삼성물산의 주가를 적극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이 그런 능력을 보여준 대목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저평가됐다던 구 삼성물산의 건설부문 부실 2조 6000억원이 합병 이후 현실화됐다.

◇ISS가 반대했는데도 국민연금이 찬성했다?=합병 당시 상황을 보면 국제적인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국민연금에게 두가지 의견서를 냈다. 하나는 삼성물산 주주로서 합병에 반대하라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제일모직 주주로서 합병에 찬성하라는 의견이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지분을 각각 1조원 가량 가진 국민연금은 각각의 주주로서 이해상충 문제가 생긴 것이다.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이 부분에 대한 논의도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또 국민연금의 전체 포트폴리오와 국내 증시의 영향 등에 대한 분석도 진행했다. 국민연금이 당시 보유한 삼성 계열사의 주식은 22조원 가량이었다. 당시 ISS는 양사의 합병이 무산될 경우 주가 하락이 23% 가량 진행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합병이 무산됐다면 국민연금 전체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국민연금 내부 논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단순히 삼성물산 또는 제일모직의 주가 추이뿐만 아니라, 전체 국내 증시의 시장 영향 등도 따졌고, 이런 토론의 과정을 거쳐 12명의 투자위원회 위원 중 8명이 찬성했다. 여기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외부 의결권전문위원회로 넘기자는 절차적 내용에 대한 설명도 회의록에 포함돼 있다.

삼성이 청와대 등 외부의 힘을 통해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에 압력을 가했을 것이라는 추정은 충분히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이 또한 형사소송법에서 언급했듯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이 될 때' 비난해도 늦지 않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던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돈 5900억원이 삼성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주장은 진실이 아닐뿐더러 '프레임의 조작'이다.

던져진 씹을 안줏거리에 휘둘릴 때는 영화 내부자들의 이강희 논설주간의 말대로 움직이는 '그들'이 된다. 사실을 직시하고,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 냉정함이 필요한 때다.

산업1부 재계팀장(부장)
산업1부 재계팀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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