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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촛불] 풍자와 해학으로…촛불집회 더욱 뜨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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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1.2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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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발언에 실시간 반응…SNS타고 확산
'나쁜년', '병신년' 등 혐오 재확산 우려도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11월2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주최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촛불집회에서 학생들이 현 시국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11월2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주최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촛불집회에서 학생들이 현 시국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가히 풍자의 전성시대다.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가 한달째 이어지면서 온라인에는 이를 풍자한 드라마·영화 포스터부터 음악, 신문, 영상, 뉴스가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있다. 권력을 향한 날카로운 풍자는 널리 공유되면서 막힌 가슴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동시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촛불 정국에서 매 주말 집회를 뜨겁게 달구기 위한 불쏘시개란 평가도 받고 있다.

◇대통령 발언에 실시간 반응…SNS타고 확산

지난 4일 온라인상에는 '내가 이러려고 공부했나''내가 이러려고 대한민국 국민이 됐나' 등 '내가 이러려고 ~했나'는 패러디가 봇물 터진 듯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2차 대국민 사과에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며 사과 대신 토로를 하자 네티즌이 분노로 응답한 것이다.

대통령이 병원 진료 당시 드라마 '시크릿 가든' 여주인공 이름인 '길라임'을 가명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는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얼굴을 합성한 드라마 포스터가 등장하는 등 온갖 패러디, 풍자물이 인터넷을 뒤덮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촛불집회 폄하 발언에 네티즌은 'LED 촛불'로 응대했다.

이처럼 온라인상에서 네티즌의 들끓는 분노로 만들어진 풍자는 빠르고 멀리 퍼지면서 주말 촛불집회까지 이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시크릿가든' 남자주인공인 배우 현빈이 입었던 파란색 반짝이 트레이닝복이나 바람 불어도 비 맞아도 꺼지지 않는 앱 촛불 등 온라인에서 한차례 주목받은 패러디는 어김없이 거리에 등장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국민의 분노가 패러디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또 남이 만든 것을 감상하고 공유하는 과정에서 정치에 대한 관심이 계속 환기된다"며 "지금은 풍자를 통해 정권에 대한 분노라는 공감대가 계속 확산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오프라인보다 한발 앞선 온라인 풍자가 주말 촛불집회를 예열하면서 한달 이상 이어진 촛불 정국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대규모 촛불집회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된 것과도 관련이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번 광화문 집회의 특징 중 하나가 물리적 충돌 없이 문화행사처럼 진행된다는 것"이라며 "답답한 속을 뚫어주고, 카타르시스를 주는 풍자나 패러디가 갖는 힘"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웃기기만 하다면, 앙꼬 없는 찐빵


하지만 일각에서는 쏟아지는 풍자물을 경계하는 성찰의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을 비판하고자 했는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풍자물이나, 비판적 시각이 없이 그저 웃기기만 한 일부 풍자물이 약자에 대한 혐오나 고정관념을 재확산시키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정치 풍자에 다시 뛰어든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비선실세'라는 비정상적 권력에 대한 비판보다 명품 구두를 신고 선글라스를 쓴 부유한 여성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급급했다는 비평이 나온다. '넌 그저 꼭두각시 마리오네트였을 뿐'이라며 따끔한 조롱이 담긴 래퍼 산이의 신곡 '나쁜년(BAD YEAR)'은 '나쁜년', '병신년' 등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가사로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청와대가 대표적인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를 대량 구매하고 태반주사 등 수백개의 미용주사제를 구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날 선 비판은 사라지고 사안과는 상관없이 자극적이고 직관적인 재미에만 집중한 패러디물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풍자는 에둘러서 사태의 본질에 더 가까이 가는 것인데 지금 나오는 일부 풍자물은 '기득권의 정경유착'을 가방이나 신발 등 일상의 사소한 문제로 환원시켜 이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여성을 비하하고 성적 대상화 하는 모습도 혐오를 재생산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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