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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시장]신혼집 마련, 차라리 계약서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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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혜정 변호사조혜정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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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1.2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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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뉴스1
조혜정 변호사
조혜정 변호사
29세 미혼여성 K씨는 1년 전부터 남자친구 C씨와 결혼준비를 시작했다. 예비 시부모님이 C씨 명의로 사둔 4억짜리 아파트가 있어 집 걱정은 안한다는 점이 결혼을 결심한 중요 요인이었다.

그런데 결혼식을 두 달 앞둔 시점, 예비 시부모님 K씨를 호출했다. 남자친구의 어머니는 K씨 앞에 종이 한 장을 내밀면서 서명을 하라고 했다. 'C명의 집은 부모님이 사준 특유재산이므로, 이혼할 경우 이 집에 대한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각서였다. K씨는 결혼도 하기 전에 이혼을 준비하는 각서를 쓰라는 시부모님이 서운했지만 이미 청첩장까지 돌린 상황이라 서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여러 가지 문제로 결국 K씨는 결혼 6개월 만에 이혼소송을 하게 됐다. K씨는 이혼을 결심하게 된 원인 중 하나가 결혼도 하기 전에 재산분할포기각서를 쓰라고 한 시부모님의 태도에 너무 놀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K씨 사례에서 보듯 최근 신혼집 마련을 둘러싼 양가의 동상이몽이 심각한 수준이다. 워낙 거액이 들다보니 결혼적령기의 남녀가 자력으로 신혼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모라고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베이비붐 세대의 평균 자산이 5억원 정도라고 하니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부모들도 노후대비자금을 털고 대출까지 받아서 자식의 신혼집을 마련해줄 수밖에 없다. 아직은 남자 측에서 집을 마련하는 것이 추세다 보니 남자 측 부모의 고민이 크다.

문제는 남자 쪽 부모와 여자 쪽의 생각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남자 측 부모는 거액을 지원하는 만큼 아들 부부의 결혼생활에 일일이 개입하려 하고, 며느리가 순종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알파걸 시대에 자란 며느리들이 집을 받았다고 하루 아침에 순종적인 조선시대 며느리로 변할 수는 없는 일. 집을 마련해주신 건 감사하지만, 내 생활까지 간섭받으면서 살 수 없다는 것이 요즘 며느리들의 생각이다. 결국 결혼준비과정에서 신경전을 벌이다 결혼식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부딪치게 된다.

이 같은 사례가 잦아진 이유는 사회가 변하면서 결혼에 대한 관념도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 남자 측 부모들이 집을 마련해주는 관행은 여자가 남자 쪽에 '시집'을 가서 남자 쪽 공동체 일원이 된다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한 번 결혼하면 죽을 때까지 우리 식구고 부모가 늙으면 봉양해주는 노동력이 될 것이니 상당한 재산을 나눠줄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전제들이 다 무너졌다. 여자가 남자쪽 가족의 일원이 된다는 관념이 희미해지고 결혼의 영속성에 대한 신화도 거의 깨졌다. 또 노후에 자식의 봉양을 받는다는 기대도 하기 어렵다. 이런 판국에 신혼집은 마련해줘야 자식을 결혼시킬 수 있으니 시부모들이 각종 안전장치를 고안해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문제는 집 마련을 둘러싼 갈등이 결혼당사자들에게 큰 충격이 돼 결혼 자체를 그만두거나 단기에 이혼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신혼집과 관련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결혼을 둘러싼 각종 비용에 대해 계약서를 쓰면 어떨까. 양가 부모는 신혼집 마련을 포함해 결혼자금으로 얼마를 지원하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자식 부부는 이런저런 봉양을 하고, 만약 이혼하게 될 경우에는 재산에 대한 분할기준은 어느 정도로 정하고 하는 식으로. 서로 속내를 못 드러내고 서운한 감정만 키우다가 갈등이 한 번에 터져 결혼을 깨는 것보다는 이 쪽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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