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함몰된 재테크 스테디셀러의 영광

며칠 전 뷰티 프로그램에서 ‘처피뱅’이 새로운 유행 트렌드라며 앞머리를 일부러 고르지 못하게 자르는 스타일을 보았다. 몇 달 전만해도 청순한 ‘시스루 뱅’이 유행이었는데 하루가 다르게 스타일들이 개발되고 변해간다.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이 변하듯 재테크도 트렌드 변화가 뒤따른다. 과거 물레방아 적금, 세로저축, 가로저축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재테크 방법들이 있었고, 최근에는 세(稅)테크를 결합한 다양한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각 시대마다 방식은 달랐지만 어느 시대든, 어떤 투자자든간에 안정적인 고수익을 추구한다는 사실은 공통된 사항이다.

사람들은 항상 고수익과 저위험을 동시에 갖추려고 하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이상적인 상품은 찾기가 힘들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은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투자의 심플하고 절대적인 명제이지만, 고객들이 적정선에서 진리와 타협하는 제안이 바로 ‘중위험 중수익’이다.

세미나, 세일즈를 진행하다보면 고객들이 가장 많이 요청하는 상품은 ‘꾸준히 수익을 내는 상품(펀드)’ 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투자등급 5등급정도에 연 수익률 4~6%(과거 3개년 기준) 의 성적을 내는 펀드들이 위 조건에 합당하다고 판단돼 고객들에게 자주 추천을 하는 편이다. 대체로 이러한 수익을 내는 펀드는 채권형 펀드들이 많은 편이다.

채권형 펀드 중에서도 설정액이 크고, 지역 포트폴리오가 잘 구성된 해외 채권형 펀드를 추천하는 편이다. 이런 펀드들은 과거에 쉬이 무너지는 경향 없이 웬만한 파도에서도 잘 버티며 꾸준히 수익을 낸 레코드가 있다. 물론 과거 수익이 절대적으로 미래의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유의미한 관계가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미국 대선 이후에 이런 과거의 영광들은 함몰돼 버렸다. 채권형 펀드는 트럼프 당선 이후 1조1000억원(11월9~22일 기준 1조1103억원, ETF 제외)이 순유출 됐고, 수익률도 급락했다. 트럼프 당선 이전까지 차곡차곡 플러스 마일리지를 쌓아오던 펀드들이 한 순간에 마이너스로 급변한 것이다.

이번 채권형 펀드 급락은 전무후무한 사건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채권형 펀드의 스테디셀러 랠리는 이번 사건으로 금이 갔다. 물론, 이 하락세는 조정기를 거쳐 언젠간 회복세로 돌아오겠지만, 채권형 펀드의 신뢰를 흔드는 상처를 깊이 남겼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순리를 거스를 수 있는 상품을 찾아내고 개발하는 것은 우리들 금융업 종사자들의 몫이며, 이런 상품들을 정확히 제안해 고객의 자산을 살찌우는 게 우리 업의 제1목표라 생각한다.

며칠 전 소설(小雪)이 지났다. 겨울의 문턱을 막 넘은 것이다. 다가오는 계절처럼 우리 증시도, 경제도 점점 추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이 추위도 지나갈 것이고 트럼프발 한파도 언젠간 물러날 것이다. 겨울이 녹아 봄이 되듯, 이 시련의 시간도 잘 지나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