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 상표의 비유사 사례

정동준 변리사.

상표 분쟁에서 두 상표의 '유사성'에 대한 판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표 분쟁에 휘말렸을 때 유사성 혹은 비유사성을 주장하기 위한 논리의 근거로 다음의 대법원 판례를 참고하면 좋다.


'HOMEPLUS'와 관련된 대법원의 판결을 보면 본원상표는 HOMEPLUS이고 인용상표는 HOME였는데, 대법원은 두 개의 상표가 서로 다르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본원상표는 HOME이라는 단어와 PLUS라는 단어가 결합돼 외관상 일체적으로 구성된 조어이고, 그 호칭도 4음절로 비교적 짧아서 'HOME'과 'PLUS'로 분리·관찰하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본원상표의 지정상품이 속한 상품류 구분 제3류(과자와 빵, 당류, 떡)의 상품들에 관해 '오리온 홈 크래커' '홈그린' '에트홈' '홈파티' '홈스틸' 등과 같이 'HOME'이라는 단어를 포함하는 많은 상표들이 등록됐다"며 "적어도 위 지정상품에 관해서는 HOME이라는 용어가 상품 표지로서의 식별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일반 수요자나 거래자들이 본원상표를 'HOME'만으로 간략하게 호칭하거나 관념하지는 않는다"며 "두 상표를 동일 또는 유사한 지정상품에 함께 사용하더라도 수요자는 상품의 출처에 관해 오인하거나 혼동할 염려가 없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두 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다. 첫째는 '분리관찰'의 적용 여부이고, 둘째는 '식별력'에 대한 판단 기준이다. 우선 분리관찰의 적용 여부에 대해 살펴보자. 상표의 유사 여부를 판단할 때는 원칙적으로 분리관찰이 아닌 전체관찰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분리관찰은 상표를 분리해 관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우에 한해 가능하다.


이는 전체관찰과 분리관찰이 유사 판단에 있어서 완전히 다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가령, 'a+b' 의 단어로 이루어진 상표, 'a+c' 의 단어로 이뤄진 상표가 있다고 하자. 전체관찰 방식에 따르면 두 상표는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있지만, 분리관찰 방식을 적용하면 분리된 단어 중 어느 하나(a)가 서로 유사하기 때문에 양측의 상표는 유사한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 같은 차이에 유의하지 않고 분리관찰이 적용될 경우 분리된 단어 어느 하나라도 겹치는 상황에서는 상표를 등록하기가 어려워진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도 '홈'과 '플러스'를 분리해서 읽거나 판단하는 것이 부자연스럽기에 전체관찰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다음으로, 식별력에 대한 판단 기준에 관해 살펴보자. 특정 단어를 이용해 상표등록을 받은 사례가 많은지 살펴보면 해당 단어의 식별력 여부를 판단하기가 용이하다. 해당 단어를 이용해 상표등록을 받은 사례가 많다면 그 단어는 식별력이 없는 것이고, 다시 말해 중요부가 아니므로 비교 대상에서 제외된다. 위 사례에서도 'HOME'이라는 단어를 넣고 상표등록 된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이를 비교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를 더 살펴보자. 대법원은 'LINGUAFORUM'과 'LINGUA' 사이에 유사성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LINGUA'가 영어교재 등의 상품에 사용될 때 식별력이 미약하고 중요부가 되지 않아 'LINGUAFORUM' 전체로 호칭된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또 한동안 유명했던 KT사의 'SHOW' 상표가 'BIG SHOW' 상표와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 'SHOW'를 포함한 많은 상표들이 등록된 점, 해당 지정상품에 관한 한 'SHOW'라는 단어는 식별력이 부족해 중요부로서 분리 인식된다고 할 수 없는 점, 일반 수요자가 'BIG SHOW'를 SHOW부분만으로 간략하게 호칭하거나 관념하지는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