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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일기⑤]"처음엔 그저 몸만 갔을 뿐이었다…귀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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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2.1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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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강태혁씨(31)…촛불집회 50일을 맞아

(서울=뉴스1) 사건팀 =

지난 11월12일 오후 6시27분. 시위라기보다는 우드스탁 페스티벌처럼 보였던 광화문 광장.(직장인 강태혁씨 제공) © News1
지난 11월12일 오후 6시27분. 시위라기보다는 우드스탁 페스티벌처럼 보였던 광화문 광장.(직장인 강태혁씨 제공) © News1

실은, 촛불을 들지 않았다. 양초를 들지도 않았고 LED 양초도 물론이다. 그저 몸만 갔을 뿐이었다. 너무 귀찮았다. 날이 추워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추위를 그리 타지도 않거니와, 그날 날씨는 그리 춥지도 않은 날씨였기에. 그저 귀찮을 뿐이었다.

남의 돈을 벌어주기 위해 허비한 5일도 모자라 하루까지 더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갈 수밖에 없었다. 가야만 했다. 죗값을 치른다고나 할까, 아니면 빚을 갚는다 할까.

종교는 없지만 고해성사라는 표현을 빌어보자. 10대 시절, 박정희는 내게 우상이었다. 그가 경제 발전을 이룬 영웅이었고 그때 희생은 당연한 것이었다. 사진만 봐도 멋져 보였고, 친구와 묘소 참배도 할 뻔 했다.(하지는 못했다 귀찮아서) 지금 내가 그리도 혐오하는 소위 '수꼴'(보수꼴통)들의 모습, 그게 정확히 나의 모습이었다.

북과 대화를 하자거나 지원을 하자는 사람들은 빨갱이였고, 종북이었다. 조선일보 조갑제의 강연을 들으러 갔고 책을 받아 나오며 흐뭇했었다. 그게 불과 15년 전 일이었다. 그리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더랬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그만큼 딱 들어맞는 표현도 없으리라.

역시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 그런지 결국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람도 변하게 마련이었다.

특별난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에 와서 소위 ‘빨갱이’라는 사람들과 토론도 해 보게 되고, 강연에도 참가하게 되고, 정치인들도 만나보게 되고, 종북 신문들과 글과 책을 읽게 되고 '빨갱이 여자'와 연애도 하게 되고... 이런 저런 일 들이 조금씩 일어나며 가랑비에 옷이 젖어 들 듯이 그렇게 조금씩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져갔다.

지금의 나는 완벽히 (사실은 조금 부족한) '빨갱이'가 되었다. 그저 쪽수라도 채우려, 머릿수라도 채워보려 몸만 갔던 촛불시위를 한 번만 빼고는 모두 참가한 '전문 시위꾼'. 광화문에서 청와대까지 소리높여 ‘박근혜는 퇴진하라’를 외치던 '폭도'. 그게 나의 지금 모습이고, 앞으로의 내 모습일 게다.

거기에는 416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의 모습과 용산 참사로 희생된 분들의 모습, 백남기 어르신의 모습이 함께 비춰 보이기를 바라며 오늘도 나는 촛불 시위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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