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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과학기술로 민주주의를 업그레이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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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2.30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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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SF(공상과학소설)는 왜 그렇게 미래를 암울하게만 보는가?”

숱하게 듣는 이 질문에 그동안 내 대답은 이랬다.

“전망이라기보다 경고이다. 현실의 부조리한 면을 부각해 문학적 은유로 표현한 것이다.”

SF 작가들이 정말로 미래를 암울하게 보는 게 아니라 그런 미래는 피하자는 의미로 반어법적인 설정을 한 것이라는 얘기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어왔다.

그런데 근년 들어 여러 일을 보면서 생각이 좀 변했다. 먼저 알파고 충격. 알파고는 인공지능 그 자체보다도 사람들이 그런 과학기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만든 파장이 더 컸다.

그리고 하나의 독립된 사건이라기보다 중요하게 떠오르는 몇 가지 추세들도 있다.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꼽아도 드론의 광범위한 보급, 테슬라를 필두로 한 전기자동차의 지속적인 발전, 시민 과학과 적정기술의 전반적인 성장 등이 있다.

게다가 출판 불황과도 직결되는 스마트 IT(정보기술)기기의 광범위한 보급은 활자매체에 익숙한 ‘구텐베르크 마인드’ 세대들이 가고 새로운 디지털 세대가 문화 수용자층의 주력으로 떠오른다는 신호로 보인다.

이 밖에도 많은 일이 진행 중이지만, 이 모든 경향은 한 마디로 과학기술이 인간에게 점점 더 많은 힘과 편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요약된다.

그런데 이런 과학기술을 이용할 우리 인간계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 무엇보다도 미국 대선에서 당선된 트럼프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라는 인물 그 자체도 연구 대상이지만, 미국 대선 진행 과정에서 돌출된 각종 이슈가 많은 논쟁거리를 던졌다. 앞으로 트럼프가 임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미국과 세계의 정세가 어떤 상황으로 전개될지 잘 가늠이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최순실 게이트가 있었다. 현재진행형인 이 사건에 대해서 이미 많은 사람이 분노를 넘어 자괴감을 느끼는 상황에 굳이 말을 더 보태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는 이러한 모습들을 뒤로 물러나서 큰 그림으로 보면 우리의 미래에 의미심장한 위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느낀다. 과학기술은 점점 발달하는데 과연 우리의 이성과 윤리의식은 이에 맞춰 성숙해가고 있을까?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논리를 최우선적으로 구현하는 데에만 과학기술이 복무하는 것은 아닐까? 휴머니즘은? 사익을 추구하는 부조리한 인간들로부터 과학기술은,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류의 미래는 안전한가?

결국 SF 작가들의 어두운 미래 전망이 점점 더 설득력을 얻어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SF의 암울한 미래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정의의 일상적 실현을 위해 정치공학에 과학기술의 힘을 더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이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집행하는 사회 제도의 많은 부분을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 지능에 위임하는 것이 더 공정한 과정이 될 것이다.

물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투명한 감시와 공개 장치도 필수이다. 배타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들이 사회 전체에 끼치는 정치적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일, 이것이 우리의 미래를 더 밝게 만드는 길이다. 그 길을 가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길고 험난한 싸움이 될 것이다. 과학기술이라는 검의 손잡이는 늘 기득권층이 더 꽉 쥐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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