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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하루일과와 세월호 7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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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경률 칼럼니스트
  • 2017.01.14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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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률의 사극 속 역사인물] 52 – 세종 : 부지런히 사람 만나고 소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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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글자로 지혜를 갖게 된 백성들은 (위정자들에게) 더 많이 속고 이용당할 것이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개(돼지)처럼.”

밀본 수장 정기준이 세종을 비웃는다. 사극 ‘뿌리 깊은 나무’(2011)의 마지막 장면이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작금의 현실에 다시 곱씹어본다. ‘비선실세’ 최순실은 대통령 연설문 만지는 일을 즐겼다고 한다. 세종의 글자로 국민 속이는 재미에 푹 빠진 것이다. 대통령이 탄핵심판대에 오른 지금도 그들은 기만적인 글자들을 궁리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날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일정이 없었기 때문에 관저 집무실에서 근무했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대리인단이 참사 1000일 만에 공개한 대통령 행적이다. ‘의혹’을 규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긴박한 시간에 관저를 지켰다는 ‘팩트’도 간과할 수 없다. 관저는 엄연히 사생활 공간이다. ‘관저 근무’라니 어불성설이요, 나태한 발상이다.

국가원수는 부지런해야 한다. 정도전은 경복궁을 지으면서 본관 격인 정전(正殿)에 ‘근정전(勤政殿)’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부지런히 정치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럼 국가원수가 부지런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세종대왕의 일과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세종대왕은 해 뜨기 전에 일어나 침전(寢殿 : 청와대로 치면 관저)에서 편전(便殿)으로 출근했다. 세종은 사생활 공간과 일터를 엄격히 구분했다. 공식일정 유무와 상관없이 매일 일터로 출근하여 일과를 챙겼다. 그 일과는 바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었다.

왕은 하루 세 번 경연(經筵)을 열어 신하들과 함께 학문을 강론하고 국정 과제에 대해 토론했다. 새벽 경연은 경전과 역사서를 들여다보며 자신을 돌아보고 나랏일을 워밍업 하는 시간이었다. 낮 경연에서는 정책과 직결되는 책을 읽고 신하들과 심도 있게 토론했다. 퇴근하기 전에 저녁 경연도 빼먹지 않았다.

세종 치세의 근간은 공부와 토론이었다. 그 내공으로 백성을 위해 일한 것이다. 1440년 여름에는 ‘음의(音義)’라는 책을 가지고 경연을 했는데, 이후 외국에서 운학(韻學 : 한자의 발음에 관한 학문) 관련 서적을 구하는 등 이 분야에 열정을 쏟았다. 1443년에 전격 공개한 한글은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었을 터.

세종은 또 매일 오전 윤대(輪對)를 실시했다. 윤대는 각 관서의 낭관(郎官 : 사무관급)들을 차례로 면담하고 업무에 대해 질의하는 자리였다. 덕분에 왕은 나랏일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적폐(積弊 : 누적된 폐단)를 해소했다. 적폐는 디테일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지방관들을 면담했다. 북방영토에 관심이 많았던 세종은 지방관 면담에서 영감을 얻어 야인정벌과 사민(徙民 : 백성을 이주시킴)정책 등을 구상했다. 이를 밑거름 삼아 압록강과 두만강 일대에 4군 6진을 개척하고 현재 우리나라 국토를 완성한 것이다.

임금의 일과는 한밤중에도 계속되었다. 상소를 검토하고 긴급한 건은 재상들이나 집현전 관원들을 불러들여 야대(夜對 : 야간 면담)를 행했다. 정말 종일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한 것이다. 그 혜택은 당대는 물론 고맙게도 까마득한 후손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한나라 유학자 동중서는 ‘왕(王)’이라는 글자를 ‘삼재(三才)’와 ‘곤(丨)’이 결합된 것으로 해석했다. 임금은 하늘과 땅과 사람을 관통하여 연결하는 존재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것은 소통이며 그 중심에 국가원수가 있다. 하물며 왕정이 아닌 민주국가임에야!

국정을 원활하게 하고 인재를 길러서 쓰기 위해 세종대왕은 대면소통을 주된 일과로 삼았다. 관저처럼 외부와 단절된 불통의 공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세월호 7시간’은 역사라는 또 하나의 재판정에서 직무유기 판결을 피할 수 없다. 백성들은 시도 때도 없이 위정자들에게 속아왔다. 그러나 결국 지혜를 모아 진실을 찾아간다. 매번 싸우고 또 싸우며 대가를 치르게 한다. 그것이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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