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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분석]④박대통령이나 소추위원측 모두 맥빠진 증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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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1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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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모두 '사실확정'에 필요한 준비된 신문 못해 박한철 소장, 늘어지는 신문에 소송지휘권 발동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기일 재판을 주재하고 있다. 2017.1.1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4차 변론기일 재판을 주재하고 있다. 2017.1.1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12일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4회 변론기일이 열렸다. 앞서 열렸던 세 차례의 변론기일은 증인 7명 가운데 단 한명만이 출석하는 등 공전이 계속됐다.

지난 5일 증인으로 소환된 이재만·안봉근 전 대통령 비서관은 소재파악이 되지 않아 소환장조차 송달되지 않은 상태다. 5일 출석 예정이었던 증인 가운데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만 출석했지만 윤 행정관 역시 소추위원 측 대리인단의 증인신문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등 태도에 문제가 많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12일 열린 4회 변론기일에는 출석이 예정된 증인 4명이 모두 출석해 증인신문에 임했다.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지금까지 열린 변론기일 가운데 가장 활발한 증인신문이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이날 증인신문 역시 탄핵심판의 빠른 진행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는 않았다는 분석이다.

◇ ‘장문·단답형’ 질문 등 부적합 증인신문 잇따라

탄핵심판에서 재판 초기단계에 증인신문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증인들이 심판정에 직접 출석해 증언하는 내용들은 증거로 채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헌재에 출석한 증인이 앞서 검찰 조사과정에서 작성된 진술조서 등을 ‘증거’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동의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통해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제한되는 진술조서 등에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은 '사실확정'과 '규범재판' 두 단계로 구성된다. 다시 말해 사실의 존재여부를 결정하는 ‘사실확정’이 첫 단계라면, 이를 바탕으로 인정된 사실관계를 앞세워 대통령 파면사유의 법리를 따져보는 규범재판이 다음 단계다. 이 때문에 재판 초기단계에서 대통령이 실제로 한 행위가 무엇인지를 법적으로 확정하기 위해 ‘증인신문’ 절차를 거치게 된다.

탄핵심판뿐만 아니라 그 밖의 소송에서도 종종 ‘증인신문’ 절차가 사실확정 등의 본래 목적과는 다른 목적으로 오·남용되는 경우는 많다. 재판부에 주장하고 싶은 내용을 질의·응답 형식으로 구성해 재판정에서 ‘짜고 치듯’ 주고받는 경우는 다반사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유형의 신문을 ‘장문단답형’이라 부른다. ‘장문단답형’ 신문은 증인을 신청한 측 대리인이 재판부에 주장하고 싶은 말을 질문형식으로 길게 늘여 얘기하면 증인은 ‘예’ ‘아니오’ 등의 단답을 하는 ‘증인신문’을 뜻한다. ‘장문단답식’ 증인신문을 ‘사실확정’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국정혼란을 조기 종식하기 위해 빠른 심리진행이 요구되는 탄핵심판에서 ‘장문단답형’ 신문 등 ‘보여주기 식’ 증인신문은 지양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양측 대리인단 모두 ‘사실확정’에 반드시 필요한 정밀하고 치밀한, ‘준비된’ 신문을 진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늘어지는 증인신문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수차례 소송지휘권을 발동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박 소장은 오후 변론 시작에 앞서 양측 대리인단에 “개인의 주관적 평가를 묻는 것은 신문으로 적절하지 않다”며 “사실관계 확인으로 신문내용을 고쳐서 묻거나 생략하고 심판쟁점과 관련 없는 불필요한 신문을 하지 말라”고 당부까지 했다.

◇사실확정 위한 '기본사안' 마저 재판관들이 질문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지켜본 다수 전문가들은 ‘재판관들 마음만 바쁜 것 같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추위원단 측 대리인들이 자신들이 신청한 증인들을 대상으로 한 신문에서조차 속도감 있게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일갈했다.

재판정에 출석한 증인신문은 증인을 신청한 측에서 먼저 ‘주신문’을 진행할 수 있다. 반대 측 대리인단은 증인을 신청한 측의 ‘주신문’의 범위 안에서만 ‘반대신문’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종종 변호사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증언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증인에 대한 신문권을 선점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지금까지 헌재에 출석한 윤전추·이영선 청와대 행정관, 유희일 교수, 조현일 세계일보 기자, 조한규 세계일보 사장은 모두 소추위원 측이 채택한 증인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청구인 측에 주신문 권한이 인정된 만큼 증인신문에서 ‘사실확정’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신문기법’을 구사할 것으로 기대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5일 윤전추 행정관이 직무상 비밀을 근거로 ‘모르쇠’로 일관하며 사실상 증언을 거부하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소추위원 측 대리인이 이러한 문제를 돌파할 수 있도록 치밀한 작전을 준비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소추위원 측의 질문은 번번이 이 행정관이 핑계로 내세운 대통령 경호관련법 조항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 행정관의 증언태도에 재판부마저 증언을 촉구할 정도였다니 (알 만하다).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미 윤 행정관 신문을 해봤기 때문에 직무상 비밀 등을 돌파하거나 우회적 신문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많이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실확정을 위한 핵심적인 신문은 소추위원 측 대리인단이 아닌 재판관들의 신문을 통해 이뤄졌다. 대통령의 위법 또는 헌법위반 행위를 인정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기초사항 조차 재판부가 신문에 나선 뒤에야 답을 들을 수 있었다.

◇ 양측 대리인 모두 흡족한 재판 '자화자찬'… 여론몰이?

공개변론을 마치고 양측 대리인단 모두 이날 변론기일에서 이뤄진 증인신문에 흡족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공개변론 뒤 브리핑룸을 찾은 권성동 소추위원은 “이영선 행정관은 본인이 필요한 부분만 쉽게 인정했고 공개되지 않은 건 증언거부한 것으로 봐서 피청구인 측에 공개하지 못할 사정이 있지 않겠느냐”며 신문내용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뒤이어 브리핑룸을 찾은 대통령 측 이중완 대리인은 “(증인신문을 통해) 소추사유 가운데 세월호 관련 사안과 언론자유 침해 부분은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생각한다”며 증인신문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의 입장을 보는 법조계의 평가는 냉정했다. 한 헌법소송 전문가는 “양측의 만족감을 드러낸 표현은 마치 펜싱경기 도중 두 선수 모두 심판에게 공격성공을 어필하는 모양새와 다를 바 없다”며 “이런 사실들이 바로 여론을 의식하는 보여주기식 재판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오후에 이어진 증인신문에서 조현일 세계일보 기자를 대상으로 한 대통령 측의 반대신문 내용도 입길에 올랐다.

대통령 측은 조 기자가 정윤회 문건 보도를 한 이후 불안감을 느끼며 ‘자기검열’을 하게됐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며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chilling effect)’가 있었음을 증언했지만 반대신문을 통해 위축효과가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해내지 못했다.

오히려 청와대 내부문건 입수가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와 문건보도가 공무상 비밀누출 수사대상이 될 것으로 예견했는지 등을 물었다. 이는 대통령소추 사유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는 평가다.

대통령 측은 증인에 대한 반대신문을 하면서 외려 탄핵소추 사유를 입증하거나 부각시키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대통령 측 대리인은 세월호와 관련한 사안의 증인으로 출석한 유희인 교수를 상대로 한 반대신문에서 “오랫동안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했는데 선박이 90도 기울어지면 탈출할 수 있냐”는 반대신문을 했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루프나 손을 잡아준다면 탈출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결국 위난상황이지만 국가가 제때 적극적인 구호조치를 했다면 탈출 가능성이 있다는 답을 얻어낸 셈이다.

대통령 측은 또 “선박이 90도로 기울면 중력 때문에 위쪽으로 기어올라갈수 없지 않냐”며 “바다쪽문은 수압으로 열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객실이 하나뿐인 것은 아니다”라며 세월호 탑승객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빠져나올수 없었던 상황임을 스스로 인정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본질은 스스로 탈출이 불가능한 상태인지가 아니라 국가기관인 대통령이 제 할일을 제대로 하고 있었느냐의 문제”라며 “대통령의 탄핵사유에 더 부합하고 이를 확정시켜주는 질문”이라고 평했다.

그는 “각도가 많이 기울어져 있고 배가 뒤집혀 있으면 스스로의 힘으로 빠져나올 수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수 있다”며 “그 도움의 손길은 국가가 뻗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적절한 구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임을 인정하면서도 제대로 된 구조를 하기 위한 과정 자체를 입증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탄핵사유를 입증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세월호 관련은 (대통령이) 적절한 조치를 취했고, 어린 학생들 사망에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지 않느냐는 걸로 나왔다고 본다”며 흡족함을 드러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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