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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이재용 영장 기각과 '투명 고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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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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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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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상대로 법원에 청구한 구속 영장이 19일 새벽 기각되면서 법원과 삼성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상당수 네티즌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며 ‘무조건 구속하라’거나 ‘사법부가 죽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우선 이런 비난을 하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이번 사안은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 판사가 유무죄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영장전담 판사로서 이번 사안이 구속이 필요하냐 아니냐를 따지는 위치에 있다. 그 핵심은 범죄사실이 소명됐는지와 도주의 우려가 있는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지 등이다.

삼성은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승마지원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영장전담판사의 판단 기준은 이 둘 사이의 대가성이 충분히 소명됐느냐는 점이다. 이 점에서 그는 소명이 불충분했다고 봤다. 그런 그에 대해 인신공격성 비난은 옳지 않다.

특검이 범죄사실을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 데 대한 비난보다는 제대로 입증할 자료를 내놓으라는 법원을 힐난하는 것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투명 고릴라 현상’에 기인한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인 대니얼 사이먼스와 크리스토퍼 차브리스가 1999년 진행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투명고릴라)’ 실험은 이렇다.

6명의 학생들이 3명씩 나뉘어 흰 셔츠와 검은 셔츠를 각각 입고 같은 색의 옷을 입은 사람끼리 농구공을 패스하는 실험이다.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은 후 피시험자에게 흰색 팀이 행한 패스 수만 세도록 했다. 그리고 패스 수를 센 피시험자에게 “혹시 고릴라를 봤냐?”라고 묻는 게 실험의 전부다.

이 실험에선 패스 중간에 검은 색의 고릴라 의상을 입은 학생이 패스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슴을 두드리며 킹콩 흉내를 내지만, 피험자들의 절반 이상은 흰색 팀의 패스에 집중하느라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

이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나 자신에게 유리한 인지적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불필요한 자극이나 정보를 배제하는 인간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접촉사고가 났을 경우 서로 싸우게 되는 것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우선 선택하기 때문이다.

‘투명 고릴라 현상’은 많은 착각과 잘못된 판단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과정에서의 핵심 이슈는 뇌물죄 성립을 위한 대가성이다.

‘삼성의 저격수’로 통하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조차도 정유라의 승마지원과 삼성물산의 합병의 대가성을 엮은 것은 매끄럽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 16일 경향신문 칼럼에 이어 19일 아침 라디오 방송에서도 시계열상 오류를 꼬집었다. 김 교수는 2014년 9월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했고, 2015년 3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이 승마협회 회장에 취임했으며, 2015년 7월 삼성물산 합병과 8월 이후의 상납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에 간과한 연결고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 6월 삼성을 공격한 엘리엇의 등장이 그것이다. 엘리엇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삼성이 국민연금에 로비나 압박을 할만큼 절박하지 않았다는 것. 따라서 6월 이전의 대통령과의 독대나 승마협회장 취임은 삼성물산의 합병이나 국민연금과는 무관해 보인다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이는 삼성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대중들은 이런 디테일한 사실관계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과 재벌 삼성을 벌해야 한다’는 심리가 자신들이 보기를 원하는 프레임 밖의 정보는 배제하기 때문이다.

조의연 판사가 '대리기사 폭행' 세월호 유가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든지 하는 합리적 판단의 소유자라는 그의 전력은 그를 비난하기 위해 배제되곤 한다. 반면 사실이 아닌 삼성장학생이라는 등의 허위사실은 사실처럼 유포된다.

국민적 지지를 받는 특검을 비난할 생각도, 기를 꺾을 생각도 없지만, 특검은 이번 실험에선 흰 셔츠의 패스 수만 센 듯하다. 이번 실험에서는 조의연 판사나 김상조 교수 등 일부만이 ‘투명 고릴라’를 봤다.
오동희 산업1부장
오동희 산업1부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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