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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대학 OT문화…"후배님 힘들면 꺾어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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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2.0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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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권하는 선배 옛말…장기자랑도 부담 느끼면 안돼 "강요된 소속감 무의미" 주장 속 부모들은 '자식 걱정'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최동현 기자 =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1.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새내기 대학생 김모씨(19)는 앞에 놓인 소주잔과 구호를 외치는 선배들을 번갈아 바라보며 한참을 망설이다 억지로 술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오는 2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 정모씨(25·여)가 5년 전 신입생 환영회에서 겪었던 경험이다. 그는 "새내기 오리엔테이션(OT)에 참석하는 신입생에겐 모든 것이 긴장되는 낯선 환경"이라며 "선배 입장에서는 친목 도모를 위한 행동도 신입생에겐 충분히 부담과 강권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달라진 대학 OT문화…부담 느끼면 장기자랑도 안 돼

최근 서울지역 대학교 새내기 OT와 술자리 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대학교 신입생 OT에서 공공연하게 이어져 온 학번제(나이와 무관하게 학번으로 맺어지는 선후배 관계)와 술자리 강권 문화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은 오는 2월12일부터 2박3일간 속초로 '새내기 배움터(새터)'를 떠날 예정이다.

새터에서 진행할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외대 비상대책위원장인 이슬씨(25·여)는 "전통적인 프로그램을 고수하기보다 필요하다면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있다"며 "개인의 권리가 더욱 주목받기 시작한 추세에 맞춰 문제가 될 수 있는 콘텐츠는 협의해서 삭제하거나 대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신입생 장기자랑도 당사자가 부담을 느끼면 진행해선 안 된다"며 "변하는 추세에 따라 문제의식을 느끼고 바꿀 것은 바꿔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 '단과대의 날' 행사에 다녀왔다는 숙명여대 재학생인 강모씨(21·여)는 당시 분위기에 대해 "강권은 전혀 없었고 서로를 알아가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옛날에는 일방적으로 결정해 새내기들에게 명령하고 새내기들은 이를 따르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옛말"이라고 덧붙였다.

◇ "소속감 희석시켜" vs "강요된 소속감 의미 없어"

급변하는 대학가 문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지난 16일 서울의 한 사립대 온라인 익명 게시판인 '대나무숲'에는 "요즘에 술을 강요하지 마라, 장기자랑 시키지 마라, 노래시키지 마라 등 온통 부정적인 분위기에 말 한마디 편하게 못 하겠다"며 "술자리나 장기자랑 등 단체생활도 문화인데 누군가 부담을 느낀다는 이유로 이를 없앤다면 선후배나 동기 사이에 친목을 다질 기회도 사라진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개인주의를 지나치게 존중하면 도리어 단체생활을 경험할 기회를 축소시켜 소속감이나 유대감을 가지기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지만 게시글에 대한 반응은 싸늘했다.

누리꾼 인모씨는 "한쪽이 불편한 문화가 왜 친목 수단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신입생이 단합하는 방법은 장기자랑과 술 말고는 없느냐"고 비꼬았다.

다른 누리꾼 원모씨는 "어떤 일이든 상대방의 동의가 없이 가해지는 행동은 강압이고 폭력이다"라며 "개선할 것과 지킬 것은 구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술 권하는 대학문화 고쳐져야…긍정적인 변화"

술 강권 문화와 학번제가 대학가에 만연했던 시기에 대학생활을 시작한 대학생들도 최근 추세를 반기는 분위기다.

2년 전 대학을 졸업한 손모씨(28)는 "신입생이던 2008년에는 술을 강권하는 문화가 심했다"며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고역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왜 술자리에서만 대학의 소속감을 느껴야 하는지 묻고 싶다"며 "술 권하는 문화가 사라진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2월 졸업을 앞둔 이모씨(26)도 "당사자가 강요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의도였든 강요가 맞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엄격한 학번제를 고집해 선후배 간에 넘을 수 없는 벽을 세우기보다 스스럼없이 더 많은 사람을 사귀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나이제'(학번과 무관하게 나이에 따라 관계 형성)가 바람직하다"고 최근 변화를 반겼다.

◇부모들 "아무리 그래도 걱정돼…"

최근 변화하는 대학가 술 문화 등에 대해 새내기들의 부모들은 "그래도 아직 걱정이 앞선다"는 입장이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이모씨(47·여)는 "아무래도 언론에서 MT나 OT 등 사건사고 소식을 자주 접하다 보니 상황이 변했다고는 해도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아무래도 첫 사회생활을 하는 아이 입장에선 OT 자체가 부담될 수도 있다"며 "그래도 원활한 학교생활을 위해서 꼭 가야 하는 것 중에 하나니 무사히 다녀왔으면 한다"고 마음을 놓지 못했다.

새내기 딸을 둔 김모씨(50)는 "딸이라 더 걱정되는 측면이 있지만 사회생활에서 그 정도는 오히려 추억거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최근 딸과 처음으로 술을 마셔봤는데 '주도'에 대해서 가르치기도 했다. 배운 걸 잘 쓰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술을 강요하는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매한가지"라며 "적당한 선을 지키면서 사고 없이 재밌게 무사히 다녀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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