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쪼개는 네이버·카카오, 본격 '성장' 노린다

네이버 (182,700원 ▼1,000 -0.54%)와 카카오 (47,400원 ▼700 -1.46%), NHN엔터테인먼트 (23,000원 ▲150 +0.66%) 등 대형 인터넷기업들이 신사업 조직을 잇따라 분사하고 있다. 독립적인 의사결정 체계로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향후 투자 유치를 받기 쉬운 구조로 만들어 다른 기업들과 긴밀한 협업을 모색하겠다는 속내도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신사업 분사 나선 인터넷기업들= 카카오는 간편결제서비스 '카카오페이'를 포함한 핀테크 사업부문을 오는 4월 신설 법인 '카카오페이'(가칭)로 분사한다. 글로벌 간편결제 '알리페이' 모회사 앤트파이낸셜 서비스그룹에서 2억달러(약 2300억원) 투자금도 유치했다. 앤트파이낸셜은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 회장이 소유한 금융전문기업이다. 카카오와 앤트파이낸셜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국내는 카카오페이, 해외는 알리페이 중심으로 간편결제 기반을 개편할 계획이다.

카카오(왼쪽)와 앤트파이낸셜 CI.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9월 다음웹툰 사업부문을 자회사 포도트리의 CIC로 재편한 바 있다. 포도트리는 콘텐츠 사업 전문업체로 카카오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공동주문 플랫폼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를 중심으로 한 소셜임팩트 사업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 자회사 캠프모바일에서 동영상 SNS ‘스노우’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한 데 이어 올 초 사내 연구개발조직 네이버랩스를 별도 법인으로 분사했다. CIC(사내 독립 기업, Company in company) 웹툰&웹소설 사업부문도 오는 5월 분사한다. 스노우는 분사 직후 계열사 라인에서 500억원을 투자받았다. 네이버는 향후 3년간 네이버랩스에 12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동영상 SNS 스노우에서 동물 스티커 효과를 적용한 모습. /사진제공=네이버.

NHN엔터 역시 분사 대열에 합류했다. 4월 1일자로 간편결제 '페이코'와 빅데이터 기반 광고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NHN 페이코 주식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독립적인 경영구조를 확립하고, 지분 투자를 위해 성장을 위한 실탄 확보에 나선다. 안현식 NHN엔터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분사 이후 다른 기업들과 사업적, 지분 제휴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독립 경영구조와 투자 유치 등 성장전략 기반 마련= 이들 기업이 신사업을 잇따라 분사하는 데는 사업별로 독자적이면서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선 분사를 통한 명확한 조직 구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향후 성장을 위한 투자 유치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분사와 동시에 앤트파이낸셜에서 2억달러 투자를 유치한 카카오페이가 대표적이다. 페이코 역시 외부 투자 유치를 노리고 있다. 다양한 기업들과의 협력 구축와 동시에 지분 투자를 유치하면서 비용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이다. 스노우 사례처럼 계열사로부터 지분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시장 상장까지 바라본 결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부문 분사는 해당 사업의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인 동시에 미리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양면적 의도가 있다”며 “대부분 100% 자회사로 분사하기 때문에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하는 측면에선 회사 내 사업부문과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