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VIP
통합검색

[친절한판례氏] 아파트 엘리베이터 벽에 붙은 탄원 문서 떼면 손괴죄?

머니투데이
  • 장윤정(변호사) 기자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2017.02.23 10:29
  • 글자크기조절
  • 의견 남기기

[the L] 소유자 없는 재물에는 손괴죄 성립 안 돼

[편집자주] [친절한판례氏]는 중요하거나 의미있는 과거 판례를 더엘(the L)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소개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친절한판례氏] 아파트 엘리베이터 벽에 붙은 탄원 문서 떼면 손괴죄?
우리 형법상 문서손괴죄는 '타인 소유' 문서의 효용을 해할 때 성립한다. 따라서 그 문서에 주인이 없거나 내 문서를 손괴할 때에는 이 죄에 해당되지 않는다.

한편, 문서의 '효용을 해한다'는 것의 해석도 문제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해 무엇이 효용을 해하는 것인지를 판단한 대법원 판례(2014도13083)가 있다.

A씨는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을 건립하는 문제로 찬반 논란이 한창인 ○○시 소재 X아파트의 입주자로, '○○신도시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건립 반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비대위 위원장으로서 A씨는 X아파트 한 동의 엘리베이터 벽면에 '○○시청 ○○신도시 생활쓰레기 자동집하시설 공사 반대 탄원에 따른 회신 문서'를 붙여 뒀다. 그런데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B씨는 이 문서를 A씨나 다른 비대위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임의로 떼어냈다.

이에 A씨는 강력히 항의했고, B씨를 고소해 검찰은 B씨를 '문서손괴죄'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관리사무소장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엘리베이터 벽면에서 종이를 떼어내 임의로 제거한 것은 그 회신 문서의 효용을 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재판부는 "문서손괴죄는 타인 소유의 문서를 손괴하거나 은닉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할 때 성립하는 것"이라며 "문서의 효용을 해한다는 것은 그 문서를 본래의 사용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것은 물론, 일시적으로 그것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포함한다"고 말했다.

문서손괴죄는 문서의 소유자가 그 문서를 '소유하면서' 사용하는 것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문서의 사용상태가 문서 소유자의 의사에 반하거나 문서 소유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루어진 것일 경우라도 그것이 단순히 소유자가 설정한 사용상태를 제거하거나 변경시키는 것에 불과하고 이를 손괴, 은닉하는 등으로 문서 소유자의 사용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경우에는 문서의 효용, 즉 문서 소유자의 문서에 대한 사용가치를 일시적으로도 해했다고 할 수 없어 문서손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재판부는 "B씨가 회신 문서를 위 엘리베이터 벽면에서 떼어내 그 효용을 해했다고 하려면 그 회신 문서를 위 엘리베이터 벽면에 게시한 것이 이 사건 회신 문서 소유자의 의사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회신 문서가 아파트 입주자들 소유라고 보기에는 생활쓰레기 자동집하시설 공사에 찬성하는 입주자들도 있는 등 문서의 소유자가 분명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런 논리에 따라 재판부는 "회신 문서를 아파트 엘리베이터 벽면에 게시한 것이 A씨의 의사이지, 그것이 회신 문서 소유자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원을 제기한 입주자가 아닌 아파트 입주자는 이 회신 문서의 소유자가 아니고, 회신 문서의 소유자들이 이를 엘리베이터 벽면에 게시하기로 결의했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도 없다는 취지다. 그렇기 때문에 소유자의 의사에 따라 게시된 것이 아닌 문서를 다른 사람이 떼어냈다고 해도 이는 문서손괴죄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결국 B씨는 문서손괴죄 무죄로 인정돼 처벌되지 않았다.


◇ 판례 팁 = 위 판례를 엘리베이터에 붙은 벽보를 떼어낸 경우 무조건 문서손괴죄가 아니라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경우에 따라 문서를 소유한 사람이 직접 본인의 의사로 붙은 벽보를 다른 사람이 임의로 제거했다면 문서손괴죄가 인정될 수도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 관련 조항
- 형법
제366조(재물손괴등)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기사는 더엘(the L)에 표출된 기사로 the L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 머니투데이 더엘(the L) 웹페이지 바로가기



머니투데이 주요뉴스

"한 달 수입이 없어요"… 30년 버틴 공인중개사도 문 닫을까 고민

네이버 메인에서 머니투데이 구독 카카오톡에서 머니투데이 채널 추가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부동산 유튜브 정보채널 부릿지
부꾸미
사회안전지수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