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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사 준비 시간도 부족했던 이정미…"고마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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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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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3.1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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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를 떠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를 떠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13일을 끝으로 헌법재판소를 떠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A4 용지 5장 분량의 퇴임사에 그간의 고뇌와 안타까움, 그리고 희망을 담았다. 이날 오전 11시 퇴임식이 열리기 직전까지 퇴임사를 보완했다는 전언이다. 그동안 탄핵심판을 심리하느라 자신의 퇴임사를 준비할 여유조차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의 탄핵소추의결부터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까지 전 국민의 시선은 헌재로 쏠렸다. 재판이 하루 이틀 진행될 때마다 헌재를 향한 시위대의 확성기 소리는 높아졌고 박 전 대통령의 대리인단의 '막말 변론'은 격렬해졌다. 이 권한대행은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1일 박한철 전 헌재소장을 대신해 재판장을 맡았다.

이 권한대행이 재판장 자리에 앉자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의 변론은 국회가 아닌 헌재를 겨냥했다. 박 전 대통령의 대리인단은 박 전 소장이 '이 권한대행의 퇴임 전까지 탄핵심판의 결론을 내야 한다'고 당부한 것을 두고 헌재와 국회가 '내통'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 측은 "졸속 재판"이라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이 권한대행은 뒷목을 잡아가며 재판을 해야 했다.

이 권한대행은 선고 당일까지 재판에 열중했다. 출근길 머리에 꽂혀있던 헤어롤이 그 예다. 이를 보고 '얼마나 재판에 집중했으면…'이라고 안쓰러워했던 여론은 박수로 변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관저에서 '올림머리'를 한 박 전 대통령보다, 헤어롤을 꽂은 채 다급히 사무실로 향한 이 권한대행이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찬사였다. 그날 이 권한대행은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이고, 국민은 헌법을 만드는 힘의 원천"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했다.

이 권한대행에 대한 법조계와 학계의 평가는 일부 엇갈린다. 2014년 주심을 맡았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에서 인용 결정에 동참한 것을 두고 "두고두고 평가받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여러 변수 속에서 이번 탄핵심판의 바통을 이어받아 선고까지 이끌어온 것은 칭송받을 일"이라는 평가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이 권한대행은 퇴임사에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고 한 중국 학자 한비자의 글귀를 인용했다. 2011년 1월31일 재판관으로 내정됐을 때 "법 질서 확립에 노력하겠다"던 초심이 비쳤다. 이제 대립을 끝내고 내일을 지향해야 할 때라는 당부도 들어있었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2시30분쯤 재판관 7명과 직원들의 배웅 속에 헌재를 떠났다. 그는 청사를 나서면서 국민에게 인사하듯 취재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한 법조인은 "얼마나 힘들었겠나. 큰일을 치러줘서 고마운 마음"이라며 "이 권한대행은 아직 젊은 나이다. 또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도움을 주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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