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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 하이닉스, 껌값 주가→시총2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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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훈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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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3.27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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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한때 130원대 주가, 10년여만에 우량기업 탈바꿈…반도체 사이클 한계 극복해야

[편집자주] 매일 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 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희로애락' 하이닉스, 껌값 주가→시총2위까지
"하이닉스처럼 여러 사람 웃기고 울린 주식이 있을까요."
업계 관계자의 말마따나 SK하이닉스 (118,500원 상승1000 0.8%)는 한국 증시에서 특별한 종목이다. 1996년 IPO(기업공개) 이후 최대주주가 6번이나 바뀌었다. 부채 급증과 반도체 산업 치킨게임 여파로 사라질 뻔한 회사는 45개월의 채권단 워크아웃(공동관리)을 거쳐 세계 시장 2위 기업으로 되살아났다.

10년 넘게 주인을 찾지 못 했던 회사는 이제 SK그룹 실적의 한 축을 담당하는 '효자 양아들'이 됐다. 주당 200원이 채안돼 '껌값'으로 불리던 주식은 삼성전자에 이어 코스피 시가총액 2위를 넘나드는 종목으로 탈바꿈했다.

21대 1 감자와 워크아웃, 각종 구조조정과 매각 등 단일 종목에서 보기 어려운 사건 사고를 다 겪었다. '하이닉스를 보면 국내 증시 역사를 다 볼 수 있다'는 우스개가 실언만은 아닌 셈이다.

'희로애락' 하이닉스, 껌값 주가→시총2위까지
◇껌값 주식이 시총 2위까지= SK하이닉스의 전신은 1949년 설립된 국도건설이다. 1983년 2월 현대그룹이 국도건설을 인수하면서 현대전자산업으로 이름을 바꾸고 전자산업에 뛰어들었다.

메모리 반도체를 시작으로 휴대전화와 모니터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현대전자가 만들었던 '걸리버 휴대폰'은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던 여배우의 성적매력을 강조한 광고를 내세워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반도체 전문기업으로서의 본격적인 행보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의 빅딜로 1999년 10월 LG그룹의 반도체 사업을 넘겨받으면서다.

동시에 겨울이 시작됐다. LG반도체 인수로 부채가 급등했고, 세계 반도체업계의 '치킨게임'으로 반도체값이 폭락하면서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2001년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하이닉스는 결국 채권단 워크아웃에 들어섰다.

워크아웃은 채권단과 회사, 직원, 주주 모두에게 뼈를 깎는 희생을 요구했다. 채권단은 신규자금 지원과 출자전환으로 5조원대 부채를 조정했고 회사는 휴대전화 사업부문 매각 등 구조조정을 했다. 5차례 임금동결에 1만명 넘는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2003년 1월 21대 1 균등감자는 그나마 300원에 거래되던 주식마저 135원으로 반토막냈다.

생존이 불투명했던 겨울은 4년여만에 새 국면을 맞았다. SK하이닉스는 2005년 7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다. 300㎜ 웨이퍼 시장에 뛰어든 이후 1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선두권으로 도약했다. 오랜 시간 반도체 시장을 짓누르던 치킨게임도 2012년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다.

현대그룹에서 나온 이후 10년 넘는 주인 찾기도 수차례 협상이 결렬된 끝에 2012년 SK그룹에 들어가며 마무리됐다. 정유와 통신 등 내수에 치중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던 SK그룹은 하이닉스 영입으로 내수와 수출 균형을 맞췄다. 그룹 투자뿐만 아니라 통신사를 상위 계열사로 맞이한 덕에 SK하이닉스 역시 휴대전화 세트 업체를 상대로 한 협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SK그룹과 하이닉스의 '윈-윈'은 인수 2년만에 극대화됐다. 2014년 국제유가 하락과 내수 침체에 SK그룹이 어닝쇼크를 기록할 때 SK하이닉스는 사상 최고 실적을 냈다. 하이닉스는 그해 SK그룹 전체 영업이익 중 70%를 담당하며 효자 노릇을 했다.

'희로애락' 하이닉스, 껌값 주가→시총2위까지
◇매출은 10년 새 2배 느는데 주가는 20년 전?= SK하이닉스의 10년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매출은 17조1980억원으로 2007년 8조6436억원 대비 199% 성장했다.

오랜 기간 계속된 반도체 업계의 유혈 경쟁 탓에 영업이익은 들쑥날쑥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승자로 치킨게임이 끝난 2013년부터는 매년 두자릿수 영업이익을 기록 중이다.

최고실적을 이어왔던 2014~2015년에는 영업이익률이 30%에 육박했다. 2015년 대비 실적이 하락했지만 지난해 역시 19.1%의 영업이익률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가는 어떨까. 지난 24일 SK하이닉스는 주당 4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996년 12월26일 주당 2만3000원에 상장한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던 1997년 7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2003년 감자 후 주당 3045원에 재등장한 SK하이닉스 주식은 10년 넘게 5만원선 아래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사상최고가는 지난달 3일 기록한 5만4900원이다. 1997년 7월 코스피지수가 770대에서 올해 2170대로 3배 가까이 성장할 때 하이닉스 주가는 제자리걸음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사이클에 묶여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진단한다. 반도체, 특히 D램 반도체에 사업 포트폴리오가 집중돼있기 때문에 반도체 사이클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평가다.

바꿔말해 반도체 가격 하락 혹은 수요 둔화가 곧바로 실적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아울러 치킨게임의 승자로 남고도 삼성전자에 비해 고객사와 가격 협상 주도권을 강하게 쥐지 못하는 점도 주가 상승을 막는 약점으로 꼽힌다.

이민희 흥국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D램 의존도가 높다 보니 PC D램 현물가격에 주가가 직접 영향을 받는다"며 "PC D램보다 모바일 D램, 낸드플래시 매출 비중이 늘어났음에도 투자심리는 PC D램 현물가에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과 사업구조는 같으면서도 영업이익은 80% 이상 많지만 시가총액은 비슷한 수준"이라며 "오랜 기간 저평가된 주식"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영향으로 사이클 저점을 통과할 때도 수익을 내왔다"며 "D램은 10나노 후반대 제품을, 낸드플래시는 72단 3D 낸드 제품을 상반기 중 개발 완료해 하반기 양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시바 인수戰, '하이닉스 3.0'으로 도약할까= 최근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이슈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일본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 인수전이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대만 훙하이·TSMC, 미국 웨스턴디지털·마이크론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탐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사업의 다각화와 시장점유율 때문이다. D램 치킨게임에서 승자가 됐지만 D램 가격이 곧바로 주가와 실적으로 이어지는 아이러니를 만들었다. 삼성전자가 64단 3D 낸드 플래시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여전히 D램에 목매고 있다는 평가다.

도시바는 3D 낸드 플래시의 원천기술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2위 업체다. 지난해 전체 반도체 시장 점유율로는 8.9%로 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4위다. 낸드 시장 5위이자 전체 반도체 시장점유율 17.2%인 SK하이닉스가 인수하면 나머지 주자를 크게 따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등 전방 산업에서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는 점은 도시바의 인수가치를 높이고 있다.
'희로애락' 하이닉스, 껌값 주가→시총2위까지

다만 최대 20조원까지 불어난 인수가격은 부담이다. 지난해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현금성 자산은 4조1360억원이다. 인수를 위해선 경쟁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FI(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여야 하는 만큼 '승자의 저주'우려가 나온다.

일본 정부가 일본 내 도시바 생산설비와 고용유지를 조건으로 내걸고 정부자금 투입을 검토하는 등 인수전에 적극 개입하고 있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본 정책자금이 투입되고 웨스턴디지털과의 기존 협력관계 등을 고려할 때 도시바 지분 100%를 매각할 가능성은 적다"며 "지분율과 기술제휴 등 조건을 두고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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