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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두렵다"…여성 향한 '묻지마 폭행' 무방비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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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4.13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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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 약자 골라 개인의 분노 표출 범죄 잦아 누범 치료감호, 처벌강화 등 재범방지 대책 필요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최근 도로변이나 지하철역, 대학가와 같은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행인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가 눈에 띄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6시쯤 서울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에서 노숙인 김모씨(54)가 30대 여성 A씨의 얼굴을 때리고 이를 항의하던 남성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김씨는 A씨가 자신을 비웃었다고 생각해 A씨를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일 서울시내 한 대학에서는 이 대학에 재학중인 20대 남성이 교내에 있는 여학생을 골라 물과 콜라 등을 뿌리다 다른 남학생들에게 붙들려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다.

앞서 2월4일에는 서울 용산구 남영역 인근 지하차도 옆 인도(굴다리)에서 40대 남성이 20대 여성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 남성은 여성과 다리가 부딪쳤고 사과가 없어 화가 났다고 주장했지만, 피해 여성에 대한 폭행 정도는 앞니 2개가 부러지고 얼굴과 목 등에 타박상을 입은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묻지마 범죄' 개인의 분노가 약한 대상에 표출돼

이처럼 특히 여성을 상대로 한 '묻지마 범죄'가 언론을 통해 수차례 보도되면서 많은 여성들이 일상생활에서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같은 범죄의 원인이 대부분 범죄를 저지르는 개인이 분노 표출의 목적이 크다고 지적하고, 그 대상으로 상대적으로 물리적인 힘이 약한 여성을 삼게 되는 것이라고 봤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에 대해 "어떤 사람은 지나다가 광고판을 발로 차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난폭운전을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지나가는 사람을 두들겨 패기도 하는 식으로 내적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뿐 아니라 성별에 관계 없이 노인이나 청소년,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확대된 공격행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해자가) 스스로 현재 상황에서 보기에 자신에 비해 소수자나 약자라고 생각하면 공격을 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예전에도 여자들이 밑도 끝도 없는 폭력의 피해를 입는 일은 있었다"며 "방어 능력이 없는 여성을 만만한 대상으로 보고 폭력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회 적대감 낳는 양극화 해소·재범 방지 대책 필요

하지만 경찰은 오히려 가해자들이 주장하는 '눈이 마주쳐서' '신체 일부가 부딪쳐서' 등 동기를 이유로 일반적인 사인간의 시비로 인한 폭행 사건인 것처럼 취급하려는 경향이 엿보여 약자를 대상으로 벌어지는 무차별적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송파구에서 지난 8일 건널목을 건너던 여성이 마주 걷던 남성의 팔꿈치에 얼굴을 맞은 뒤 여성이 남성의 등을 치며 항의했다가 이 남성으로부터 다시 얼굴 등을 폭행당해 코뼈가 주저앉는 등 피해를 입은 사건에 대해서도 경찰은 이를 단순 시비로 보고 남성을 조사한 뒤 귀가시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경찰 관계자는 "'묻지마 폭행'이 아니다"며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했다.

경찰은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인 지난해 6월 한달간 여성안전 특별치안활동을 벌여 여성대상 범죄 취약장소 및 요인에 대한 제보를 받고 가용 경력을 총동원해 순찰 활동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건은 발생하고 있고, 이에 대해 경찰이 안일하게 대처하면서 불안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내부에) 남녀 사이나 집단 간의 갈등을 인정하고 보도되도록 하는 것이 사회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불안감,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남성과 여성집단의 편을 갈라서 갈등이 심화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회 화합차원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묻지마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에 대한 적대감과 불신 등을 낳는 사회 양극화 해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치안정책연구소가 지난 1월 발간한 '치안전망 2017'에서는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면 개인은 사회에 대한 적대감과 불신이 팽배해지며 경제 및 사회적 계층구조에 대한 불만이 쌓이게 된다"며 "이로 인해 소액절도·강도와 같은 '생계형 범죄'와 우발적인 '충동범죄', 대상을 따지지 않는 '묻지마 범죄' 같은 무동기 범죄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같은 범죄가 특히 동일한 가해자에 의해 반복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재범 방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배 교수는 "일정 정도 재범 방지 프로그램이나 공공 안전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나가다 여자한테 물을 뿌린다든가 침을 뱉는 식으로 작고 사소하지만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범죄를 자주 벌이는 경우 엄격한 평가를 거쳐 치료 감호나 상담센터 등 다른 방식의 재범 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무차별 범죄 가해들의 행위 자체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이 끼치는 영향은 반복적이고 크다"며 "경범죄로 밖에 처벌되지 않는 사소한 범죄의 경우에도 반복적으로 누적된다면 처벌을 강하하는 별도의 법과 관리 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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