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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용서되는 ‘경제학’…“계산적 인간 양성의 정교한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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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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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4.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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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새책] ‘차가운 계산기’…경제학이 만드는 디스토피아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경제학’…“계산적 인간 양성의 정교한 쇼”
오늘날 경제적 인간의 정의는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태도를 의미한다. 그렇게 과학이 된 경제는 ‘나는 지불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의식론까지 지배하며 모든 일상의 주인공이 됐다.

“나는 경제적 인간이 아니야”라고 외치는 이들의 행동을 따라가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꽃을 사는 이들은 싸고 질 좋은 것을 고르는 ‘합리성’에 기댄다. 선물을 건네는 이는 이타적 행동으로 “당신이 받고 웃어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행동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선물을 준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여러 가지 의무를 발생시킨다. 현물의 답례를 요구하게 돼 있고, 개인들은 이 상호성의 사슬 속에서 관계를 맺는다.

결혼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잉태한 비계산적 행동일까. 결혼의 경제학은 표면적으로는 순수한 감정을 내세우지만, 짝을 이루는 과정은 복잡한 셈의 연속이다. 짝짓기의 가장 훌륭한 모형은 가장 부유한 남자(5점 만점에 5점)가 가장 예쁜 여자(˝)와 결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남자가 결혼 후 생성된 성과물에 대한 이득을 더 많이 차지하려면 덜 매력적인 여자(3점)를 선택해야 할지 모른다.(5×3의 결과물을 모두 취할 수 있다면 5×5의 절반을 가지는 것보다 더 이득)

저자는 계몽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경제적 인간’이 산업 자본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 사회 지배적 인간형으로 떠올랐다고 주장한다. 자기 이익 실현의 극대라는 사회 학습이 심화할수록 경제적 인간은 공동체 가치보다 개인 이익에 집중한다는 것이 그의 요지다.

1980년대 초 마거릿 대처 정권은 국가 소유의 낡은 공공주택을 개인에게 팔았다. 이렇게 전환하면 구매자가 알아서 잔디를 깔고 창문도 고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사람들은 주택을 안정감의 대상으로 볼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주택이 사적 소유물이 되자, 한 세대 만에 영국 주택은 부동산 투기 열풍에 한몫 챙기려는 사람들의 판돈으로 변질됐다.

경제는 모든 것으로부터 면책 특권을 부여받는다. 이를테면 가혹한 긴축 재정으로 거리에 폭동이 일어나면 그것이 군대를 앞세운 폭압이 아닌 이상, 용서받기 쉽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외환위기 사태를 빚고도 국민들의 금을 모으는 훈훈한 용서의 현장이 이어진 반면, 전두환 전 대통령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에선 시민들이 폭동으로 맞서는 상황과 비슷하다.

저자는 경제적 논리는 잘 만들어진 정교한 쇼 같은 것이라고 단언한다. 경제학적 언어와 장비로 자기 이익에 충실하고 계산적이며 심지어 거짓말까지 하는 인간을 창조해내는 것이 경제 프레임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냉철하고 차갑게 스며든 경제는 합리적과 비합리적, 경제적 거래와 비경제적 거래를 분리하는 울타리를 치며 결국 ‘더 차가운 인간’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경제학은 미 수습자가 있는 침몰한 배를 건져 올릴지 놔둘지 비용 대비 편익으로 결정 내리는 학문이 아니다”면서 “민주적 과정으로 결정된 문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공학”이라고 강조했다.

◇차가운 계산기=필립 로스코 지음. 홍기빈 옮김. 열린책들 펴냄. 384쪽/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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