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휴일 소아 진료를 지원하는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의사이익단체가 경쟁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이하 소청과의사회)가 구성사업자인 의사들의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참여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 공표명령 등 시정조치와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고, 해당 단체를 검찰에 고발한다고 27일 밝혔다.

소청과의사회는 1990년에 설립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의 단체(회장 임현택)로, 전국적으로 12개의 지회가 있으며 약 3600명의 소청과 전문의가 가입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소청과의사회는 2015년 2월부터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해당 사업을 취소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3월 충남 소재 A병원과 직접 접촉해 사업취소를 요구했고 실제로 A병원은 2015년 3월 사업 취소를 신청했다.

사업 참여를 지속하는 경우 소청과의사회의 회원자격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징계안을 결의해 회원에게 통지하기도 했다. 회원자격이 제한되면 소청과의사회가 개최하는 연수강좌, 의사회 모임 등에 참여할 수 없게 되고 소청과의사회 내의 선거권·피선거권이 제한된다.

사업 참여 의사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페드넷' 접속도 제한했다. 소청과 전문의들이 최신 의료정보, 구인구직 정보 등을 획득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인 페드넷에 접속을 할 수 없게 되면 병원운영과 진료에 상당한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소청과의사회는 사업 참여 의사들의 이름과 사진, 경력 등 신상정보를 페드넷에 공개하고 비방 글을 작성했다.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 소재 B병원, 경북 소재 C병원 등에 근무하는 일부 의사들은 페드넷에 자신의 정보가 공개되고 비방글이 게시되자 심리적 압박을 받아 해당 병원을 퇴사하려고 했다는 것이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밝혀졌다.

2014∼2016년에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에 참여한 총 17개 병원 중 7개 병원이 사업을 취소했는데 이중 5개 병원이 소청과의사회의 위반행위에 영향을 받아 사업을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막아선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은 소아환자가 야간, 휴일에도 응급실이 아닌 일반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평일 밤 11~12시, 휴일 오후 6시까지 진료하는 병원에 보건복지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경증 소아환자가 야간에 응급실을 이용할 경우 일반병원의 3∼4배에 달하는 진료비를 부담하면서도 대기시간이 길고 우선적 진료를 받기 어렵다. 반면 거주지 인근의 달빛어린이병원을 이용할 경우 비싸지 않은 진료비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진료를 신속하게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정위는 이러한 소청과의사회의 행위에 대해 국민 건강 증진에 앞장서서 기여해야 할 의료 전문가 집단이 자신들의 힘을 이용해 의료 서비스 시장에서의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정희은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소아환자 등에 대한 의료서비스 혜택을 직접적으로 차단함으로써 국민 건강과 보건을 위협하는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각종 사업자단체의 법 위반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