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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가 슬픈 취준생 "내년엔 꼭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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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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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5.0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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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실업자 50만 돌파, 남들 노는 연휴에 상실감·좌절감만 커져…"그래도 희망을"

#지난해 말 국내 한 글로벌기업에 입사한 장모씨(28)는 5월 황금연휴를 맞아 일찌감치 유럽여행을 떠났다. 지난달 29일부터 7박8일간 이어지는 긴 일정이다. 평일인 이달 2일과 4일에는 연차를 냈다.

휴가를 맞는 마음은 가볍다. 졸업 후 1년 만에 직장을 가진 '효자'인 데다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고 떠나는 여행이다.

장씨는 "'일한 자, 떠나라'는 남 얘기 같던 문구가 이제 내게도 적용되니 감회가 남다르다"며 "직장인으로서 맞는 황금연휴가 뿌듯해 나도 몰래 미소가 지어진다"고 말했다.

# 올해로 대학 졸업 3년째를 맞은 박모씨(29)는 여전히 취업준비생(취준생) 신분이다. 말이 좋아 취준생이지 스스로 3년 차 백수라고 부른다.

대학 동기 가운데 창업에 나선 친구 1명을 제외하고 하나둘 취업에 성공했다. 박씨에게 5월 황금연휴는 딴 나라 얘기다. 되레 없느니만 못하다.

박씨는 "친구들은 저마다 꿀맛 같은 연휴를 보내는데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진다"며 "올해는 어떻게든 취업해야 할텐데…"라고 말을 채 맺지 못한다.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구 단대부고에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치른 취업준비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지난달 16일 서울 강남구 단대부고에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치른 취업준비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취준생은 서글프다. 1일 '근로자의날'을 시작으로 주말까지 이어지는 '5월 황금연휴'가 이들에게는 무색하다. 연휴를 즐기는 주변 직장인 모습은 취준생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박탈감을 가져다준다. 긴 연휴만큼이나 한숨도 길어진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구직 활동 중이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한 대졸 이상 실업자는 54만3000명에 달한다. 분기 기준 대졸 이상 실업자가 50만명을 넘어선 건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 급증했다.

취준생에게 휴가는 없다. 매일이 전쟁이다. 상·하반기 공채 시즌이 다가오면 수십군데 기업에 지원서를 넣고 직무적성평가·면접 준비에 숨 돌릴 틈조차 없다. 그러다가 최종면접에서 탈락하면 상실감과 충격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휴가 없는 취준생에게 '황금연휴'는 차라리 지옥이다. 취업에 성공한 주변 친구·선후배들이 연휴를 만끽하는 모습을 볼 때면 부러움을 넘어서 울적함만 깊어진다.

실제로 주요 취업사이트에는 지난달 말부터 '황금연휴라고 다들 놀러가는데 아직도 취업 못한 자신을 보면 굉장히 서럽다' '황금연휴가 더 싫다' '잠깐 쉬고 싶어도 여유도 없고 돈도 없다' 등 하소연의 목소리가 잇따른다.

'5월 황금연휴'를 앞둔 30일 인천국제공항이 출국인파로 붐비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5월 황금연휴'를 앞둔 30일 인천국제공항이 출국인파로 붐비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취업준비기간이 길어질수록 박탈감은 더욱 커진다. 한해 두해를 넘어가면 팍팍한 생활 속에 좌절과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계속된 탈락에 심리적으로는 위축되고 부담감은 깊어진다.

취업 포탈 사이트 잡코리아 조사에서는 취준생 10명 중 9명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답했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함)과 같은 안타까운 신조어가 취준생의 절망감을 대변한다.

스트레스가 극단적 선택을 낳기도 한다. 경찰공무원 공채 시험에 3년간 7차례 낙방한 B씨(25)는 지난달 24일 고향에 가다 들른 휴게소 화장실에서 목숨을 끊었다. 최근 치른 2017년도 순경 채용 시험에서도 떨어지자 상실감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넜다.

올초 서울 노량진 한 고시학원 복도에서 공부에 여념이 없는 공무원준비생들 모습./ 사진제공=뉴스1
올초 서울 노량진 한 고시학원 복도에서 공부에 여념이 없는 공무원준비생들 모습./ 사진제공=뉴스1
고달픈 생활이지만 취준생들은 '그래도 희망을 놓지 말자'고 다독인다. 서울 한 사립대를 졸업하고 2년째 취업준비 중인 김이정씨(26·여)는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낙담하기보다 긍정의 힘으로 헤쳐나가는 게 정도(正道)라고 생각한다"며 "절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올 초 4년간 준비 끝에 취업에 성공한 남영진씨(30)도 "끝이 보이지 않던 취준의 길도 포기하지 않으니 어느새 어둠은 걷히고 빛이 드리우더라"며 "남과 비교하지 않는 꿋꿋함과 자신감만 있으면 굳게 닫힌 취업문도 활짝 열리리라 본다"고 밝혔다.



  • 윤준호
    윤준호 hiho@mt.co.kr

    사회부 사건팀 윤준호입니다. 서울 강남·광진권 법원·검찰청·경찰서에 출입합니다. 많은 제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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