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악기"에 푹 빠진 봄의 끝자락

송세진 피아니스트와 코리아 쿱 오케스트라, 김덕기 지휘자가 3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17 머니투데이 봄 음악회'에서 멋진 공연을 펼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역시 사람의 목소리가 악기 중에서 최고야." "어쩜 저렇게 (목소리가) 곱게 나오나 몰라."

5월 마지막 밤, 친구들과 삼삼오오 음악회장을 찾은 노년 관객들은 소프라노 캐슬린 김의 고운 목소리에 푹 빠진 듯했다. 감흥이 채 가시지 않았는지 공연이 모두 끝난 뒤에도 달뜬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3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17 머니투데이 봄 음악회'에선 소프라노 캐슬린 김과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피아니스트 송세진 자매, 코리아 쿱(COOP) 오케스트라와 김덕기 지휘자가 함께 봄의 끝자락을 장식했다.

쿱 오케스트라는 베토벤의 서곡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에그몬트 서곡' 특유의 웅장함으로 관객을 맞이했다. 이어 등장한 송원진 바이올리니스트는 '타이스의 명상곡'와 사라사테의 '치고이네르바이젠'을 연달아 연주했다.

송원진 바이올리니스트가 31일 오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2017 머니투데이 봄 음악회'에서 파워풀한 연주를 선보인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완전히 상반된 매력을 지닌 두 곡은 연주자의 역량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조용한 곡으로 연주를 시작한 송원진 바이올리니스트는 이내 고 난이도 기교가 녹아있는 치고이네르바이젠으로 관객의 눈과 귀를 동시에 집중시켰다.


치고이네르바이젠은 바이올린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연주법의 기교가 총망라된 난곡으로 집시풍의 선율이 돋보인다. 송씨의 화려한 연주 기법은 마치 바이올린 선율 위에서 빠른 템포의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을 줬다. 능숙한 완급조절을 선보인 연주에선 원숙함이 묻어났다.

송세진 피아니스트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선보인 뒤 관객에게 환한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자매인 피아니스트 송세진씨 역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흡입력 높은 무대를 선사했다. 차이코프스키가 남긴 3개의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인 이 곡은 강렬한 오케스트라와 화려한 피아노가 대결하듯 조화를 이룬다. 장대한 느낌의 1 주제와 낭만적인 2 주제가 뚜렷한 대비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격정적이고 빠른 전개로 이어지는 연주에서도 송세진 피아니스트는 한 음 한 음 놓치지 않고 또렷이 힘을 실었다. 1부를 장식한 두 자매의 화려하고 힘찬 연주는 지친 일상을 잠시 잊고 활력을 채우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소프라노 캐슬린 김은 고운 목소리로 관객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그는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닌 4곡을 연달아 선사했다. /사진=김창현 기자

2부 무대를 이끈 것은 봄을 닮은 목소리를 지닌 소프라노 캐슬린 김이다. 그는 쿱 오케스트라와 함께 '봄을 위한 송가'와 같은 무대를 펼쳤다.

시작은 초원이 펼쳐진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에바 델라쿠아의 '목가'였다. 이어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중 '아! 나는 꿈속에서 살고 싶어라', 푸치니의 '일 트리티코' 중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레하르의 오페라 '주디타' 중 '뜨겁게 입 맞추는 내 입술' 등 각기 다양한 색채를 지닌 곡을 연이어 선보였다.

꿈속의 줄리엣이 된 듯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부른 '아! 나는 꿈속에서 살고 싶어라' 무대가 끝나자 객석 곳곳에서 '브라바!'(Brava)와 같은 환호가 튀어나왔다. 마지막 '주디타' 무대에선 이루지 못한 사랑이 안타까운 여인의 모습으로, 때론 관능적인 무희의 모습으로 관객을 매혹시켰다.

쿱 오케스트라의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 서곡으로 마무리된 2시간여의 공연은 봄을 보내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