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정부 정책 안 나온 상황…경제계 입장 전달 일러"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오른쪽 세 번째)과 김연명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상의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의 정책간담회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정애 국회 환노위 민주당 간사, 김 위원장, 박 회장,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사진=이기범 기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아직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계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정기획위는 정부가 재계와 소통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해명하며 충분히 대화와 협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박 회장은 8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국정기획자문위 사회분과위원회와 상견례하는 자리를 갖고 "큰 그림으로 보면 지금 조금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며 "왜냐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는 늘 하는 말의 연장선 밖에 안된다"며 "지금 같이 협의하면서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주안점을 두고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현 정부와 일자리 정책을 놓고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박 회장은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아직 공약밖에 나온 게 없다. 섣불리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유보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날 오전 11시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는 대한상의와 국정기획자문위의 첫 소통 자리인 데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사태를 의식한 만큼 비교적 원만하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간담회 직후 "경총보다는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박 회장의 '이르다'는 발언을 놓고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비판이나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와 대한상의가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회장은 이날 간담회 시간에 열린 '서울상공회 회장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도 "정부 경제정책의 윤곽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계의 입장을 밝히기는 다소 이르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기획위는 새 정부와 재계의 '불통'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연명 분과위원장은 "일정을 공개할 수는 없고 어떻게 하다 보니 노동계 쪽에 먼저 가서 (국정기획위가) 편향적이 아니냐 이런 시각이 있었는데 절대 그런 게 아니다"며 "대통령도 대화와 타협이란 말을 많이 강조했고 국정 전반에 대한 큰 원칙도 단계적으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우려 크게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간담회에는 이 상근부회장과 이경상 경제조사본부장 등이 참석했고, 박 회장은 간담회 전 티타임에만 나왔다. 국정기획위에서는 김 분과위원장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겸 분과위원, 오태규 자문위원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