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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새살림" 아들 때문에 연금 끊길 뻔한 8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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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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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7.0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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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재판부 "치매 간병 위해 동거한 것으로 보여…혼인 의사 없었던 듯"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어머니가 새살림을 차렸다'는 아들의 제보로 유족연금이 끊기자 소송을 낸 80대 노인이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유족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박모씨(81·여)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박씨는 1996년 공무원이었던 배우자와 사별한 뒤 홀로 지냈다. 그러다 2010년쯤 주변 아파트에 살던 김모씨(85)와 친분을 쌓았고, 2015년 4월쯤부터 지난해 9월까지 자신의 집에서 김씨와 함께 살았다.

박씨의 둘째 아들은 2015년 6월 연금공단에 "어머니는 김씨를 이혼시킨 뒤 집을 사주고 부부의 연을 이어왔다"며 박씨가 아버지의 연금을 부정수급하고 있다고 공단에 제보했다. 아들은 "김씨는 아버지가 물려주신 유산에 대해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며 "어머니와 김씨는 사실상 사실혼 관계"라고 주장했다.

제보를 받은 공단은 직원을 보내 조사에 착수했다. 직원이 방문해보니 박씨는 자신의 나이도 모를 만큼 심각한 치매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김씨는 직원에게 "박씨의 네 자녀는 주변에 살고 있는데도 명절, 생일에 찾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박씨와의 관계를 묻자 "친구 사이였는데 치매가 점점 심해져서 같이 살면서 돌봐주게 됐다"고 하면서도 박씨와 사실혼 관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사 후 공단은 박씨와 김씨가 사실혼 관계라는 결론을 냈다. 직원이 있는 자리에서 김씨가 박씨를 '여보'라고 불렀다는 점 등이 이유가 됐다. 박씨에 대한 연금지급은 중단됐다. 이에 박씨 측은 대리인을 선임하고 "김씨는 간병을 해줬을 뿐"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박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김씨가 박씨와 동거를 시작한 것은 박씨의 치매 증상이 악화됐을 때쯤"이라며 "김씨가 박씨와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려 했다기보다 박씨를 돌보려 했음을 알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박씨도 그 무렵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절실했을 것"이라며 "그 상황에서 박씨가 김씨와 혼인할 의사를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박씨가 김씨를 이혼시켰다', '박씨가 김씨에게 아파트를 사줬다'고 한 박씨 아들의 주장을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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