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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가족①] "아들 커플, 정말 예쁘게 산다" 말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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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7.0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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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주부는 "시한부 선고 받은 느낌"이었다
"가족지지 중요…다른 부모 혼란 줄여주고파"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하늘씨 아들 커플이 하늘씨 부부에게 보낸 편지. © News1
하늘씨 아들 커플이 하늘씨 부부에게 보낸 편지. © News1

"지구가 뒤집어져도 엄마는 아들, 네 편이야."

하늘씨(닉네임·62·여)는 그저 아들이 예민하고 내성적인 편이라고 생각했다. 누구한테 거짓말 한번 하지 못하는 아들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가끔씩 예민해질 때면 "대체 왜 저러지, 타고나길 예민하게 태어났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을 때는 그저 입시 스트레스 탓으로 돌렸다. 그럴 때면 아들에게 "아들아, 너는 나중에 너그러운 아가씨랑 결혼해야겠다"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곤 했다.

아들이 대학에 들어가 졸업을 2달 앞두고 있던 9년 전 그 때, 한창 바쁜 시기임에도 아들은 학교를 가지 않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식음을 전폐했다. 뭘 물어도 답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잠만 자는 아들이 걱정되던 그때, 아들의 학교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친구는 "00이 꼭 학교 보내주세요"라고 간곡하게 부탁해왔다. 무슨 일인데 아들이 학교에 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친구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러나 아들은 친구의 전화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하늘씨는 결국 두번째로 걸려 온 아들 친구의 전화에 화를 내며 다그치고 말았다. "대체 무슨 일이냐"라는 하늘씨의 말에 아들 친구는 한참을 망설이다 "00가 동성애자라서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졸업은 꼭 해야 하니 학교에 좀 보내달라"고 말했다. 그렇게 하늘씨는 '아웃팅'(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대해 본인의 동의 없이 밝히는 행위)으로 아들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늘씨는 그저 멍했다고 했다. 하늘씨는 당시에 대해 "어느날 내가 속이 안 좋아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1달 밖에 살지 못합니다'라고 시한부 선고를 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아들이 아침에 집에서 나설 때 '잘 다녀와'라고 인사를 했는데,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전화를 받은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식이 성소수자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런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린 것 같은 하늘씨에게 그나마 위안이 됐던 건 미국에서 고등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는 여동생의 조언이었다고 한다. '멍'한 기분을 안고 전화를 걸어 사실을 털어 놓자 동생은 아무렇지 않은 듯 "언니, 한쪽에는 많은 수의 이성애자가 있고 그 반대 편에는 적은 수의 동성애자가 있는거야"라고 했다. 그러면서 "ΔΔ(아들)은 적은 수의 동성애자인 거고, 그 수가 적은 것 뿐이지 아무 문제 없어. 많은 쪽에 속하느냐, 적은 쪽에 속하느냐 그 문제일 뿐이지"라고도 했다.

하늘씨는 "숨 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던 그때, 동생의 말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전화를 끊고 하늘씨는 즉시 아들에게 다가가 "고민 있으면 엄마한테 말해. 나 들을 준비 돼 있어"라고 말했다. 그리곤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엄마는 사실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거, 한참 전에 눈치 채고 있었어. 아들이 얘기해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지구가 뒤집어져도 엄마는 네 편이야"라고,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했다. 편지를 읽었을까, 얼마 후 아들은 하늘씨에게 "엄마 밥줘"라는 말과 함께 침대를 벗어났다고 했다.

◇"엄마라서 알고 싶었다" 2년간의 받아들임

엄마이기에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하늘씨 역시 온전하게 아들을 받아들이는 데 2년간의 힘겨운 시간을 거쳤다고 했다. 하늘씨는 "처음에는 솔직히, 혹시라도 1%라도, 바뀔 가능성은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각종 상담사와 의사 수십명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결론은 모두 '엉터리'였다"고 했다.

지금보다 더 성소수자에게 무지했던 9년 전, 대부분의 의사와 상담사는 부부관계의 문제점 혹은 아들이 겪은 과거의 사건 등에서 성소수자가 된 이유를 찾았고, 고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2년간의 시간을 보낸 하늘씨는 "아, 이건 타고 나는거구나. 고칠 수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는 "받아들이는 2년은 정말 뼈 아픈 시간이었다"며 "당시 내가 조금이라도 더 현명했더라면, 모든 것을 접어버리고 동생이 한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나는 엄마니까 그래서 궁금했다"고 말했다.

하늘씨는 "2년 동안 밑바닥으로 완전히 내려가 성소수자의 엄마로서 나를 온전히 들여다보고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며 "모든 것이 정리가 된 이후, 나는 아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들 커플 자랑스러워" 다른 부모 도와주는 엄마로


성소수자 부모 모임의 하늘씨. © News1
성소수자 부모 모임의 하늘씨. © News1

35살이 된 아들은 6년째 파트너와 함께 살고 있다. 하늘씨는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아들 커플에 대한 자랑을 늘어놨다. 그는 "둘이서 정말 잘 산다. 세상에 이렇게 예쁘게 사는 커플이 또 있는지, 자랑하고 싶다"고 신나게 말했다. 아들 커플이 보낸 편지 하나하나를 들고 다니며 자랑하고 또 자랑했다.

아들의 '파트너'를 만난 그때에 대해 하늘씨는 "어느 순간 아들이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는걸 알겠더라"며 "어떠한 부정적인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잘 참았고,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웃어 보였다. 그러던 어느날 아들이 말했다. "엄마, 나 만나는 형 집에 데리고 와도 돼"라고. 하늘씨는 '오케이' 했고, 그 순간 초인종이 울리며 아들의 남자친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하늘씨는 "사실 아들의 남자친구를 만나는 것까지는 준비 안됐었다"라며 "초인종이 울리고 남자친구가 들어오는 몇 초 사이, '지혜롭게 행동해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황스러운 마음도 잠시, 아들의 남자친구를 만난 하늘씨는 "이렇게 실제로 보니까 마음이 놓인다"라며 칭찬을 이어갔다.

하늘씨는 "당시 28살이던 아들 얼굴에서 기쁨이 느껴졌다"며 "그 표정은 아들 평생에서 느낀 가장 큰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가족의 지지가 이렇게 중요하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아들의 파트너를 '큰 아들'이라 부르는 그는 "남편과 나는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둘이 정말 한결 같이 잘 살고 있고, 둘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연 아들 커플처럼 조건 없이, 계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커플들이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에 뿌듯하다"며 "남편과 나는, 부끄러움 없이 잘 살아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어 보였다.

아들을 인정한 하늘씨는 현재 성소수자 자녀로 인해 힘든 다른 부모들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활동 중인 하늘씨는 자신이 겪었던 그 고통의 시간을 줄여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최근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은 한 부모와 나눈 대화를 언급하며 "아들의 커밍아웃 직후 '강제로 맞선을 보라'고 말하던 아버님이 나와 한시간 정도 통화한 후 '아들아, 내가 너에게 한 말 미안하다. 행복하게 살자'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소수자부모모임을 찾게 되면,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것을 알고 겪게 되는 고통의 시간이 훨씬 줄어 든다"며 "부모 모임이 있는 이유는, 차별 없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이 편하게 살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매일같이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를 만나고, 그들과 대화하는 하늘씨는 "성소수자는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며 "잘못된 것은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라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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