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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수첩은 '스모킹건'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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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7.07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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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위주 기재…누가 말한 것인지 맥락 알길 없어 특검 "강력한 간접증거만으로도 공소사실 충분히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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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3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7.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3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7.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삼성, 엘리어트 대책, M&A 활성화 전개, 소액주주 권익, Global Standard(글로벌 스탠더드), 대책 지속 강구'

2015년 7월2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진 독대 이후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받아적은 수첩 내용이다.

박 전 대통령은 7월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소재 안가(安家)에서 삼성, LG, 한화, 한진 순으로 독대를 가졌다. 독대를 모두 마친 후 안 전 수석에 전화해 메모할 것을 불러줬다. 전날인 2015년 7월24일 오후에는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김용환 부회장, CJ그룹 손경식 회장, SK 김창근 의장을 단독 면담했다. 독대 때마다 안 전 수석은 안가의 현관 옆 대기실에서 대기하며 독대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독대에는 배석자가 없었다.

단어형태로 나열된 안종범 수첩 메모…증명력 놓고 특검, 삼성 치열한 공방

독대가 모두 종료된 후 안 전 수석은 수첩에 박 전 대통령이 불러준 말을 받아 적었다고 한다. 본인조차 알아보기 힘든 날림체로 위의 단어들을 적어뒀다. 위처럼 단어형태로 나열된 메모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결정적 증거로 제시한 '안종범 수첩'의 핵심 내용이다.

독대에 함께 있지 않았던 안 전 수석이 사후에 박 전 대통령이 전화로 불러준 말을 수첩에 받아적은 것이다. 불러준 말을 적었을 뿐, 그 '단어'들을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 직접 언급했다는 것인지, 독대 이후 떠오른 단상이나 아이디어를 말한 것인지 안 전 수석 본인도 모른다고 했다. 바로 이 점이 이재용 재판부가 '안종범 수첩'을 정황증거로 채택한 이유다.

A(박근혜)와 B(이재용)가 둘만 있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눴고, 이후 A가 C(안종범)에게 전화해 불러준 내용을 C가 수첩에 적었다. 이경우 A와 B의 대화내용을 녹취하지 않는 이상 C의 수첩내용이 곧 독대 당시의 대화내용을 의미한다고 단정짓기 어렵다. 이에대해 이재용 재판부인 형사합의 27부뿐 아니라 최순실 직권남용 등을 심리한 22부 역시 '안종범 수첩'을 정황증거로 채택하는 동일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가 정황증거로 채택했기 때문에, 특검과 삼성 양측은 이 수첩의 '증명력'을 두고 앞으로 치열하게 다퉈야 한다. 정황증거 채택으로 인해 특검과 삼성 중 누가 더 유리해졌다고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문제는 '단어'만 보고 이게 누가 누구에게 말한 것인지, 어떠한 뜻으로 말한 것인지 알수 없다는 점이다. 가령 '엘리어트'라는 단어 메모를 보면, '엘리어트' 자체는 당시 삼성의 현안이 맞다. 독대가 있기 약 일주일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우여곡절 끝에 주주총회에서 통과됐다. 주총 통과를 앞두고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반대하고 나서자 당시 수백건의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이 사안은 공격성으로 유명한 헤지펀드가 국내 1위기업을 타깃으로 한 것이어서 당시 언론뿐 아니라 경제부처나 금융시장에서 우려가 컸다. 이 일이 잘 마무리된 지 일주일 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만난 것이다.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신문 1면을 장식했던 '엘리엇 사태'를 언급하며 격려를 한 것인지, '엘리엇'에 대해 무언가를 물어본 것인지, 아니면 특검 주장대로 이 부회장이 먼저 대통령에게 '엘리엇'을 언급하며 경영권 승계 등의 청탁을 한 것인지 알길이 없는 상황이다.


'합병'을 둘러싸고 삼성물산과 법적분쟁을 벌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법률 대리인 최영익 변호사가 17일 오후 삼성물산 주주총회가 열렸던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날 삼성물산 주주들은 제일모직과 합병안을 압도적 표차로 원안대로 승인했다. 2015.7.17/뉴스1 © News1
'합병'을 둘러싸고 삼성물산과 법적분쟁을 벌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법률 대리인 최영익 변호사가 17일 오후 삼성물산 주주총회가 열렸던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날 삼성물산 주주들은 제일모직과 합병안을 압도적 표차로 원안대로 승인했다. 2015.7.17/뉴스1 © News1

삼성은 수첩 내용 신빙성 반박…특검은 "강력한 간접증거"

이같은 점 때문에 삼성은 수첩 내용의 신빙성을 반박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 공판에서 공개된 수첩 기재내용을 보면, 삼성과 한진의 메모 내용이 두서 없이 뒤섞여 있다. 이에 대해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이 그날 4개 기업이 모두 끝난 뒤 한꺼번에 불러주셔서 그런것 같다"고 답했다.

메모가 문장이 아닌 단어 형태다보니 누가 말한 것인지, 어떤 맥락에서 말이 나온 것인지 파악하기가 모호하다. 안 전 수석 본인도 "대통령이 무슨 뜻으로 불러주는 것인지 모르는 말들도 많았고 나도 아직 그 말뜻을 이해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공판에서도 메모를 보여주고 안 전 수석에게 그 뜻을 묻는 질문이 반복됐다.

예를들어 본인이 수첩에 '삼성'을 적고 그 옆에 적은 '아문단'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안 전 수석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아문단'과 삼성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변호인이 묻자 "잘 모르겠다"며 "다만 '아문단'은 대통령이 쓰시는 용어로 광주에 아시아문화재단 얘기하는 것 같은데 정부가 아문단에 지나치게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는 지적이 당시에 있었다"고 답했다. 삼성과 '아문단'의 관련성에 대해 "그 상황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난다"고 답했다.

또한 삼성 옆에 '홈쇼핑'이라고 적어둔 것에 대해서도 '삼성과 홈쇼핑이 관계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잘 모른다"며 "삼성의 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중소 성공기업이 많아서 홍보를 잘해보라는 의미 같긴 하다"고 했다.

반면 특검은 '사초(史草)'라 불리는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수첩의 정확성을 재판부에 각인시키는데 중점을 뒀다. 특검은 "증인께서 수첩에 굉장히 정확하게 기재를 했다"며 "수첩에 적으실 때 빨리 잘 적으셨다"고 수차례 칭찬했다. 수첩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의도로 특검은 "대통령이 말씀하실 때 그 내용을 수첩에 그대로 받아적었을 뿐 증인이 가감하거나 한 건 없었죠"라고 질문했고 이에 대해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이)굉장히 빨리 말씀하셨기 때문에 제가 의견을 쓴 건 없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지시만을 적었을 뿐, 안 전 수석이 개인적으로 메모한 것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김영철 검사는 "뇌물 수수자와 공여자 모두 아니라고 부인했을 때 강력한 간접 증거(안종범 수첩 등)들로 확인이 되면 공소사실이 충분히 입증된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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