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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옥의 창]4차 산업혁명과 코닥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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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8.15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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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옥의 창]4차 산업혁명과 코닥의 비극
한때 필름의 대명사였던 코닥은 기술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몰락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아날로그 필름제국의 권력에 취해 디지털카메라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몰락의 길을 걸었다는 것.

하지만 사실은 이와 정반대다. 코닥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의 미래를 본 회사다. 최초 디지털카메라가 이 회사의 엔지니어 스티브 세손의 손에서 탄생했다. 디지털카메라의 핵심 특허 역시 코닥의 손에 있었다. 1993년 코닥은 디지털이미지를 핵심 사업으로 선정,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덕분에 흑자폭도 커지는 추세였으며 높은 브랜드 인지도도 유지하고 있었다.

기술과 자금, 브랜드를 모두 갖고 일찍이 디지털의 가능성을 본 코닥은 왜 몰락의 길을 걸었을까. 여러 가지 진단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필름사업부가 계속 돈을 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많은 사람이 시장이 축소될 것을 예견했지만 당장 수익을 내는 사업에 위협이 되는 뉴비즈니스에 과감히 승부를 거는 결정을 하지 못한 것. 디지털로 방향을 바꾸겠다는 선언은 했지만 실제로는 조직에서 성과를 내는 사업부의 목소리가 컸고 이들의 기득권을 깨기 어려웠던 것. 코닥은 결국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받아 인화해주는 애매한 사업모델을 택했고 이용자의 외면을 받고 말았다.

기술이 기존 패러다임하에서 발전하거나 핵심사업의 영역을 확대하는 상황에서는 선두기업이 큰 이점을 갖는다. 후발주자보다 한 발 앞선 상태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의 룰을 바꾸는 전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거나 비즈니스모델의 변화로 이용자의 선호가 바뀌면 오히려 이 점이 하루아침에 약점으로 바뀌고 만다. 디지털카메라 시대를 맞은 코닥이나 ‘아이폰’의 도전을 받은 노키아가 바로 그런 사례다.

이같은 상황은 단지 기업에만 벌어지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역시 열심히 달려 선두대열에 선 줄 알았는데 갑자기 골인 지점이 바뀐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정보인프라 수준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수준이었다. 회사는 물론 가정에까지 초고속 네트워크가 깔렸고 원하는 곳에 실시간으로 돈을 이체하며 필요한 민원서류 역시 클릭 몇 번으로 바로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자랑을 부담으로 바꾸고 있다. 스마트폰 등을 기반으로 돈을 주고받고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을 취급하는 핀테크(금융기술) 서비스는 아예 유선 인프라가 없거나 금융서비스가 취약한 아프리카 케냐나 중국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다양한 모델과 서비스가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나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 등 전력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역시 중국이나 중남미 같은 그동안 정보통신 인프라가 낙후된 것으로 여긴 국가에서 더 꽃을 피우는 실정이다. 우리가 보급속도와 방법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사이 중국은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전기차 판매국으로 떠올랐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수년 동안 논의만 할 뿐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코닥의 필름사업부가 새로운 디지털 사업에 적극 나서지 않았던 것처럼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해 추진하기에는 기존 생태계가 너무 견고해졌기 때문이다.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IT분야마저 클라우드 시스템이나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면 기존 전산부서의 많은 반대를 극복해야 한다고 한다. 금융이나 전력 등 오랫동안 산업의 시스템이 바뀌지 않았던 분야는 말할 것도 없다.

말로만 4차 산업혁명을 떠들면서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 도입에 소극적인 것은 뛰는 방향은 그대로 두고 시선만 돌리는 달리기 선수와 같다. 지금 당장 기존 자산을 포기하더라도 새로운 시스템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태도가 아니면 우리나라 전체가 코닥 같은 운명을 맞을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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