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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리포트]법으로 본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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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우 김평화 안재용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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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9.0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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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화폐야 기술이야?' 국회로 간 비트코인…"정부대응 미흡"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국회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관련 규제에 나선다. 실질 가치와 무관하게 가격이 급등락하는 등 시장교란 문제가 있고, 역외탈세 등 범죄에 악용되고 있어서다. 국회는 다음달 예정된 국정감사때 가상화폐 관련 정부 규제와 제도를 면밀히 살필 계획이다.

4일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심기준 의원 등이 가칭 ‘비트코인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국회엔 현재 가상화폐와 관련, 박용진 민주당 의원(정무위원회)이 최근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하나만 있다.

심 의원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정의를 법으로 명확히 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국내·외적으로 비트코인을 ‘화폐’로 봐야한다는 시각과 ‘재화’로 봐야한다는 시각이 팽팽한데 이를 법으로 정한다는 의미다. 가상화폐가 법으로 규정되지 않은 탓에 규제를 받지 않고 투기자본의 놀이도구가 됐다는 게 심 의원의 생각이다. 또 투자자 보호법을 만드는 등 실질적 통용을 위한 법규를 만들 계획이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는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돼 등록만 하면 이렇다 할 규제를 받지 않는다. 또 가상화폐가 법적 자산으로 정확히 구분되지 않아 문제가 많다. 매일 24시간 온라인에서 거래되고 상하한 가격 제한이 없다 보니 가격변동 폭도 크다. 특히 자금 추적이 어려워 역외탈세 등 범죄 도구로 쓰이는 사례가 많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지난달 19일 거래액은 2조6000억원이었는데 코스닥 시장 거래 대금(2조4000억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5013.91달러로 처음으로 5000달러를 돌파했다. 연초 1비트코인은 1000달러에도 못 미쳤다. 2015년에는 연중 내내 200달러 선이었고, 지난해 상반기엔 400달러 벽을 넘지 못했다. 미국 등에선 2000년대 초반 기술주를 중심으로 벌어진 ‘닷컴 버블‘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 의원은 여러 기재위 의원들과 다음달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한국은행 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국정감사에서 관계 기관 대책 등을 분석한 후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심 의원은 “지난 3일 금융위원회 주도로 범정부 차원 대책을 발표했지만,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대응책을 열거한 것일 뿐 미흡한 측면이 많다”며 “지난번 한승희 국세청장 청문회 당시 지적한 내용을 토대로 지금 법안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사각지대' 외양간 고치기도 늦었다


[런치리포트]법으로 본 비트코인



대한민국 법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직접적으로 다룬 조항이 없다. 기존 화폐 대체 수단과 투자 대상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국내에선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곳곳에서 물이 샜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면 '대박'을 얻을 수 있다며 투자금을 끌어 모은 불법유사수신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추적이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탈세 등 '검은 거래'에도 활용됐다.

물이 새기까지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 주도로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가 몇차례 열렸을 뿐이다. TF 출범 후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아직 없다.

◇비트코인, 화폐인가 재화인가 = 가상화폐는 암호화된 코드 형태로 존재한다. 실물로서 가치는 전혀 없다. 전형적인 명목화폐다. 어떤 정부나 기관도 비트코인 발행·운영에 연관되지 않았다. 세계 유일의 '무정부 화폐'인 셈이다. 특히 비트코인은 전자화폐지만 유동성이 높고 거래비용이 싼데다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에 각광받고 있다.

4일 국회에 따르면 헌법이나 법률상 가상화폐를 상품인지 화폐인지 정의하는 내용이 없다. 관련법이 없어 쟁점이 생기게 된다. 가상화폐 정의는 △원화·달러 등 법정통화와의 관계 △탈세 및 범죄적 사용의 가능성 △영업행위 규제와 소비자보호 방안 등과도 연결된다. 비트코인이 상품인지 화폐인지 법적 성격 규정에 따라 세제는 물론 규제 방향까지 달라진다.

비트코인을 화폐나 무형자산으로 규정할 경우,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은 가상화폐를 통화 또는 유통증권으로 분류한다.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봤던 일본은 최근 자금결제법 개정 이후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한다.

반대로 재화로 규정한다면 부가가치세가 매겨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비트코인을 무형재산이나 자본 자산으로 본다. 과세 대상이다. 일본과 호주, 싱가포르도 가상화폐를 자산이나 용역으로 분류해 소비세를 과세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진국들은 이미 가상화폐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국세청을 포함한 유관기관이 국내 가상화폐 거래 현황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에만 4배 오른 비트코인, 정부 합동TF는 1년간 허송세월 = 올 초 단위당 121만6000원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24일 473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대박'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이른바 '깜깜이 투자'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비트코인 관련 불법유사수신 사례들이 나온 이유도 정보의 비대칭 탓이다.

전문가들은 전자화폐가 실질가치에 기반하지 않았기에 가격에 거품이 낄 확률이 높다고 본다. 거품이 꺼질 경우 국민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가상화폐의 특징 중 하나는 익명성이다. 자금 세탁이나 탈세 등 불법에 악용된 사례도 많다. 비트코인 버블에 따른 가치 상승과 더불어 각종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정부는 최근에야 비트코인 투자를 사칭한 유사수신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활동을 시작한 가상통화TF가 지난 3일 발표한 내용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위한 골든타임마저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수많은 비트코인 사기 피해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TF는 지난 3월 이후 약 5개월 간 회의를 열지 않았다. 관련성이 크지 않은 기관들이 TF활동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논의가 진척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는 전언이다.

이에 반해 선진국들은 이미 비트코인 관리·감독 제도를 갖췄다. 호주는 전자화폐 공급자들을 자금세탁 규제 당국 감독 아래에 두는 개혁안을 최근 발표했다. 미국 뉴욕주 금융감독국(NYDFS)은 2015년 6월 자금세탁방지와 이용자 보호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종합규제체계를 짰다. 같은해 9월엔 디지털화폐 규제를 위한 TF를 구성하고 표준 규제체계를 마련했다. 현재까지 가상화폐 규제지침으로 활용되는 체계다.

◇통제 어려워진 비트코인 거래, '전담 규제기관 지정' 주장도 = 국회 입법조사처는 국내 가상화폐 가맹점들에게 비트코인 거래내역을 관계당국에 보고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종현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심기준 의원에 대한 '가상화폐 법제화 규제 관련 입법조사 회답'을 통해 "안정된 화폐정책 실행을 보장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 거래되는 비트코인 유통량을 정부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며 "다만 금융기관과 같은 매개가 없고 거래주체의 자발적인 신고에 의존하기에 규제의 실효성을 담보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 조사관은 "추후 한국은행 또는 여타 금융관련당국에서 가상화폐 불법대량거래 현황 포착을 위한 기관을 지정할 필요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가상화폐는 경제 전반에 관련된 문제로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히 급격히 늘고 있다"며 "과세 등 관련 쟁점 논의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규제, 인가제 vs 자율규제…증권발행에서도 '이견'


[런치리포트]법으로 본 비트코인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통화 관련 피해가 늘어나면서 소비자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와 정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과 정부의 '가상통화 대응방안'이 그 예다.

다만 가상통화거래소 인가제 도입과 ICO(가상통화를 이용한 자금조달) 허용 등 각론에서는 정부안과 의원 입법안간 차이가 있어 국회와 정부간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지난 7월31일 가상통화거래소에 인가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신고제로는 해킹과 금융사기 위험을 막기 어려운만큼 중개자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지난 6월 일거래량 7000억원이 넘는 국내 최대 가상통화 거래소 ‘빗썸’에서 약 3만여명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해킹사건이 발생했다. 4월에는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 야피존에서 약 55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탈취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가상통화 취급업자의 기준을 강화하고 인가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 박 의원안의 골자다. 해당 개정안에서는 가상통화를 이용해 업으로 하는 자를 '가상통화취급업자'로 정의하고 형태에 따라 △가상통화매매업자 △가상통화거래업자 △가상통화중개업자 △가상통화발행업자 △가상통화관리업자로 세분화했다. 각각의 업무를 하려면 최소 5억원 이상 자본금을 갖추고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도록 규정했다.

반면 정부는 유사수신행위규제법의 적용범위 확대를 통한 자율규제 방식으로 거래소를 규제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상통화거래를 금융업으로 포섭해 공신력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박 의원안과 정부안이 다른 이유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박 의원은 해당 입법안에서 '가상통화취급업자는 가상통화이용자를 상대로 매매권유를 하는 경우 가상통화는 화폐가 아니라는 사실을 설명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가상통화가 화폐가 아님을 명백히 한 것이지만 또한 다른 조항을 통해 '교환의 매개수단'이 된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재화로서의 성격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가상통화는 현 시점에서 화폐·통화나 금융상품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가상통화의 정의를 분명히 규정하지 않았다.

ICO의 경우에도 입장 차이를 보였다. 정부는 가상통화를 기반으로 지분증권, 채무증권 등을 발행하는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가상통화의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만큼 이를 기반으로한 증권발행도 불허하겠다는 의미다.


반면 박 의원은 이미 해외에서 가상통화 기반의 파생상품 등이 등장한 상황에서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정부가 ICO를 법 위반으로 처벌하겠다고 했는데 해외에서 이미 해당 금융상품을 인정하고 일자리도 창출하고 한다고 하면 그 때가서 어떻게 하냐"며 "(정부안과의 차이에 대해) 정부와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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