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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10억짜리 로또 사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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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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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9.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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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김 과장은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내집을 장만하지 못했다. 첫째와 둘째, 아내가 두 번의 출산휴가와 한 번의 육아휴직을 썼을 때를 제외하고 결혼생활의 대부분을 맞벌이로 지냈다. 그런데도 통장에는 돈이 좀처럼 쌓이지 않는다.

비싼 학원에 보내는 것도 아니고 부모님께 용돈을 많이 드리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지출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 흔하다는 해외여행도 결혼 10주년을 기념해 동남아로 다녀온 가족여행 1번이 전부다. 아낀다고 아끼는 데도 통장 잔액은 언제나 거기서 거기다. 지금 살고 있는 집 전세금과 몇 개 예금, 펀드를 합쳐도 4억원이 채 되질 않는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가 가진 돈과 집 장만에 필요한 돈 사이에는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그런 김 과장이 지난주 때아닌 ‘강남 아파트’ 청약 고민에 며칠 밤을 지샜다. 당첨만 되면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청약 로또’로 불리던 그 아파트 때문이다. 아이 둘에 무주택 10년, 청약가점은 충분해 보였다. 묵혀뒀던 청약통장을 써먹을 때가 ‘지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도 다 하는데 나라고 못할 게 있나.” 운만 좋으면 10년치 저축을 한방에 벌어들일 수도 있을 듯했다. 그런데 막상 당첨이 됐을 때를 생각하니 앞이 깜깜하다. 계약금 5000만원은 어찌 변통한다 해도 중도금 마련은 계산이 서질 않는다. “당첨이 된다고 해도 감당할 수 있을까.”
 
김 과장은 결국 ‘로또 청약’을 포기했다. “가장 작은 59㎡형도 10억원이 넘는데 50%는 대출로 채운다 해도 나머지는 어쩌지? 전세금을 뺄 수도 없는 일이고.” 수억원의 시세차익도 좋지만 자신의 처지에서는 언감생심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렇다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김 과장은 아파트 청약 결과를 보고 재차 허탈해질 수밖에 없었다. 언감생심이라고 믿은 아파트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00대1을 훌쩍 넘긴 것. 솔직히 배신감이 들었다. 자신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 그 청약에 그렇게도 많은 사람이 몰릴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역대급 강도로 평가받는 8·2 부동산대책 이후에도 서울의 아파트 청약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됐지만 청약 경쟁률은 이미 두자릿수를 넘어 세자릿수로 뛰었다.
 
정부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청약시장을 재편하겠다고 공언하지만 정작 시장에는 집값 조정은 없을 것이란 ‘불패 신념’이 여전하다. 작은 평수가 10억원, 큰 평수가 20억원 넘는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아파트 분양에 청약 수요가 몰린 것은 이런 확신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는 사이 정작 대다수 실수요자는 또한번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은 접근조차 차단된 십수억 원짜리 로또판에 수만 명이 몰리는 현실을 눈으로 지켜봐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연말까지 서울 강남권에서는 5~6개 재건축아파트 단지가 분양에 나선다. 반포와 서초에 이어, 대치, 청담, 잠실까지 대한민국 부동산1번지 서울 강남은 부동산 불패와 청약 로또가 여전히 대기 중이다.
[우보세]10억짜리 로또 사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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