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 노하실라… "완전 사랑해요" 틀린 말?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맞춤법·문법 지킴이라고 자부하는 이들도 자주 틀리는 말들이 있다. 이중 대다수는 방송에서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사용하면서 유행이 시작된 말들이다. 문법적으로 틀려도 빈번하게 사용하면서 어색한 부분을 잊고 사용이 확산되는 것이다.

9일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최근 자주 쓰이는 말중 문법에 어긋난 대표 사례는 '완전+용언(서술어의 기능을 하는 말)' 표현이다.


'완전+용언' 표현이 대중적으로 퍼진 계기는 아이돌 가수 신화 멤버 전진이 쓰면서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십여년 전 SNS(사회연결망서비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완전 사랑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당시 많은 이들이 "불편하고 어색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많은 이들에게 쓰이면서 자연스런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완전'은 본래 명사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용언'을 수식할 수 없다. "완전 사랑해요", "완전 좋아요", "완전 맛있어요" 등 우리 귀에 익은 다양한 표현은 모두 틀린 말이다.

명사인 '완전'을 맞게 쓰려면 일부 명사 앞에 오게 해야한다. '완전 정복', '노사분규 완전 타결'처럼 말이다.


용언을 문법에 맞게 수식하려면 '부사'로 꾸며야 한다. '빨리(부사)+달린다(동사)' 혹은 '매우(부사)+예쁘다(형용사)' 등이 문법적으로 올바른 문장이다.

"왜 때문에"와 "1도 모르겠다" 등의 표현도 문법적 오류다. "왜 때문에"는 MBC 아빠어디가 프로그램에서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 군이 사용하면서 유행했지만, "왜?"로 쓰거나 "무엇 때문에?"라고 쓰는 것이 맞고 합쳐서 쓸 수 없다.

"1도 모르겠다" 역시 아라비아 숫자인 1을 쓰지 않고 "하나도 모르겠다"로 쓰는 것이 적합하다. 해당 표현은 MBC 진짜사나이 프로그램에서 슈퍼주니어 멤버 헨리씨가 사용하면서 유행이 됐다.

'고급지다'는 말 역시 신조어로, 우리말에서 자주 사용되던 단어의 조합은 아니다. '고급지다'는 '고급(高級)+지다'가 결합해 만들어진 말인데, 보통 '-지다'는 '값' '멋' 등 순 우리말 명사와 결합하고, '고급' 같은 한자어는 '하다' '스럽다' 등과 만나기 때문에 일반적인 결합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국립국어원은 그동안 쓰여 온 방식을 중시한다면 틀렸다고 볼 수 있지만, 견해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형태는 아니지만 자주 널리 오래도록 사용된다면 표준어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김미형 상명대 국어문화원장은 "해당 표현들은 잘못된 표현인지도 모른 채 사용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면서 "우리말과 우리글을 바르고 품격 있게 사용하려는 의식보다 그저 편하고 재미있게, 강하게만 표현하려는 의식이 자리잡을 수 있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