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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늘아, 앞치마 줄게"…2030 '며느라기' 공감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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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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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0.0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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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팔로워 수십만…사랑받는 며느리 되기 위해 여성이 겪는 구조적 불평등 그려

며느라기 속 주인공 민사린은 시댁 제사날 한시도 쉬지 못하고 전만 부친다. 이를 본 조카가 그린 그림. /사진=웹툰 며느라기(작가 허락 후 게재)
며느라기 속 주인공 민사린은 시댁 제사날 한시도 쉬지 못하고 전만 부친다. 이를 본 조카가 그린 그림. /사진=웹툰 며느라기(작가 허락 후 게재)
포털사이트에 연재되는 것도 아니고, 독자적 플랫폼을 가진 것도 아닌데 입소문만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웹툰이 있다. 지난 5월부터 사회연결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 연재된 웹툰 '며느라기' 얘기다.

'민사린'이라는 여성이 '무구영'이라는 대학동기와 결혼해 맞벌이 가정을 꾸리며 겪는 일상을 그렸다. 2030세대 여성 독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4일 기준 팔로워는 각각 인스타그램 27만명, 페이스북 16만명에 달한다.
 /사진=웹툰 며느라기(작가 허락 후 게재)
/사진=웹툰 며느라기(작가 허락 후 게재)
작가는 제목 '며느라기'에 대해 사춘기, 갱년기처럼 며느리가 되면 겪게 되는 '시기'라고 설명한다. 작가는 민사린이 좋은 며느리, 좋은 아내가 되고자 시부모의 생신을 비롯 결혼기념일까지 챙기며 점수를 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어쩐지 민사린은 본래의 자신을 잊고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선택해야하는 압력에 시달리고, 점차 역할에 속박된다.

인기 웹툰 '며느라기'가 그린 한국사회의 가족과 며느리 모습을 들여다봤다.

◇'며느리'와 '사위'의 간극… 너무 다른 역할의 무게

시대가 많이 변했지만 한국 가족구조 속에서 며느리와 사위는 다르다.

사위는 ‘백년손님’으로, 가부장적 체제에서 부여된 우월적 지위를 누릴 수 있지만, 여성은 결혼 후 며느리가 되면서 대리효도까지 해야 하는 존재가 된다. 사위는 손님으로 처가에서 장인어른과 바둑을 두고, 음식을 맛있게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성격좋다는 평가를 받지만, 며느리는 시댁에 가서 설거지, 음식 등 온갖 집안일을 잘 해내면 ‘보통’ 정도 될 수 있다.
 /사진=웹툰 며느라기(작가 허락 후 게재)
/사진=웹툰 며느라기(작가 허락 후 게재)
만화는 바로 이 지점을 까발린다. 제삿날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무구영은 좋은 남편이다. 아내를 배려하고자 할아버지 제사를 앞두고 "내가 많이 도와줄게"라는 말을 건넨다. 하지만 민사린은 이 말의 모순적 지점을 놓치지 않고 “날 도와준다고? 구영아, 나는 할아버지 얼굴도 본 적 없거든. 내가 너를 돕는거라고 생각하지 않니?”라고 되묻는다.

하지만 부모님댁에 도착하자마자 ‘돕겠다’던 무구영의 제삿날 자리는 ‘거실’로, ‘도와주러 온’ 민사린의 자리는 부엌으로 배치된다. 부모님의 세계속 부엌은 금남의 영역이기 때문. 결국 민사린은 퇴근 후 ‘얼굴도 모르는’ 할아버지를 위해 노란 전을 계속해서 부치고, 무구영은 아버지를 비롯 다른 남성들과 거실서 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좋게 좋게 하자' 속 내포된 여성의 희생…벗어나기 힘든 역할의 굴레

여성에게 가히 착취적인 가족 구조 속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건 주로 남성이다. 하지만 ‘좋은 아들’ 무구영은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 대신 민사린이 이 구조에 적응해 ‘좋은 며느리’가 되길 바란다. 가족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부담스럽기 때문. 민사린이 제사 준비를 도와주지 않은 무구영을 책망하자, 무구영은 “내가 (제사 준비를) 안하다가 갑자기 하면 뭐라고 생각하시겠어. 네가 시켜서 하는 거라고 생각하실 거 아니야”라고 말한다.

여성이 이 구조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다. 며느리에게 부여된 역할수행을 하지 않는 순간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되기 때문이다. '며느라기'에 등장하는 ‘큰 형님’ 정혜린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그는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며느리 역할을 수행하기보다 꼭 필요한 도리만 하지만, 시동생인 무구영에게 ‘자기 인생 사시는 분’이라는 평가를 듣는다. 그는 겨우 시댁 식구와 선을 그었음에도, 온전히 역할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죄책감을 느낀다.

제사 준비를 떠맡아 내내 일한 민사린은 화가 나 정혜린에게 가시 돋힌 말을 한 뒤 미안해하고, 정혜린은 ‘제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도 민사린에게 미안해한다. ‘며느리’에게 부여된 굴레를 벗어나기란 이토록 쉽지 않다.

'며느라기' 속 악인은 한 명도 없다. 오직 착하고 평범한 사람들만 등장할 뿐이다. 하지만 이들이 늘 하던대로 따뜻하게 정을 나누는 과정 속에서 며느리가 겪는 구조적 불평등은 점차 견고해진다. '며느라기'가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사진=웹툰 며느라기(작가 허락 후 게재)
/사진=웹툰 며느라기(작가 허락 후 게재)
'며느라기'는 실제 인물이 자신을 극화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듯한 느낌을 줘 "실화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정에서 실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에서 실화, 허구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고 독자들은 입을 모은다.

'며느라기' 열혈 독자인 대학원생 박모씨(27)는 "평생 어머니가 시댁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른이 되면 결혼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만화 속 '무구영'은 정말 좋은 남자이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결혼 후 여자가 겪는 시댁 스트레스는 그대로"라고 말했다.

결혼한지 3개월 된 직장인 이모씨(28)는 "결혼 후 시어머님께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남편 아침은 잘 차려줬냐'는 것"이라며 "시부모님이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한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시댁과 관계에서 결정적 순간에는 내가 며느리구나 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 것은 시대가 바뀌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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