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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부채사회로부터 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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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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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1.02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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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부채사회로부터 탈피
지난 10월24일 정부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가계부채 연착륙과 취약차주 구제를 대책의 핵심으로 했다. 현재 총가계부채는 1388조원에 달하는데 이중 가계대출이 95%고 나머지는 판매신용이 차지한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가 95.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0%에 비해 상당히 높다(OECD국가 중 7번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도 178.9%로 OECD 평균 135%에 비해 또한 상당히 높다(OECD국가 중 9번째). 가계부채 총량에 비해 구조는 건전하다는 게 정부의 해석이다.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가계부채가 늘어 실물자산도 증가하고 소득 4, 5분위의 부채점유율이 70% 수준에 이르는 가계상환능력이 양호하기 때문이란다.

이러한 해석이 일견 타당할지 모르지만 반드시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무엇보다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2년간(2015~16년) 가계부채가 연간 129조원 증가해 2007~2014년 연평균 60조원의 2배를 상회했다. ‘초이노믹스’의 일환으로 실시한 양적완화(초저리금 대출)가 최근 가계부채 급증의 요인이다. 주요 국가들의 2008~2016년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 변화를 보면 대개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지만 호주 캐나다 등과 함께 우리나라는 오르는 추세다. 이번 대책으로 가계부채 증가율이 현 8%대 초반보다 0.5~1%포인트 낮아질 것이고 가계부채 규모 면에서도 연간 10조~20조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소득성장률의 3~4배에 해당하는 7%대 연평균 가계부채증가율은 여전히 높다. 높은 만큼 총량도 급속히 늘 수밖에 없어 조금만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이 될 것 같다. 이번 대책 어디를 봐도 돈을 조인다는 것은 없다. 신DTI나 DSR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대출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대출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상환능력만 있다면 가계빚은 마냥 늘어도 된다는 인식이 이번 대책의 행간에 강하게 배어 있다.

가계부채 총량 자체를 줄여가는 것이 부채급증에 따른 국민경제 불안을 선제적으로 막는 길일 것이다. 그간 많은 요구가 있었음에도 정부는 이 카드를 쓰지 않았다. 참고로 박근혜정부는 초기에 가계부채총량을 5% 줄이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다.

가계부채 급증은 국민들의 경제적 삶이 갈수록 빚의 수렁으로 빠져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주택담보대출 급증과 함께 가계의 총자산이 늘고 순자산도 증가했다. 하지만 총액으로서 순자산 증가는 착시에 불과한 것이다. 부채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늘고 있는 가계자산은 부채자산에 불과한 것이다. 부채자산은 가격이 오르지 않거나 부채상환이 되지 못할 때 파산할 성질의 것이다.

따라서 돈을 풀어 집을 사도록 하는 게 단기적으로 경제도 살리고 국민의 부 형성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과(過)부채형 삶은 파산의 위험을 늘 안고 사는 도박과 같은 삶이다. 이번 대책을 내놓으면서 정부는 이런 문제를 취약차주의 문제로만 축소함으로써 과소평가한 것 같다.

과도한 부채는 당장의 삶을 힘들게 한다. 가계금융복지조사(2016년)에 따르면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가구가 전체의 70%, 이중 약 75%는 소비지출을 줄이고 있다. 이에 대한 근본대책으로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을 통해 소득을 늘려주겠다는 카드를 내놨다. 즉 상환능력을 키워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채가 GDP와 같다면 국민 모두 열심히 일해 번 돈을 몽땅 빚으로 갚으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과도한 부채를 줄이지 않는 상태에서 소득 주도 성장을 하더라도 국민의 부채형 삶의 고달픔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부채사회로부터 탈피를 위한 선제적, 공세적 대책이 되기에 턱없이 부족한 점이 10·24대책의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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