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완화하고 '바가지'요금 방지…관광재도약 나선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방한 관광시장 활성화 정책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정부가 최근 1년 간 침체기를 겪은 국내 관광시장 활성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다. 최근 회복 기류가 보이는 중국과 동남아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비자 규제를 완화하고,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동계올림픽 관람객을 위한 숙박 및 교통 시설을 개선할 계획이다.

정부는 3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 등 관계부처와 업계가 참여하는 민관합동 경제현안 간담회를 개최하고 ‘방한 관광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크게 △관광시장 균형 성장 △고부가가치 관광 확대 △평창 동계올림픽 및 개별관광 편의 제고 등 3가지이며 총 9개 주요과제로 구성된다. 호텔, 숙박, 마이스(MICE·회의·관광·전시·이벤트), 의료 관계자들도 참석해 호텔 부가세 및 비자 발급 완화, 무슬림 친화 환경 조성, 의료 관광 홍보 지원 등을 제안했다.

김 부총리는 "관광산업의 중요성은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일자리만 놓고 보더라도 관광산업의 취업유발계수가 제조업의 두 배가 넘고 전체 서비스업 보다도 관광쪽이 더 높다"며 "대내외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획기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내 인바운드 관광산업은 올해 3월 국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와 북한 미사일 도발 등 안보 이슈가 부각되면서 크게 위축됐다. 특히 지난 3~9월까지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약 61%(323만 명) 급감했다.


도 장관은 "최근 한·중관계 개선과 100일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을 방한 관광 활성화 계기로 활용하기 위해 민관 협동 간담회를 열어 관광 분야 혁신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대책을 모색했다"며 "연내 신설되는 '국가관광전략회의'를 통해 최종 수렴 및 제도화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과 중국이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이후의 한중 갈등에 대해 양국이 각 분야에서 빠른 교류 정상화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31일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짐가방을 끌고 서울 명동거리를 거닐고 있다. /사진=뉴스1

◇중국·동남아 단체관광객 '러브콜'…입국 문턱 낮춘다

먼저 방한 수요가 높은 중국과 동남아 단체 관광객을 중심으로 비자 규제를 완화한다. 내년 4월까지 한시적으로 강원 양양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동남아(인니, 베트남, 필리핀)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다. 크루즈 관광의 경우 내년까지 법무부 지정 크루즈선을 탑승한 중국 관광객에 한해 무비자 관광상륙을 허가한다. 이를 위해 전담 여행사를 따로 지정해 철저한 입국자 관리를 하겠다는 설명이다.

또 우리나라를 포함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를 1회 이상 방문한 경력이 있는 중국, 동남아 국민을 대상으로 복수사증(정해진 기간 내 자유롭게 입국 가능한 비자)을 발급한다. 중국 단체관광객의 경우 내년 말까지 15달러(약 1만7000원) 상당의 전자비자 발급수수료를 면제한다.

다만 치안 여건 등을 감안해 OECD 국가 중 국내 근로자 유입이 많은 국가(체코,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이나 비자 발급이 용이한 곳(일본, 칠레, 이스라엘, 터키, 멕시코)은 제외된다.

환승 시간 동안 무비자 입국도 허가한다. 외국인 관광객(시리아, 수단 등 11개국 제외)이 인천공항 환승관광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수도권 내 72시간 동안 무비자 체류가 가능해진다.

도 장관은 "지난 31일 양국 간 협의 결과 한중 관계가 개선될 거라 전망하고 있고 이달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한중정상회담 등을 통해 구체적인 진전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중국 방한 관광객을) 회복하려면 보통 2달 이상 걸릴 거라고 예측하지만 단축 방안을 포함해서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인의 겨울 축제 2018 평창동계올림픽 G-100일을 하루 앞둔 31일 피겨·쇼트트랙 종목이 열릴 강릉아이스아레나(왼쪽)와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릴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오발(왼쪽 두번째), 하키 경기가 열릴 강릉하키센터(오른쪽 위)의 모습. /사진=뉴스1

◇오라! 평창으로…'바가지' 숙박·교통 해결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관람객을 위한 숙박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크루즈가 동원된다. 정부는 올림픽 기간 동안 강원 속초항에 대형 크루즈 2척(총 2261실)을 정박시켜 숙박시설로 운영할 계획이다. 올림픽 기간 동안 최대 3배까지 뛰는 '바가지' 숙박 요금을 안정화하기 위해 개최지에 '숙박업소 가격안정반'을 운영한다.

올림픽 개최지까지 교통 편의를 위해 평창, 강릉 등 개최도시와 속초, 동해, 원주 등 숙박 배후도시를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권역별 20~60분 간격으로 편성해 운영한다. 개최도시 내에서는 차량 2부제와 시내버스 무료 운행을 추진한다. 또 서울(21회), 인천·경기(128회), 충청(20회), 경상(13회), 전라(4회) 등 주요 권역별 시외버스를 증회·변경 운영한다.

올림픽을 계기로 국내 관광 골칫거리였던 '바가지 요금'도 개선한다. 내년부터 택시 이용시 바가지 요금을 근절하기 위해 특정 구간에 정액요금을 적용하는 구간요금제를 도입한다. 현재로서는 프랑스 사례처럼 공항부터 주요 도심까지 구간을 설정하는 방법이 논의되고 있으나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다양한 구역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이외에도 노선 확대 등을 통한 크루즈관광 활성화, 웰니스관광을 비롯한 의료관광 활성화, 마이스·쇼핑관광 확대, 교통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를 비롯한 혁신 관광벤처 육성, 무료 와이파이(Wifi) 확대 및 관광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관광경험 제공 등 다양한 방안이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