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적 셧다운제' 발의…이번엔 폐지될까

강제적 셧다운제(이하 셧다운제), 이번에는 폐지될 수 있을까.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심야시간대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규정(셧다운제)을 없앤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셧다운제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 접속을 강제적으로 차단 시키는 제도다. 여성가족부가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방지와 수면권 보장을 위해 발의 2011년 11월부터 시행돼왔다. 제도 시행으로 청소년들은 밤 12시 이후 게임 접속이 전면 차단된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부모의 아이디나 주민번호를 도용하거나 홍콩, 미국 등 제3국 서버를 경유할 경우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셧다운제가 게임 과몰입의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실 셧다운제 폐지는 게임사들의 숙원 사업이다. 셧다운제의 기본 기조가 게임을 ‘유해 콘텐츠’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게임 관련 기업들이 직간접적 피해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 좋다 보니 대우를 아무리 좋게 해줘도 게임기업 취업을 꺼려하고 있다”며 “유해 콘텐츠 대해서는 그에 맞는 규제가 필요하지만 모든 게임을 유해물로 간주하며 성장 가능성까지 막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업계는 이번 법안 발의에 따라 실제로 셧다운제가 폐지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셧다운제 폐지 움직임은 지난 6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게임 대상 규제 완화 및 철폐 의지를 거론한 뒤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해왔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르면 이달 말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한국행정학회의 ‘청소년 게임 이용시간 제한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가 셧다운제 폐지 논의가 본격 시작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게임정책 당국이 처음으로 주도해 진행한 연구다. 조사 기간 1년, 예산 1억2000만원을 투입해 진행한 프로젝트로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제도의 효용성과 국내 게임시장 여파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셧다운제 등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실제로 국내 게임기업들을 위축시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넥슨과 넷마블이 거둔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각각 1조8559억원, 1조8090억원으로, 매출 2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규제에 발목이 잡혀 성장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블리자드의 지난해 매출은 약 7조5000억원. 국내 매출 1위 게임사인 넥슨 보다 3배 이상 많다. 글로벌 1위 게임사인 텐센트(약 11조원)와 비교할 경우, 차이는 더 벌어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 등 양질의 PC 게임들이 다시 등장하고 모바일 게임들도 북미 등에서 성공 조짐을 보이는 만큼 게임 산업을 다시 바라봐야 할 때”라며 “지금 바꾸지 않는다면 영영 뒤처지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 폐지에 강한 반기를 들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7월 새로 취임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셧다운제 폐지에 동의할 수 없다”며 규제 유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여기에 여전히 ‘게임중독’에 민감해 하고 있는 국민 여론 탓에 국회 법제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