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보다 빨리 금리인상…11월 ‘결단’ 앞둔 韓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한국은행이 오는 30일 통화정책회의에서 6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관계자 열 명 중 여덟, 아홉은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투자 전략을 짤 정도다.


28일 한은 등에 따르면 이번 금리 인상은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 역전에 앞서 우리가 먼저 금리인상 시동을 건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한은이 금리를 25bp(0.25%포인트) 올리면 국내 기준금리는 1.50%가 된다. 현재 1.00~1.25%인 미국보다 한발 앞서 나가는 셈이다.

미국은 다음달 14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한은이 이에 앞서 금리를 올리면 양국 금리수준이 뒤바뀌는 현상은 막을 수 있다. 국내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10년째 미국보다 높거나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1999년 이후 한‧미 양국 기준금리가 같았던 시기는 △1999년 5~6월(4.75%) △2001년 3월(5.00%) △2005년 6월~7월(3.25%) △2017년 6월~10월(1.25%) 등 총 4차례였다. 2001년을 제외하면 모두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시기에 양국 기준금리가 같았다.

그때마다 한은의 대응은 비슷했다. 미국이 금리를 더 높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따라서 올리는 선택을 반복했다. 한국이 국제금융시장 자금 흐름에 민감하기 때문에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상황이 부담이 됐던 탓이다. 실제로 양국 기준금리가 역전했을 때 단기 투자자금은 예외없이 빠져나갔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미국 금리인상기인 2004년 8월, 11월 한은은 잇따라 금리를 내렸고, 제로금리(0~0.25%)가 유지된 2010년~2011년 네 차례 금리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한국이 미국보다 기준금리가 적어도 1%포인트 이상 높았던 시기에 한정됐다.

지금처럼 양국 기준금리가 동일한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빨리 금리를 움직인 전례는 없다. 따라서 이번 금리 인상이 이뤄진다면 한은이 1998년 한은법 개정으로 독자 통화정책을 시작한 이래 의미있는 ‘이정표’로 남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br>/사진제공=뉴스1

이제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상 속도다. 11월 금리인상이 본격적인 '긴축 신호탄'이 될 것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국내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예전처럼 4~5회 이상 꾸준히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은이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긴축'보다는 '완화 조정'이라는 표현을 주로 쓰는 이유다.

다수 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이 내년 1~2회 금리를 더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상반기 1회 인상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아직은 우세하지만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에 대응해 하반기에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물가상승률이 지금처럼 2%대를 밑돌면 추가 금리인상이 어려워질 수 있지만 미국이 예상보다 금리를 빨리 올리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한은이 금리인상 시기를 좀 더 앞당길 명분이 된다.

최근엔 가파른 원화 강세도 통화정책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내년에도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이 이어지면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원화 강세 속도가 너무 빠를 경우 한은이 추가 금리인상을 조금 늦추는 선택을 할 여지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