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전단채 보수적 투자자 흡수한 '퍼스트 발행어음'

초대형 IB(투자은행)의 첫 발행어음인 한국투자증권 '퍼스트 발행어음'이 지점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틀 만에 목표했던 5000억원을 모두 채우고 판매를 조기 종료했다. RP(환매조건부채권)와 전자단기사채(전단채)를 매수했던 기존의 보수적 투자자를 중심으로 연 2.3% 확정금리를 주는 발행어음에 대거 몰렸다는 분석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오후 2시 퍼스트 발행어음의 판매를 마감했다. 전날 첫 판매에 나선 퍼스트 발행어음은 하루 만에 4141억원을 판매한데 이어 이날 859억원이 유입돼 한도 금액인 5000억원을 조기에 소진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3일 발행어음 신규 인가를 받은 직후 '퍼스트 발행어음'이란 상품명을 붙이고 판매 준비에 착수했다. 27일부터 전국 지점을 통해 본격 영업에 나선 결과 조기 '완판'에 성공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13일 자기자본 4조원 이상 5개 대형 증권사(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를 대상으로 초대형 IB 사업자로 지정하고 이 중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만 발행어음 신규 업무를 인가했다.

초대형 IB가 내놓은 첫 발행어음이 흥행에 성공하자 앞으로 시중 부동자금을 빠르게 흡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존에 증권사를 통해 RP와 전단채에 투자했던 고객 중 상당수가 이번 발행어음에 가입한 것으로 보인다. 퍼스트 발행어음은 가입 기간에 따라 금리를 △7~180일 연 1.2~1.6% △181~270일 연 2.0% △271~364일 연 2.1%로 책정했다.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CMA(종합자산관리계좌)형 발행어음 금리는 연 1.2%다.

발행어음은 증권사 신용을 기초로 삼고 있어 국고채인 RP보다 위험도가 높지만 전단채 보다는 안전하다. 이를 감안하면 1년 기준 퍼스트 발행어음 금리는 RP 금리(1.8%)나 전단채 수익률(2.0%대 초반)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어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영업부 관계자는 "만기 6개월 미만 발행어음은 첫날 한도를 모두 채웠다"며 "여윳돈을 3~6개월 동안 안전한 상품에 넣어두려는 투자자들이 발행어음에 많이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은행하고만 거래하던 고객이 발행어음에 투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증권사에서 RP나 전단채에 투자를 해 본 고객이 발행어음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당초 초대형 IB의 발행어음이 은행 정기예금 가입자를 흡수할 것이란 분석이 많았으나 초반 분위기는 증권사와 거래하던 보수적 투자자를 중심으로 움직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 증권사 상품개발 담당자는 "발행어음이 아직 초창기 시장이어서 금리를 지급하는 상품을 위주로 투자한 고객을 상대로 증권업계 안에서 쟁탈전 양상을 보일 것"이라며 "나머지 초대형 IB가 발행어음 업무를 허가받고 판매에 나서면 시너지가 확대돼 은행 고객을 흡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조원의 발행어음을 판매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이 추가 판매는 투자처 등을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초대형 IB는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발행어음을 판매할 수 있다. 발행어음 판매로 조달한 자금의 50% 이상을 기업 대출이나 비상장사 지분투자, 회사채 인수 등과 같은 기업금융에 써야 한다.